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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지진 원인, 지열발전과 연관성 단정 못해"

등록 2017.11.24 15: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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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24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대한지질학회 등 4개 학회가 공동 주최한 '포항지진 긴급포럼'에 참석한 발표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2017.11.24. (사진=포항지진 긴급포럼 제공)

【서울=뉴시스】24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대한지질학회 등 4개 학회가 공동 주최한 '포항지진 긴급포럼'에 참석한 발표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2017.11.24. (사진=포항지진 긴급포럼 제공)

"고체유입으로 인한 지진 발생 패턴과 달라"
"유발지진 원인은 하나의 모델···테스트해야"
"물 수백만t 유입돼야 하지만 그보다 적어"
경주·포항 지진 중첩지역 위험 의견도 나와

 【서울=뉴시스】안채원 기자 = 지난 15일 발생한 포항 지진(규모 5.4)이 인근 지열발전소와 관련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 지질 학계가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지열발전소가 포항 지진의 원인이 됐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은 이진한 고려대학교 지질학과 교수가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처음 제기했다. 건설 중인 지열발전소가 땅속 깊이 높은 압력으로 물을 주입하며 지반이 취약해질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포항 내륙 지역에서 발생한 미소지진(지진계에만 기록되는 작은 규모의 지진)때마다 직전에 지열발전소에 물을 주입했다는 사실도 추가 보도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2일 조사단을 구성해 포항 지열발전소를 정밀진단하기로 했다.

 그러나 학계는 24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대한지질학회 등 4개 학회가 공동 주최한 '포항지진 긴급포럼'에서 "연관성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직접적 원인이라고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김광희 부산대 교수는 "더불어민주당 김성수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포항 지열발전소는 지난해 1월29일부터 올해 9월18일까지 물을 주입했고 이 직후 미소지진 활동이 있는 것으로 미뤄 (지열발전소와 미소지진 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학계는 규모 5.4의 포항 지진이 지열발전소에 대한 물 주입에 의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고압 유체를 주입해 발생한 지진 패턴, 지열발전소에 주입된 물의 양과 포항 지진이 발생하기까지 걸린 시간 등이 그 이유로 꼽혔다.
 
 이기준 서울대학교 기술환경과학부 교수는 "포항 지진과 비슷한 유형의 지진이 발생하는 이유 중 하나가 인위적으로 유체를 주입한 고압 유체로 인한 영향이 있다. 고압 유체로 인해 발생하는 지진과 포항 지진은 그 특성이 다르다"며 인과관계에 대해서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24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대한지질학회 등 4개 학회가 공동 주최한 '포항지진 긴급포럼'에 참석한 홍태경 연세대학교 지구과학시스템학과 교수가 발표를 하고 있다. 2017.11.24. (사진=포항지진 긴급포럼 제공)

【서울=뉴시스】24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대한지질학회 등 4개 학회가 공동 주최한 '포항지진 긴급포럼'에 참석한 홍태경 연세대학교 지구과학시스템학과 교수가 발표를 하고 있다. 2017.11.24. (사진=포항지진 긴급포럼 제공)

강태섭 부경대학교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도 "물 주입에 의해 발생한 지진은 오랫동안 관측됐는데 포항 지진 규모를 보면 수백만t의 의한 물 주입이 요구되는 크기지만 실제 보도를 통해 알려진 건 불과 수천~수만t 이내"라며 "과연 지진이 물 주입에 의한 것인지에 대해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진한 교수는 "유발지진은 인간의 활동에 의해 평형상태에 있던 판을 깨 놓는다는 개념이고 대표적인 것이 2011년 미국 오클라호마의 규모 5.6 지진"이라고 설명하면서도 "포항 지진이 이 모델에 의한 것인지는 상당한 테스트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홍태경 연세대학교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오클라호마 지진과 포항 지진을 비교하는 것과 관련, "오클라호마 방식은 지중저장방식으로 물을 지중에 넣고 가두기 때문에 압력 배출 공간이 없지만 포항 지열발전소는 주입과 함께 배출이 되므로 압력 조절 시스템이 있다"며 "둘을 정확히 비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장찬동 충남대학교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는 "물 주입에 의한 것이라면 적어도 일주일 내 지진이 발생해야 하는데 포항지진은 마지막 물 주입 후 두달 후에 나타났다"며 "그래서 과연 지열이 그것을 일으켰을까 하는 의심이 있다"고 밝혔다.

 이날 포항지진의 원인을 섣불리 확정하는 것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이 교수는 "몇가지 사실이 발견되면 과학적 모델을 만드는데 그건 최종 판결이 아니고 수많은 테스트 통해 수정되거나 폐기되기도 한다"며 "포항 지진이 일어나 관련 사실이 있어 하나의 모델을 제시했는데 마치 이것이 최종(원인)인 것처럼 말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김 교수는 "지진이 발생한 지 9일밖에 안 됐는데 이 지진의 결론을 말해야 하는 것 같아 당황스럽다"며 "지금 자료는 우리가 갖고 있는 의문점들을 해소하기에는 충분한 답을 못 준다"며 "지금은 결론을 낼 때가 아니다. 그 전에 가능한 모든 모델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테스트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대중은 간단한 대답을 원하지만 과학자는 복잡한 영역을 말한다"며 "한가지가 원인이라고 설명하기 어렵고 주저하고 확신하기 어렵다는 것을 이해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조사에서는 향후 한반도 지질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홍 교수는 "경주 지진과 포항 지진이 발생한 지역 사이는 한 마디로 응력이 배가된 지역"이라며 "이 지역은 다른 곳보다 응력이 많아져 추가 지진 발생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다만 "대도시가 포함된 지역은 아니다"라면서 정확한 지역을 언급하는 데는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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