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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임산부의 날, 충북 출산 환경은 갈수록 후퇴

등록 2018.10.09 13:4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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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 산부인과 58개소 중 분만 가능 43.1%

군 거주 임산부·고위험 산모 목숨 건 질주

10일 임산부의 날, 충북 출산 환경은 갈수록 후퇴


【청주=뉴시스】임장규 기자 =매년 10월10일은 '임산부의 날'이다. 임신과 출산을 장려하고 임산부를 배려·보호하기 위해 2005년 제정됐다. 풍요와 수확을 상징하는 10월과 임신기간 10개월이란 뜻을 담고 있다.

 그러나 충북의 출산 환경은 여전히 '빈곤'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 분만을 할 수 없고, 고위험 임신 관련 수술도 할 수 없는 지역이 수두룩하다. 그나마 간판을 유지하던 산부인과는 운영난을 이유로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임산부 보호의 최우선 순위인 의료체계부터 무너지며 충북의 출생아는 사상 최저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충북 산부인과 감소세…분만실 운영 43.1%

 9일 충북도에 따르면 10월 현재 운영 중인 도내 산부인과는 58개소로 2년 전보다 6개소나 줄어들었다. 출산율 저하가 운영난으로 이어진 탓이다.

 '산부인과' 간판을 내건 병원 중에서 분만실을 운영하는 곳도 25개소(43.1%)에 불과하다. 절반이 넘는 33개소는 기본적인 진료만 한다.

 지역별 편차는 더 심각하다. 청주 32개소, 충주10개소, 제천 8개소, 음성 2개소, 보은·옥천·영동·증평·진천·괴산 각 1개소 등 시 단위와 군 단위의 격차가 크다. 단양은 아예 산부인과 자체가 없다.

 군 단위 산부인과 중 분만이 가능한 곳은 영동과 진천 각 1개소뿐이다. 나머지 지역은 시·군 경계를 넘어야 한다.

 분만 가능한 의료기관까지 60분 안에 도달하기 어려워 보건복지부로부터 '분만취약지역'으로 지정된 괴산군의 경우 2년 전 정부 지원을 받아 산부인과가 개설됐으나 여전히 분만은 다른 지역에서 해결해야 한다.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세금으로 산부인과를 개설해놓고, 정작 분만은 다른 지역 민간병원에서 하라는 의미와 다를 바 없다.

10일 임산부의 날, 충북 출산 환경은 갈수록 후퇴


 ◇고위험 산모, 목숨 건 질주 반복

 우리나라 산모의 첫 출산 나이는 1993년 26.2세에서 2017년 31.6세로 5.4세 증가한 것으로 통계청에 집계됐다. '고령임신'으로 분류되는 만 35세 이상 출산도 흔한 일이 됐다. 늦은 나이 출산에 따른 고위험 산모 자체가 증가한 셈이다.

 보건복지부는 '분만관련 출혈', '조기진통', '중증 임신중독'을 3대 고위험 임신 질환으로 보고 있다. 특히, '분만관련 출혈'이 가장 흔하면서도 산모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위험한 질병이다.유병률이 4%에 달하며, 전체 산모 사망원인의 20~30%를 차지한다는 통계 수치도 있다.

 이를 치료하기 위해선 반드시 '자궁색전술'이나 '자궁적출술'을 받아야 하는데, 도내에서 이 수술이 가능한 곳은 충북대학교병원 1곳 뿐이다. 만약 골든타임 내 병원에 도착하지 못할 경우 사망에 이르거나 자궁을 들어낼 수도 있다.청주지역 산부인과가 충북대학교병원 인근에 집중돼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분만 후 출혈로 자궁색전술을 받은 박모(36·청주시 흥덕구 복대동)씨는 "분만 후 체내 혈액이 3분의 1가량 빠져나가면서 의식을 잃었었다"며 "만약 군 단위였으면 생명을 보전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의료진의 말을 들었다"고 했다.

 응급수술로 생명을 건진 박씨는 "한 번 큰일을 겪고 나니 둘째를 낳기 겁난다"고 고개를 저었다.

 충북에서는 지난 2016년 한 해 동안 분만 중이거나 갓 출산을 한 산모 4명이 잇따라 숨지며 임산부들을 충격에 빠트리기도 했다.

 ◇열악한 출산 환경, 출생아 감소로 이어져

 열악한 충북의 출산 환경은 인구 감소문제로 직결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올해 충북지역 7월 누적 출생아 수는 65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0명(5.8%) 감소했다. 같은 기간 사망자 수보다도 300명이 적다.

 현재 흐름대로라면 올 한 해 출생아 수 1만1000명 선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럴 경우 사상 처음으로 연간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넘어서게 된다.

 충북의 연간 출생아 수는 2012년 1만5100명, 2013년 1만3700명, 2014년 1만3400명, 2015년 1만3600명, 2016년 1만2700명, 2017년 1만1400명 등 최근 5년 새 3700명이나 감소했다.

 충북도 관계자는 "저출산 추세와 열악한 출산 환경이 맞물리면서 도내 출생아 수가 급감하고 있다"며 "우수한 분만환경을 갖춘 산부인과를 유치하고 싶어도 저출산에 따른 운영난을 호소하는 병원이 많아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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