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기업인과의 대화]5대 그룹 총수들, 규제 혁신 일제히 당부할 듯(종합)
문 대통령, 15일 대기업·중견기업인 초청 '기업인과의 대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주요 5대 그룹 총수 모두 집결
사전 시나리오 없는 타운홀 미팅…자유 토론 및 질의·응답
'규제 개혁' 당부 나올 듯…각 그룹 현안 언급 여부도 관심
【서울=뉴시스】이재용(왼쪽부터)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서울=뉴시스】김종민·박주연·표주연·이종희·고은결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등 5대 그룹 총수들을 포함해 약 130명의 대기업·중견기업인이 총집결하는 '기업인과의 대화'를 연다.
이번 경제인 초청 간담회는 '기업이 커 가는 나라, 함께 잘사는 대한민국' 슬로건으로 열린다. 대기업 측 22명 외에도 전국상공회의소 회장단 67명, 중견기업 39명 등 총 128명이 참석한다. 중견기업에서는 정몽원 한라 회장, 우오현 SM그룹 회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등 39명이 초청됐다.
행사의 진행 방식이 사전 시나리오 없이 자유로운 논의가 오가는 '타운홀 미팅' 방식인 만큼, 기업 총수들은 문 대통령과의 환담을 통해 경영상 애로사항을 직접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의 진행으로 기업인과 청와대·정부·여당이 각종 현안을 자유 토론하고 질의·응답한다.
재계에서는 대규모 인원이 참석하는 만큼 개별 기업 단위의 심층적인 건의·애로사항보다는 전반적인 규제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주요 그룹 총수들이 각 산업계를 대표하는 굵직한 현안을 언급할 것이란 전망도 이어진다.
재계 '맏형' 삼성전자에서는 새해 들어 공개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참석한다. 문 대통령과 이 부회장은 지난해 7월 인도 노다이 지역에 위치한 삼성전자 스마트폰 신공장 준공식에서 만난 이후 처음이다. 이 때문에 두 사람의 대화는 자연스레 삼성전자 인도 공장 관련 화제로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이 부회장은 문 대통령과의 환담을 통해 정부의 '혁신성장' 기조에 공감하며 이에 부합하는 신성장동력 강화에 매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힐 것으로 보인다. 또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 미래인재 육성 등 일자리 창출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 10일 이낙연 국무총리의 수원사업장 방문에서도 5G와 시스템 반도체 등 삼성전자가 역점을 두고 있는 미래 성장사업에 매진하며 큰 성과를 보여 국가경제에 이바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국내 자동차 산업과 제조업 부활을 위한 정부의 지원을 높이 평가하고, 부품업체들과의 상생협력, 수소경제 전환을 위해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밝힐 것으로 보인다.
국내 자동차 업계는 최근 몇년간 생산·내수·수출의 '트리플' 감소로 어려움을 겪어왔으며, 지난해부터 일부 부품업체가 부도상황으로 내몰리는 등 생태계가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현대차 역시 지난해 3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동차 산업의 경우 전후방 연관효과가 커 국내 제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큰 상황이다.
정부는 자동차 중소·중견 부품협력사를 대상으로는 신규자금과 만기연장 등에 3조5000억원+α를 지원하는 제조업 혁신전략을 내놨다. 오는 17일에는 기업 육성 방안부터 수소경제법 제정을 통한 법적 근거 마련까지 수소경제 전반의 비전과 정책목표가 담긴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내놓을 전망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전반적인 그룹 현안과 관련된 사안을 건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반도체 등 그룹 주력사업에서 중국의 견제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국가 차원의 관심과 지원을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SK그룹은 반도체 업황 약세가 예상됨에도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미래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가고 있다. 최근에는 정부가 주도하는 120조원 규모의 '대·중소 상생형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조성 계획에 참여, 신규 반도체 공장 부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정부 차원의 산업 정책인 '중국제조 2025'에 힙입어 메모리 반도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이에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예상됨에 따라 수출 주력산업인 반도체에 대한 국가 차원 관심이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미래성장 동력 사업 확장을 위해 규제혁신도 건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 회장은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통한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을 의미하는 딥 체인지(Deep Change)를 강조하며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6월29일 취임 이후 취임 200일을 맞은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발언 주제에도 관심이 쏠린다. 구 회장은 '혁신'에 바탕을 둔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에 대한 공감을 표하며, 기업 정신의 기본인 고객 가치와 미래 사업 육성에 대한 의지를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구 회장이 신년사를 통해 강조한 고객 가치는 LG그룹의 올해 사업방향과도 일맥상통한다"고 말했다.
앞서 구 회장은 지난 2일 신년사를 통해 "지난해 6월 ㈜LG 대표로 선임된 후 LG가 나아갈 방향을 수없이 고민해 봤지만 결국 그 답은 고객에 있었다"며 "지금이 바로 우리 안에 있는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의 기본 정신을 다시 깨우고 더욱 발전시킬 때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기업과 떼놓을 수 없는 사안인 신사업 분야 육성, 규제 완화 등도 거론될 지 주목된다. LG그룹은 특히 혁신성장과 관련한 뒷받침이 중요한 상황이다. 구 회장이 이끄는 4세대 LG그룹은 신성장 동력 발굴과 육성에 매진하고 있다. 프리미엄 가전 출시 국가 확대 등 주력 제품의 경쟁력 강화와 함께 자동차 전장기업 ZKW 인수, 중국 광저우 OLED 공장 건설 등 미래 준비에 적극 나선 상황이다.
롯데를 비롯한 유통업계에서도 각종 규제와 최저임금 등 고충에 대한 이야기가 오갈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유통업계 총수들은 어느때 보다 문 대통령과의 간담회에 신경을 쓰고 있다. 최근 내수경기가 어려운데다, 상생을 명분으로 한 각종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여서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을 비롯해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 현대백화점그룹 정지선 회장 등이 간담회에 참석한다. 이들은 이날 점심 이후 서울 대한상의에 모여 함께 청와대로 출발할 계획이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해 10월 석방된 이후 처음으로 문 대통령과 대면한다. 신 회장은 130여명의 기업인이 참석하는 자리인 만큼 따로 질문을 준비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 측은 신 회장이 평소 실무를 직접 지휘해왔기 때문에 문 대통령과 대면해 갑작스럽더라도 현안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데 아무 문제가 없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신 회장을 비롯한 유통업계 총수들은 대체로 규제완화에 대한 문제를 거론할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계에서 자주 거론해온 '단골소재'라 새로울 것은 없지만 최근 내수경기 부진 등과 맞물려 기업들은 더욱 절실한 입장이다.
한편 정부의 경제인 초청 간담회는 지난 2017년 7월 이후 18개월만이다.
행사를 총괄한 대한상의 측은 "사전 시나리오 없는 자유로운 형식 속에 대기업과 중견기업, 지역상공인들이 산업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허심탄회하게 전달할 예정"이라며 "사상 유례없는 방식으로 열리는 이번 기업인 대화를 통해 경제활력 회복의 물꼬를 트는 다양한 해결책이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