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노조원들은 공장으로…대한문 앞 분향소 희비 교차
30개 화분과 합의서 분향소에…희생자 30명 상징
"희생자들의 명예회복 대전제로 합의안에 사인"
"기간산업 무분별한 해외매각, 기술유출, 노조탄압
쌍용차만 문제 아냐…사회 구조적 문제 해결해야"
다른 회사 해고 노동자들 연대사 "더이상 고통 없길"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쌍용자동차 노사가 해고자 119명 전원을 내년 상반기까지 복직시키기로 합의한 14일 오전 서울 대한문 앞 희생자 분향소에서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 등 지도부와 시민단체 참가자 등이 희생자 노조원을 추모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쌍용차 노사가 해고자 119명 전원을 내년 상반기까지 전원 복직시키기로 합의한 가운데 이들은 화분과 합의문을 함께 분향소에 올렸다. 9년 만에 이뤄진 노사 합의에 투쟁 당사자들은 기쁘면서도 얼떨떨한 표정이었다. 희생자들을 떠올릴 때는 눈시울이 붉어지거나 목소리가 떨렸다.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은 14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희생자들의 명예회복을 대전제로 합의안에 사인했다"며 "최고의 합의는 아니지만 최선의 결과로 보인다"고 밝혔다.
쌍용차노조는 지난 7월3일부터 대한문 앞에 복직을 기다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故) 김주중 조합원 등 쌍용차 정리해고 희생자를 기리는 분향소를 운영하고 있다.
김 지부장은 "국가가 폭력을 저지른 문제에 대해 아직까지 정부의 사과가 없고 2009년 노조를 강제진압하는 과정에서 걸린 손배 가압류도 고스란히 남아있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거래도 진실 규명이나 책임자 처벌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고 강조했다.
그는 "조합원 동지들과 합의안에 대해 논의하며 공장으로 돌아가도 사회적 약자들에 마음과 몸을 보태며 살아가자는 얘기를 했다"며 "여론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외롭게 투쟁하는 제2, 제3의 쌍용차 노동자들이 여전히 많다. 이들이 일상과 가정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말했다.
이날 자리에는 사측의 정리해고로 일터로 돌아가지 못한 채 거리에서 투쟁하고 있는 이들의 연대사가 이어졌다.
이인근 금속노조 콜트콜텍 지회장은 "쌍용차 노조원들은 30명의 동료와 그 가족들을 가슴 속에 묻었다. 이번 합의가 소나기 피해가듯 하는 합의가 아닌 진심이길 바란다"며 "더 이상 정리해고로 인해 고통받는 노동자들이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차광호 금속노조 파인텍 지회장은 "사용주가 법과 제도를 통해 노동자들을 마음껏 착취할 수 있다는 것은 실제로 존재하는 현실"이라며 "잘못된 것을 바꿔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알기에 박준호·홍기탁 동지가 지금도 75m 높이 굴뚝 위에서 버티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더 이상 같은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사회가 쌍용차 사태를 교훈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쌍용자동차 노사가 해고자 119명 전원을 내년 상반기까지 복직시키기로 합의한 14일 오전 서울 대한문 앞 희생자 분향소에서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 등 지도부와 시민단체 참가자 등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email protected]
쌍용차에 앞서 지난 7월21일 노사 합의를 이루고 복직한 김승하 전국철도노조 KTX열차승무지부장도 축하 인사를 건넸다.
김 지부장은 "7월 합의안이 타결됐을 당시 복직이 미안한 일이 아닌데도 함께 싸운 동료들을 보면 마음껏 웃을 수가 없었다"며 "약 10년 동안 버티면서 마음의 상처가 클 것이다. 사회가 바로 돌아간다는 것을 느끼면서 상처가 치유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쌍용차 노조원과 해고승무원들 모두 사법농단의 피해자다. 진상 규명과 책임자 규명, 피해자 보상을 위해 우리도 현장에서 싸우겠다"고 덧붙였다.
2009년 1월 9일 쌍용차의 대주주였던 상하이자동차가 쌍용차에 대한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2646명을 정리해고하기로 결정한 것이 쌍용차 사태의 시작이었다.
조합원들은 사측의 정리해고에 반발하며 같은 해 5월 21일 평택 공장을 점거하고 총파업에 돌입했다. 이후 노사가 대화와 협상을 거듭했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경찰은 특공대를 투입해 강제 해산 작전에 돌입했고, 이 과정에서 당시 민주노총 쌍용차지부장이었던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을 비롯한 조합원 96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9년 동안의 갈등에서 생계난과 질병 등으로 해고 노동자와 그 가족 30명이 목숨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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