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들 "공정거래법 개정안... 기존 규제 강화만 하는 꼴"
일부 사례 막기 위한 산업규제..."가치중립적 시각에서 정책 방향 점검해달라"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중견기업계가 정부가 입법예고한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과 관련해 "기존 공정거래법상 규제를 강화하는 데 그쳤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업계는 기업의 혁신과 경쟁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경쟁법제를 대폭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지난 4일 공정거래위원회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에 대한 중견기업계 의견'을 전달했다고 8일 밝혔다.
중견기업계는 특히 지주회사 규제 강화와 관련해 "지배구조 투명성 제고를 목표로 지주회사 전환을 유도해 온 정부의 기존 정책 방향과 배치되는 측면이 많다"며 "지주회사 설립·전환을 통한 지배구조 투명성 확보라는 목표를 위해 중견·중소기업의 자산 요건을 50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는 2016년 9월 지주회사 자산총액 기준이 10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대폭 상향된 가운데, 이번 개정안에 따라 일반지주·자회사의 자·손자회사 의무보유 지분율까지 높아진다면 상황이 악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자산 5000억원 미만의 중견·중소기업들의 지주회사 설립·전환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중견련 측은 "공정위의 '2017년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현황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전체 지주회사의 67.0%가 경제력 집중과 무관한 자산총액 5000억원 미만의 중소형 지주회사"라며 "개정안은 지주회사 규제 강화 대상을 신규 지주회사로 한정해 기존 지주회사와의 역차별 소지까지 남겼다"고 비판했다.
죄악으로 여겨지기 쉬운 내부거래에 대해서도 편법적 경영권 승계, 지배주주의 사익편취 등이 아닌 경우 규제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개정안은 목적, 거래금액 및 회사 수 등과 무관하게 지배주주 지분율이 일정요건에 해당되면 사익편취를 위한 부당 내부거래로 상정하고 있다. 중견련 관계자는 "거래의도 등을 면밀히 살피지 않고 일률적 기준으로 모든 내부거래를 부당하게 매도하는 것은 행정편의주의의 소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경성담합 행위에 대한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와 관련해서는 기업의 경영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업계는 2013년 의무고발요청제의 도입과 함께 전속고발권은 사실상 폐지됐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공정거래 사건에 대한 형벌 적용은 전문성을 갖춘 기관에 의한 경쟁제한성 판단이 요구되는 분야가 대다수"라며 "(제도 폐지는)오히려 검찰의 직접 개입 가능성을 높여 경영활동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중견기업계는 행정·형사·민사 제재의 정합성과 체계성을 확보하기 위해 보다 전향적으로 형벌 체계를 정비해줄 것을 요청했다.
김규태 중견련 전무는 "공정한 경제생태계 조성을 위한 경제 주체들의 예측 가능한 경영 활동을 지원하는 것이 아닌 일부 사례를 막기 위해 산업을 규제하는 쪽으로 공정거래법이 개정됐다"며 "가치중립적 시각에서 정책 방향을 근원적으로 재점검해달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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