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빈 英노동당 대표, '브렉시트 재투표' 두고 진퇴양난
예비내각 장관들 "재투표 고려시 사퇴" 으름장
노동당 지지자 78%는 '재투표 찬성'
【런던=AP/뉴시스】영국 노동당 제러미 코빈 대표가 15일(현지시간) 브렉시트 합의안 승인투표 이후 발언하고 있다. 그는 정부 불신임안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하원은 승인투표에서 브렉시트 합의안을 230표(찬성 202표, 반대 432표) 차이로 부결시켰다. 2019.01.16
【서울=뉴시스】양소리 기자 = 영국 제1 야당인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제2 국민투표를 두고 진퇴양난에 빠졌다. 국민투표를 다시 실시해야 한다는 당원들의 입장과 지역구를 의식한 당내 의원들의 반발이 충돌하면서다.
17일(현지시간) 영국 스카이뉴스에 따르면 코빈 대표는 이날 잉글랜드 남동부에 위치한 헤이스팅스를 찾아 "영국이 노딜(no deal·EU와 협상 없이 탈퇴)이라는 잠재적 재앙에 직면할 경우, 노동당은 재투표를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여전히 내각 불신임을 통한 조기 총선과 노동당이 요구한 조건이 담긴 브렉시트 합의안을 통과시키는 데 우선순위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가디언은 같은 날 보도를 통해 "노동당 예비내각의 장관 다수가 제2 국민투표를 강력하게 반대한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예비내각 장관 10여명은 코빈 대표가 제2 국민투표를 지지할 경우 사임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예비내각이란 야당이 정권을 잡았을 때를 대비해 구성한 것으로 일명 그림자 내각으로도 불린다. 야당은 일반 내각과 동일하게 각 부서의 장관을 임명하며 이들은 정당 지도부로서 당 운영을 책임진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원은 "(노동당이) 제2 국민투표를 지지한다면 내 입장이 굉장히 곤란해 질 것"이라며 "내 자리(의원직)을 지키고 유권자들을 대표할 희망을 갖고 있다면, 나는 (예비내각 장관직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예비내각 장관 역시 "현 국면에서 재투표를 돌입하는 것은 정말 불편한 상황이다"며 노동당이 선언해온 '조기총선'에 돌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브렉시트를 막는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약속을 지키길 원하는 수백만명의 오래된 지지자들과의 연대를 깨부수는 것이다"고 말했다.
다른 예비내각 장관들도 코빈 대표와 키어 스타머 브렉시트 예비장관에 재투표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16일 발표된 여론조사업체 유고브의 조사에 따르면 따르면 노동당 지지층의 78%는 '제2 국민투표를 원한다'고 답변하며 일반 국민에 비해 재투표에 대한 더 높은 지지를 의사를 밝혔다.
현재 테리사 메이 총리는 지난 15일 영국 하원에서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한 승인투표가 부결된 이후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야당 대표 등과 만나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코빈 대표는 아무런 협상 없이 유럽연합(EU)를 떠나는 '노딜(no deal)' 브렉시트를 배제할 경우에만 메이 총리와 마주 앉겠다고 밝히며 회담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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