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전대 주자들 '우향우' 가속페달…자충수 되나
황교안 "나는 공안검사 출신…통진당도 해산시켜"
홍준표 반발 "통진당 해산은 박근혜의 정치 업적"
오세훈·김진태·안상수는 "우리도 핵개발" "핵무장"
【창원=뉴시스】김기진 기자 =25일 오후 황교안(가운데) 전 국무총리가 경남 창원시 의창구 자유한국당 경남도당 대회의실에서 열린 '황교안 전 대통령권한대행 경남도당 주요당직자와의 간담회'에 참석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황 전 총리 왼쪽은 강기윤 자유한국당 창원 성산 예비후보. 2019.01.25. [email protected]
당원들의 표를 얻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도 볼 수 있지만, 후보들마다 보수 선명성을 드러내는 데에만 열을 올려 선거를 앞두고 당내 '우향후' 바람이 '극우'로의 쏠림을 심화시켜 역효과를 낳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보수대통합을 위한 당의 외연 확장에도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정치판에 한 번도 발을 들인 적이 없는 '신인'이지만 공안검사 출신인 점과 통합진보당 해산을 '경력'으로 내세워 당심 훑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황 전 총리는 최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공안검사 이름으로 국민의 안전과 공익을 지켜왔다"며 "민주적 기본 질서를 지키기 위해 통합진보당을 해산하자고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건의했다"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 충남도당에서 열린 당원 간담회에서도 "총리 시절 통합진보당을 해산시킨 결기로 난세를 헤쳐나가겠으니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이를 두고 홍준표 전 대표는 "통합진보당 해산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치 업적인데 단지 정부의 소송대리인으로 나섰던 분이 그걸 자신의 업적으로 포장하면서 대여 투쟁력을 과시하는 것은 참으로 의아하다"라고 꼬집었다. 이에 황 전 총리는 "통합진보당은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 정당이다, 해산해야 한다고 어려운 건의를 드렸다"며 "대통령이 결단을 했고, 그래서 통합진보당 해산심판을 하게 됐다. 그게 전모"라고 한발 물러섰다.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긴급진단-최악의 미세먼지, 효과적인 대책은' 토론회에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해 당원들의 향수를 자극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북핵 대응에 맞선 해법으로 '핵개발' 논리를 제시해 논란을 일으켰다. 북핵 협상에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기 위한 협상 전략의 일환이었지만 현실성이 떨어지는 대안이라는 비판에 제기됐다.
오 전 시장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자유한국당 의원모임이 주최한 세미나에서 "저는 핵개발론자는 아니지만 옵션을 넓히는 게 외교안보에 도움된다"며 "전술핵 재배치를 뛰어넘어 핵 개발에 대한 야당의 심층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핵개발 논의가 야당에서 시작됐다는 것만으로도 전략적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중국은 생각이 복잡해질 것이고, 미국도 처음에는 전혀 선택가능한 방안이 아니라고 펄쩍 뛰겠지만 운신폭을 넓히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오 전 시장에 대한 공세의 호재로 삼았다. 민주당은 논평을 통해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시대착오적인 핵개발을 주장하고, 동북아를 화약고로 만드는 위험한 '안보팔이'를 하고 있다"며 "오 전 시장은 수권 정당을 목표로 하는 당대표를 하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미국과 동북아의 골칫거리가 되겠다는 것인지 모두를 우려스럽게 만들고 있다. 이 정도면 무모하거나 무지하다고 해야 할 것 같다"고 쏘아붙였다.
【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이 지지자들의 환호속에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계단에서 당 대표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김 의원은 "자체 핵무장이 필요하다"며 "핵무장은 (한국당이) 줄기차게 주장해왔고 많은 분이 동의하실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2016년 말) 미국 트럼프 대통령 인수위 위원장을 만나서 우리도 전략핵 배치하고 핵개발을 할 수밖에 없다는 취지를 전달했다"며 "미국에 다시 가서 오판하지 말라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권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홍준표 전 대표는 25일 '보수의 성지'라는 대구를 찾아 문재인 정부를 겨냥해 "좌파정권이 북한이 주장하는대로 미군이 철수하길 원하는데 그건 핵을 가진 북한 밑에 들어가겠다는 것"이라며 "경제야 망치면 정권 바뀌면 살릴 수 있다. 그런데 안보를 망치면 살릴 수가 없다. 안보위기는 위협이 현실화되면 살릴 수 없다"고 보수층의 위기감을 고취시켰다. 그는 "1년 4개월 전 CFR(미국 외교협회)에 가서 미국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제거하고 북핵만 인정하면 우리는 핵개발을 할 수 밖에 없다고 항의하고 압박한 적 있다"면서 안보위기의 해법으로 핵개발 카드를 다시 꺼냈다.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자유한국당 안상수 의원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정론관에서 전당대회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9.01.23. [email protected]
이러한 전대 주자들의 강성 발언은 보수진영에서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적지 않다. 보수성향 한 야권 의원은 "핵개발이나 핵무장은 말도 안 되는 소리지만 표심을 위해 내뱉는 말 아니겠느냐"면서 "보수진영에서도 대응할 가치가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했다. 이어 "그런 억지 주장을 하는 후보들이 실제로 당대표가 되더라도 현실적으로 핵개발을 당론으로 확정할 수 있겠느냐"면서 "만약 그렇게 된다면 보수대통합 뿐만 아니라 다른 현안에서도 거부감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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