욕설·몸싸움·눈물···이재용 징역12년 구형에 아수라장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최순실 뇌물' 관련 결심 공판을 마친 뒤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이날 박영수 특별검사는 결심 공판에서 이 부회장에게 징역 12년을 구형, 함께 기소된 삼성 미래전략실 최지성 전 실장과 장충기 전 차장, 삼성전자 박상진 전 사장에게는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또 황성수 전 전무에게는 징역 7년을 구형했다. 2017.08.07. [email protected]
이병철·이건희 대목서 울먹…목소리 떨어
"심한 오해, 억울하다"…혐의 입장은 단호
朴지지자, 기자·시민 향해 욕설…몸싸움도
【서울=뉴시스】나운채 기자 = (이재용)"심한 오해를 꼭 풀어 주세요."
약 5개월 진행된 재판 과정에서 별다른 감정 변화를 보이지 않았던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이 재판 마무리 단계서 울먹이는 등 감정에 벅찬 모습을 보였다.
이 부회장은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본인과 삼성그룹 전·현직 임직원들의 뇌물공여 등 혐의 결심 공판에서 이 같은 모습을 보였다.
이 부회장은 이날 재판이 시작되기 직전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구속 상태인 이 부회장은 앞선 재판 과정에서 보였던 바와 같이 검은색 정장 차림에 초록색 노트를 들고 법정에 출석했다.
이 부회장은 표정이 평소보다 다소 굳어있는 등 긴장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재판이 시작된 이후 꼿꼿이 허리를 펴고 앉아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변호인단, 재판장을 연신 번갈아 쳐다봤다.
박영수 특별검사는 이날 직접 재판에 출석해 이 부회장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박 특검은 "이 부회장 등은 국민 주권 원칙과 경제 민주화의 헌법적 가치를 크게 훼손했다"라고 강조했다.
박 특검의 구형 의견에도 이 부회장은 별다른 감정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입을 다문 채 앉아있을 뿐이었다.
【서울=뉴시스】강경환 학생기자 = 박영수 특별검사가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변호인단의 최종 변론이 끝난 뒤 비로소 이 부회장이 최후진술을 밝히기 위해 일어섰다. 이 부회장은 쓰고 있던 안경을 벗고, 미리 글귀를 적어온 노트를 펼쳐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 부회장은 먼저 "몇 개월간 재판 과정을 지켜보면서 특검이 얘기하는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없었지만 한 가지 깨달은 게 있다"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제가 너무 부족한 게 많고, 챙겨야 할 것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등 다 제 탓이었단 점이다"라며 "변명의 여지가 없다"라고 울먹였다.
이 부회장은 이 대목을 말하면서 감정을 주체할 수 없다는 듯 목소리가 심하게 떨렸다. 연신 헛기침을 하면서 물을 들이켰지만, 쉽사리 다시 입을 열지는 못했다.
이 부회장은 특히 삼성그룹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 아버지인 이건희 회장을 언급하는 부분에서는 눈물을 참는 듯 쉽사리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던 중 방청석에서 한 중년의 여성 방청객이 "힘내세요"라고 외치기도 했다. 재판부는 즉각 해당 방청객에게 퇴정을 명했고, 이 부회장은 "죄송하다"라면서 최후진술을 이어갔다.
그는 "한 가지는 꼭 말씀드려야겠다. 제가 제 사익을 위해서나 개인을 위해 대통령에게 뭘 부탁한다든지, 기대한 적은 결코 없다"고 말했다.
이 발언을 하면서 이 부회장의 목소리는 순간 바뀌었다. 그는 박근혜(65)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건네거나 그런 의도조차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고 떨렸던 목소리를 바로 잡았다.
이 부회장은 "제가 아무리 부족하고 못난 놈이라도 국민들의, 서민들의 노후 자금인 국민연금에 손해를 입히면서 욕심을 부리겠느냐"라며 "너무나 심한 오해다. 정말 억울하다"라고 강한 어투로 말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를 향해 "이 오해와 불신이 풀리지 않는다면 저는 삼성을 대표하는 기업인이 될 수 없다"라며 "이 오해만은 꼭 풀어 달라"라고 토로했다.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시민들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결심 공판의 방청권을 얻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2017.08.07. [email protected]
최후진술을 마친 뒤 이 부회장은 긴장이 풀린 듯 자리에 앉아 잠시 눈을 감았다. 최지성(66) 전 미래전략실 실장 등 다른 피고인들의 최후진술 절차가 진행되면서 그는 숨을 크게 들이쉬곤 했다.
재판이 끝나고 이 부회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변호인과 박 특검을 향해 악수를 건네며 멋쩍다는 듯 미소지었다. 이후 곧바로 교도소 관계자들에 이끌려 법정을 빠져 나갔다.
한편 이 부회장 등의 결심 공판을 보기 위해 수십여 명의 시민들이 전날부터 법원 청사를 찾았다. 삼성그룹 관계자들,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 시민단체 등 사회 각계각층의 시민들은 '세기의 재판'을 방청하기 위해 일찍이 줄을 섰다.
이 과정에서 일부 시민들과 법원 관계자, 취재진과의 마찰이 다수 일어났다. 박 전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중년의 다수 방청 희망자들은 취재진을 향해 "기사를 써야지 소설을 쓰면 되겠느냐"라며 격렬하게 항의했다.
특히 한 중년의 남성은 사진 촬영을 하던 한 취재 기자를 붙잡고 "사진을 왜 찍느냐"라며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질서유지를 위해 현장에 배치된 50여 명의 경찰, 법원 관계자들이 이를 뜯어 말리느라 소란이 빚어졌다.
일부 중년의 방청 희망자들은 이날 이 부회장의 처벌을 촉구하는 청원서를 제출하기 위해 법원을 찾은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와 삼성 직업병 피해자 유가족들을 향해 "종북 빨갱이들은 물러나라"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이에 반올림 관계자 등이 "너무 심한 거 아니냐"라며 울음을 터뜨리다가 법원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청사를 빠져나갔다.
재판이 끝난 직후에도 이들은 박 특검을 향해 원색적인 욕설과 "박영수 특검 해체하라"라는 등 고함을 질렀다. 이들은 법원 직원들의 제지를 받으면서도 끝내 욕설을 그치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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