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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의 이란 제재 재개 D-1…WP "트럼프, 제재 남발 심각"

등록 2018.08.06 10:4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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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지난해 1000명 이상 개인 및 단체 제재 가해

오바마 취임 첫해보다 3배나 많은 블랙리스트 작성

"제재는 극단적으로 매혹적…다자간 협력 외 무의미"

【테헤란=AP/뉴시스】9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시위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이란 핵협정 탈퇴에 항의하며 트럼프의 사진을 태우고 있다. 2018.5.10.

【테헤란=AP/뉴시스】9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시위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이란 핵협정 탈퇴에 항의하며 트럼프의 사진을 태우고 있다. 2018.5.10.

【서울=뉴시스】 이현미 기자 = 지난 2월 미국 관리들은 각종 제재를 발표하느라 대체로 바쁜 한달을 보냈다. 미 재무부가 발표한 한 가지 조치는 이전 제재를 위반해 석탄과 연료를 선적했던 수십 척의 선박과 기업 및 기타 기관 등 북한을 겨냥한 것이었다.

 그 달이 끝나기 전 미 관리들은 콜롬비아 마약 밀매업자들, 리비아 유류 밀매업자들, 콩고에서 발생한 성폭행 및 아동 병사 모집에 대해 제재를 가했다.

 또 파키스탄, 소말리아, 필리핀,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등 다양한 테러단체 소속 수감자들에게도 제재를 가했다. 미 국무부는 필리핀, 서아프리카, 방글라데시, 부리키나 파소 소재 조직들도 지정테러단체 목록에 추가했다.

 최근 수개월 간 미국은 비슷한 종류의 연속된 제재를 발표해왔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적(敵)에 대해 군사력 대신 경제적 도구들을 사용하는 공격적인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가장 관심을 끄는 제재는 북한, 이란, 러시아 등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정권들을 겨냥한 것이었다. 지난 5월 이란핵협정에서 탈퇴한 트럼프 행정부는 7일 오전 0시(미국 동부시간 기준)부터 대(對) 이란 제재를 시작한다.

 그러나 미국이 국가안보 위협 뿐 아니라 점점 다른 종류의 불안정한 행동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제재를 남발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제재는 예전부터 있었지만, 2001년 9·11 테러 이후 더 빈번하게 사용되고 있다. 테러범들과 그들의 재정이 국제 금융에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강력한 수단으로 여겨질 뿐 아니라, 인권 침해와 부패한 지도자들을 엄중 단속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하지만 제재에 대한 의존은 동맹국들에게 미국의 정책에 굴복하도록 만들어 미국 신뢰를 훼손시키는 한편, 외교정책의 첫번째 수단을 너무 과도하게 사용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WP는 지적했다.

 ◇ 제재, 극단적으로 유혹적인 도구

 트럼프 행정부 관리들은 이란, 북한 사례에서 보듯이 핵무기 프로그램 협상에 동의하도록 하는데 효과적이라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제재 남발 지적을 일축하고 있다.

 시걸 맨델커 테러 및 금융정보 담당 재무차관은 "의심의 여지없이, 우리는 이런 도구들을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 전략적이며 사려 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재는 인권과 부패 문제에 있어서는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여러분이 잔학한 행위가 발생했을 때를 생각하고, 지도자들이 시민들의 재산을 훔치려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 어떻게 그들이 금융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을 중단시키지 않을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미 로펌 깁슨 던 분석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1000명 이상 개인과 단체를 제재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그것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취임 첫 해보다 3배나 많은 것이라고 한다.

 주디스 앨리슨 리 국제무역실무그룹 공동 회장은 "제재(대상)에 지정된다는 것은 경제적으로 사형과 같다"면서 "사전 통보나 사법 심사와 같은 절차 없이 즉각적인 효과가 있기 때문에 제재를 사용하는 것은 그 어떤 행정부에게도 매우 매력적이다. 특히 그런 성격을 가진 이 대통령(트럼프)라면, 그것은 극단적으로 매혹적(인 게 사실)이다"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 관리들은 외교가 작동하지 않을 때 외교정책 도구로써 제재를 사용한다면서, 그것은 점점 더 많은 위협에 대처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미 국무부에서 제재 관련 업무를 책임지고 있는 한 고위 관리는 "우리는 그들(외교가 작동하지 않는 국가들)에게 적절한 게 무엇인지를 제재를 통해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많은 위협들을 본다. 우리는 많은 다른 장소에 관심을 갖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 곳들을 이 도구상자를 갖고 돌아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제재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다. 은행에서 석유에 이르기까지 많은 국제거래가 미 달러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들어 미국의 제재는 보다 정밀하고 정확하게 적용되고 있다.

【테헤란(이란)=AP/뉴시스】이란의 한 거리 환전상이 30일 테헤란 중심가에서 50유로짜리 지폐를 들어보이고 있다. 이란 리알화가 미국의 경제제재 재개를 앞두고 사상 최저 수준으로 폭락하면서 경기침체와 민간 소요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18.7.31

【테헤란(이란)=AP/뉴시스】이란의 한 거리 환전상이 30일 테헤란 중심가에서 50유로짜리 지폐를 들어보이고 있다. 이란 리알화가 미국의 경제제재 재개를 앞두고 사상 최저 수준으로 폭락하면서 경기침체와 민간 소요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18.7.31

하지만 비판론자들은 미 행정부와 의회의 제재 확대가 미국의 효율성을 훼손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제이컵 루 전 재무장관은 지난 2016년 연설에서 제재 남발에 대해 경고했다. 그는 "제재가 과도하게 사용되고 있다"며 기업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미 금융시스템에서 벗어나고 탁월한 통화로서 달러 강세를 서서히 손상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전문가들도 미국이 이미 과도한 제재를 하고 있다고 말한다. 제재 대상 목록에서 빼는 경우보다 오히려 추가하는 게 더 많은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 대이란 제재로 고조되는 유럽과의 긴장

 미국이 지난 5월 이란핵협정에서 탈퇴하고, 7일부터 이란 제재를 재개하는 것은 미 동맹국들의 좌절감을 더욱 깊게 만들고 있다. 비판가들은 미국의 이 같은 조치로 일부 국가들이 달러 대안을 모색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물론 대서양을 사이에 둔 미국과 유럽 간 긴장 또한 더욱 고조될 수 밖에 없다. 프랑스, 영국, 독일을 포함한 유럽연합(EU)은 미국과 함께 이란핵협상을 진행했고, 안보를 위해 핵협정을 유지하는 게 필수라고 생각하고 있다. 유럽은 이란핵협정 약속을 끝까지 지키겠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미국이 EU법에 따라 합법적으로 이란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유럽 기업들에 대해 2차 제재를 가할 경우 미국과 유럽 간 대결을 심각한 지경으로 치닫을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 관리들은 강력한 제재를 이미 경고한 바 있고, 많은 외국 기업들이 이란에서 철수하기 시작했다.

 더 심각한 상황은 오는 11월 4일 이후 벌어질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때부터 이란산 석유 구매 금지를 대이란 제재의 핵심 타깃으로 삼을 계획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란이 먼저 핵협정에서 탈퇴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비정부기구 무기통제협회(Arms Control Association) 분석가 켈시 다벤포드는 "이란의 경우, 미국은 (이란 지도자들의)국정 운영(statecraft)을 (공격하는)도구로써 제재를 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많은 국가들을 진퇴양난에 빠뜨렸다"면서 "그 국가들은 이란핵협정을 지지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안을 지킬 의무를 갖고 있지만 미국은 제재를 준수하지 않으면 처벌할 것이라고 위협하고 있다. (결국 이런 상황은 미국에 대한)증오를 심화시킬 뿐"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제재가 효과를 발휘할 때는 동맹국들이 협력할 때라고 것을 강조한다.

 엘리자베스 로젠버그 신미국안보센터(Center for a New American Security) 선임연구원은 "우리는 쿠바를 상대로 제재를 가한 전 세계 유일한 국가"라며 "모든 다른 국가들은 쿠바와 사업을 한다. 캐나다와 EU는 쿠바를 보이콧 하는 것을 불법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제재는)다자간이 아니라면 효과가 없다"며 "미국은 이란핵협정에서 철수할 수 있지만 2차 제재(카드)를 사용하지 않으면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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