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때 끌려간 큰형, 막내 사망 소식에 "응어리 생긴다"
【금강산=뉴시스】 김진아 기자 = 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첫날인 24일 북한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북측 김인영(목원희) 할아버지와 남측 동생 목원구, 목원선 할아버지가 만나며 오열하고 있다. 2018.08.24. [email protected]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긴 세월 생사조차 알지 못했던 가족·친척들이 만남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사연들이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목원선·원구(85·83) 형제는 68년 만에 만난 북측 형 김인영(86·본명 목원희)씨에게 4형제 중 막내가 몇 년 전에 사망했다는 소식을 전해야 했다.
김씨는 지난 1950년 7월 외숙모와 함께 서울의 한 시장에 먹거리를 사러 갔다가 인민군에 끌려갔다고 한다. 이듬해 원선씨는 국군에 자원입대해 전쟁을 치렀다.
7년간 인민군으로 복무한 김씨는 제대 후 혼자가 됐다. 그는 동생들에게 "앞길이 막막해,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이름을 바꿨다"라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원선씨는 "형은 (막내 사망 소식에) 아무 말씀을 못 하시더라"라며 "형은 '맏이로서 챙겼어야 했는데 제일 어린 동생이 그리됐다니 응어리가 생긴다'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금강산=뉴시스】뉴스통신취재단 =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첫날인 24일 오후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북측의 송창호(78.오른쪽 두번째) 할아버지가 남측의 사촌 송종호(86.오른쪽) 할아버지와 사진을 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18.08.24. [email protected]
송씨의 어머니는 송씨를 만나고 1년 뒤에 사망했다고 한다. 여기까지는 송씨도 알고 있던 내용이다. 송씨는 이번 상봉 전까지 단순히 아들을 만난 후 삶에 대한 의욕을 잃으셨을 가능성 등을 추측할 뿐이었다.
송씨는 이번 상봉에서 동생으로부터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전언에 따르면 송씨가 방북한 다음 당국에서 평양에 살고 있는 어머니에게 개성의 아파트를 줬는데, 고향에 지어진 새 아파트로 이사한다는 데 기뻐하시다가 쓰러지셔서는 돌아가셨다고 한다.
송씨의 누나도 이번 상봉에 함께 나오려고 했으나 누나의 남편이 뇌출혈로 쓰러져 죽으면서 충격을 받고, 결국 상봉까지 포기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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