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가맹점 수수료인상]당국, 2분기에 카드수수료 현장점검…직접 개입은 어려울 듯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2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카드수수료 개편방안 당정협의에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최종구 금융위원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학영, 서영교, 남인순 의원, 홍영표 원내대표, 김태년 정책위의장, 최종구 금융위원장, 한정애 의원. [email protected]
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2분기께 개편된 카드 수수료율 산정 실태에 대한 현장점검을 실시할 예정이다. 특히 대형가맹점에 대해 카드사들이 적격비용(원가) 이상의 수수료를 제대로 받고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들여다볼 방침이다.
당초 이번 현장점검은 3월 중 이뤄질 예정이었지만 카드사와 대형가맹점간 수수료 협상이 끝나지 않아 일정이 미뤄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원래는 3월께 진행하려 했는데 이제 막 대형가맹점과 카드사간 수수료 협상이 진행중인데 당국이 조사에 나서면 시장개입 등 오해의 소지가 있을것 같아 구체적 일정을 확정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카드사들은 연매출액이 500억원을 초과하는 2만3000곳의 대형가맹점에 3월1일부로 수수수료율을 인상하겠다고 통보했다.
그동안 대형가맹점들이 부담하는 카드 수수료는 1.8~2.0% 수준이었다. 주요 업종별(2018년 상반기 기준)로 대형마트 1.94%, 백화점 2.01%, 통신 1.80% 등이다. 카드사들은 이를 2.1~2.3% 수준으로 인상키로 했다.
이는 금융당국이 카드수수료 개선안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카드사의 마케팅비용 산정방식도 개선, 대형가맹점의 수수료 산정에 반영되는 적격비용이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기존에는 무이자 할부나, 할인, 포인트 적립 등 카드사 마케팅의 혜택을 대형가맹점들이 주로 누리면서도 그에 드는 대부분의 비용은 모든 가맹점이 공통으로 부담했다. 이 때문에 카드사 마케팅 혜택을 덜 누리는 중소가맹점의 부담이 되레 커지는 문제가 있었다.
그러자 금융당국은 마케팅 혜택을 많이 받는 가맹점이 그만큼 관련 비용을 많이 부담하도록 수수료 산정 체계를 개편했지만 대형가맹점들은 카드수수료 인상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계약해지도 불사하겠다며 카드사의 수수료 인상안에 제동을 건 현대기아차가 대표적이다. 여기에 이동통신 3사와 대형마트 업계도 이의를 제기함에 따라 카드사들은 일부 가맹점과 개별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일부 대형가맹점이 우월적 시장 지위를 이용해 개편된 카드수수료 체계를 무력화하고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위치한 금융감독원의 모습. 2017.09.20. [email protected]
여전법 18조는 대형가맹점의 ▲신용카드업자에게 부당하게 낮은 가맹점수수료율을 정할 것을 요구하는 행위 ▲신용카드와 관련한 거래를 이유로 부당하게 보상금, 사례금 등 명칭 또는 방식 여하를 불문하고 대가를 요구하거나 받는 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금융위는 해당 가맹점을 사법당국에 고발할 수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수수료 인하를 과도하게 요구한 대형가맹점을 실제 처벌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카드사와 대형가맹점 간 수수료 결정 과정이 어디까지나 사적영역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기업끼리의 협상에 당국이 어디까지 관여할 수 있느냐가 불분명하고 시장 개입 자체만으로도 또 다른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 여전법 위반을 이유로 대형가맹점을 처벌한 사례가 없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대형가맹점에 비해서는 을(乙)에 가깝다고 해도 카드사를 과연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처럼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필요로 하는 약자로 볼 수 있느냐는 문제도 남는다. 금융회사가 아닌 다른 산업군의 기업들을 금융당국이 직접 제재하는데 따른 부담도 있다.
실제 2분기께 실시될 카드 수수료 실태 조사도 가맹점이 대상이 아니라 카드사가 점검 대상이 될 것이라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따라서 금융당국이 현장점검이나 여전법상 처벌 가능성들을 거론하고는 있지만 양측 갈등에 개입 없이 엄포만 늘어놓는 수준에 그칠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가맹점에 적용되는 카드 수수료는 협상을 통해 결정돼야 할 여지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이 과정에 당국이 개입해 가맹점의 횡포라고 판단해서 조치한 전례가 없고 앞으로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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