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주한미군 철수' 발언에 여야 대립각…'해임 vs 진화'
"우려 현실화" 강조하며 문 특보 해임 촉구
민주당-청와대는 발언 여파 진화에 나서
평화-정의, "정치 쟁점화해선 안돼" 지적
【도쿄=뉴시스】 조윤영 특파원 =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임종명 기자 =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의 '주한미군 철수' 발언을 놓고 보수성향인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과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대립각을 세웠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안보우려를 내세우며 문 특보의 해임을 촉구한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문 특보의 발언을 바로 잡는다며 사태 진화에 주력했다.
2일 오전 문 특보가 미국의 외교전문지에 기고한 글에 대한 보도가 이어졌다. 문 특보는 해당 기고를 통해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주한미군 주둔을 정당화하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결국 우려했던 일이 현실화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며 "판문점선언이 결국 주한미군 철수와 한반도 핵우산 철폐를 의미했던 건지 (정부는) 분명하게 국민에게 대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고서 너무 들뜬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들었다. 알아서 잘 하겠지만 혹시라도 오버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북핵 폐기, 한반도 평화정착은 이제 겨우 첫 걸음을 뗐다는 걸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아직 들떠있을 때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말한다"고 주장했다.
박주선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도대체 문 특보는 문 대통령의 특보인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특보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평화협정이 주한미군 철수로 연결된다면 그건 진정한 평화협정이 될 수 없다는 측면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문 특보를 즉각 해임 조치할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박 공동대표는 "현실 여건상 평화협정을 맺든 종전선언을 하든 미군이 주둔하지 않는 대한민국에 연속적인 평화와 안전문제는 보장될 수 없다"며 "북한에서도 주장하지 않는 미군 철수를 우리나라 대통령 특보라는 사람이 정당화될 수 없다고 하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는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 그가 문재인 대통령의 뜻을 미리 밝힌 것이 아닌가 싶어 더 심각하게 걱정한다"며 "(문 특보는) 앞으로 이렇게 될 것이고 보수층이 반대해도 계속 추진할 것이라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논란의 중심에 선 문 특보의 발언 여파를 진화하기에 급급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평화협정을 해도 주한미군의 국내 주둔이 필요하다는 확고한 입장을 밝힌다. 국민도 냉철히 판단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추 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6·15 남북정상 선언에서도 양 정상 간에 주한미군 철수는 있을 수 없고, 주한미군은 국내에 계속 주둔해야 한다는 양해가 있었다"며 "이 이래로 우리 당의 일관된 입장은 주한미군은 국내 평화 지킴이로 계속 주둔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도 문 대통령이 이날 오전 티타임에서 "주한미군은 한미동맹의 문제로 평화협정 체결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이라며 문 특보 발언에 선을 그었다고 전했다. 또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문 특보에게 전화해 대통령의 말을 전한 뒤 '대통령의 입장과 혼선이 빚어지지 않게 해 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파악됐다.
아울러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문 특보는 한편으로는 특보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사상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누리는 교수"라면서 "문 대통령은 정책방향을 설정하는데 풍부한 정치적 상상력의 도움을 받기 위해 특보로 임명한 것이지, 그 말에 얽매이지 않는다"고 학자적 견해와 정부의 입장은 다르다고도 설명했다.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의 경우 문 특보의 발언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하면서도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이러한 발언을 정치쟁점화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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