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권순관 "제주 파도, 4.3항쟁 희생자 떠올라 시작"
학고재에서 19일부터 ’The Mulch and Bones’ 개인전
물 튀듯 생생한 가로 7m '파도' 신작·음향등 18점 전시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사진작가 권순관이 학고재갤러리에서 19일부터 개인전 ’The Mulch and Bones’를 개최한다. 국가와 사회의 지배 계층이 자행한 물리적, 정신적 폭력과 그 피해가 엉겨있는 모습을 전시 제목에 담았다.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물이 튀고 바람이 이는 것 같다. 가로 7m로 압축된 '파도'는 장엄하면서 서정적이다.
사진작가 권순관(45)이 제주에서 파도의 포말을 포착해온 사진 작품이다. 카메라에 파도를 맞아 필름에 소금물이 들어가 색 변화가 일어난 것을 그대로 남겼다. 해안으로 밀려오며 동반하는 물, 바람, 소리, 빛이 감각적이고 세밀하게 담겼다.
작가는 "이 작품은 발레리(Paul Valéry)의 시 ‘바다의 묘지(Le cimetière marin)’를 읽으며 제주 4∙3항쟁때 학살당한 뒤 바다에 버려진 희생자들을 떠올려 시작한 작업"이라고 했다.
1년여간의 구상과 준비를 마친 뒤 보름간은 낮과 밤의 구분도 없이 파도에 몸을 던지며 촬영한 결과물이다. 제주를 떠났다 제주로 돌아오는 모든 파도에,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수많은 이들의 한이 서려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표선해변을 중심으로 섬 곳곳의 포말을 담았다.
"희생당한 ‘그(누군가)’가 죽기 전에 바라보았을 마지막 장면을 바다 앞에 설 때마다 떠올렸다."
끊임없이 밀려오고 다시 밀려가는 역사와 개인을 현재로 소환하는 '파도'와 신작을 선보이는 작가의 개인전이 서울 삼청로 학고재에서 19일부터 열린다.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학고재는 19일부터 11월 10일까지 사진작가 권순관 개인전 ’The Mulch and Bones’를 선보인다.사진과 설치 18점을 전시한다.
’The Mulch and Bones’를 타이틀로 국가와 사회의 지배 계층이 자행한 물리적, 정신적 폭력과 그 피해가 엉겨있는 모습을 담아냈다.
이번 전시에서 권순관은 대형 작품 '파도' 신작 사진과 더불어 음향 작업 18점을 선보인다.
전시장 1층에 걸린 '파도'를 시작으로 전시장 지하 2층에 들어서면 괴이한 소리가 공간을 채운다. DMZ에서 17시간에 걸려 채집한 소리를 1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탑을 쌓듯 겹쳐놓은 음향 설치다. 한국전쟁 이후 60여 년 동안 부유하는 소리의 모음은 기이한 형태의 덩어리로 나타난다.
이러한 작업은 2007년 5.18 기념재단에서 올해의 사진가로 선정되면서 큰 전환점을 맞았다고 한다.
"5.18 민주화 운동 관련 작업을 하기 위해 한국 근현대사에 대해 공부하며 작가로서 역사적 사명감을 가지게 됐다"는 것. 그는 최근 권력이 만들어내는 형태를 기록하고 그것이 역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를 하며 노근리 미군 민간인 학살사건 같은 은폐된 역사 속 사건들을 재조명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작가는 전주 출신으로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사진 전공자 첫 입학생으로 주목받았다. 종군 사진가가 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상명대학교 사진학과에 입학했다. 하지만 대학 생활 동안 사진이라는 매체가 가진 매력 그 자체에 매료되어 작가로서의 길을 걷게 되었다. 상명대 졸업 이후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에 입학해 전문사 과정을 밟았다.
【서울=뉴시스】 권순관 KWON SunKwan, 붉은 연기 _1 THE RED SMOKE _1, 2018,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Archival Pigment Print, 183x150cm
디지털카메라로 대부분을 작업하는 요즘에도 대형 필름 카메라를 사용해 작가 특유의 색을 담아내는 작가로 유명해졌다. 조작이 어려워 널리 사용하지 않는 카메라를 다루며 기교의 한계에 도전하는 사진으로서 또 다른 세계를 창출하는 시도를 펼친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사진도 모두 스위스 회사인 지나(SINAR)사의 8x10인치 대형 카메라로 촬영한 결과물이다. A4 크기의 필름을 사용해 고화질의 사진을 얻었다. '서론; 미완성의 변증법적 극장'(1999-2013 시리즈를 통해 미술계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세계를 세트처럼 구성하여 공간과 인물이 인위적 상태로 드러나는 연출을 통해 삶의 일상적 모습을 포착한 작품이다.
2005년 대안공간 풀의 ‘새로운 작가’로 선정됐고, 2007년 5.18 기념재단으로부터 ‘올해의 사진가’ 상을 받았다. 성곡미술관, 아트센터나비, 대안공간 풀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고 부산비엔날레, 아르코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등 단체전에 참여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경기도미술관 등 주요 미술 기관에서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전시는 11월 1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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