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천재일우의 기회 놓쳤다"…北, 또다시 벼랑 끝 전술?
"다시 이런 기회가 차려질지 장담하기 힘들다"
"우리의 원칙적 입장에 추호도 변함없을 것"
"김정은 위원장 조미거래 의욕 잃지 않겠나"
제재 '전면 완화' 주장에 강한 거부감 드러내
엄포 놓으면서도 북측 협상안 차분하게 설명
대화 모멘텀 유지 신호…"새로운 상봉 약속"
【하노이=AP/뉴시스】리용호 북한 외무상(오른쪽 앉은 사람)과 최선희 부상이 1일 베트남 하노이 멜리아 호텔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에 대한 북측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19.03.01
그러면서도 '협상 중단'을 선언하지는 않았다. 하노이 선언이 무산된 데 대한 북한의 입장을 설명하고, 요구 조건을 분명하게 밝혔다. 이를 바탕으로 미국과 대화를 계속하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리용호 외무상은 1일 오전 0시15분(한국시간 오전 2시15분) 북측이 숙소로 사용하고 있는 하노이 멜리아호텔에서 전세계 기자들을 상대로 '제2차 조미수뇌상봉 회담'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리 외무상은 북한이 요구한 것은 제재의 '전면 완화'가 아니라 '일부 완화'라고 강조했다. 이는 영변 핵시설을 미국 전문가 입회하에 영구 폐기하는 조건으로 제시됐으며 '현실적인 제안'이라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리 외무상은 "현 단계에서 우리가 제안한 것보다 더 좋은 합의가 이뤄질 수 있겠는지 이 자리에서 말하기 힘들다. 이런 기회마저 다시 오기 힘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우리의 이러한 원칙적 입장에는 추호도 변함없을 것이고, 앞으로 미국 측이 협상을 다시 제기해오는 경우에도 우리 방안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북측이 제시한 안 외에는 사실상 협상의 여지는 없다는 선언으로,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서 자주 썼던 '벼랑 끝 전술'이 재현되는 순간이었다.
리 외무상은 회견을 시작하며 "질문은 받지 않겠다"고 했고, 준비된 원고를 읽은 뒤 회견장을 떠났다. 기자들의 질문 세례는 그와 동행한 최선희 외무부 부상에게 쏟아졌다. 최 부상은 굳은 표정으로 담담하게 북한의 입장을 밝혔다.
최 부상은 북측의 협상안을 재차 설명하며 "이런 제안을 미국 측이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현재 미국이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일갈했다. 협상 결렬의 책임이 미국에 있다는 북한의 시각을 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사라 샌더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이 2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마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환하게 웃으며 악수하는 사진을 게제했다. 2019.02.28. (사진=사라 샌더스 미 백악관 대변인 SNS 캡처) [email protected]
북한은 리 외무상과 최 부상의 대언론 발표를 통해 이번 정상회담이 합의문이라는 성과없이 끝난 데 대한 불편함을 여실히 전달했다. 이렇게까지 엄포를 놓은 것은 회담 결렬 직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전면적인 제재 해제를 요구했다"고 밝힌 데 대한 불쾌감이 깔렸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북한은 전면전은 택하지 않았다. 오히려 영변 핵시설과 유엔 제재가 어떤 의미인지 공개적인 자리에서 나름의 논리를 갖춰 설명했다. "미국이 아직은 군사분야 조치를 취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것으로 보고 부분적인 제재 해제를 상응조치로 요구했다"거나, 영변 핵시설 폐기에 대해 "역사적으로 제안하지 않았던 제안"이라고 설명한 부분이 특히 그렇다. 서로의 입장 차이를 분명히 인식하고, 좁힐 여지를 차분히 찾아보자는 의도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김 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며 "우리는 계속 협의를 이어갈 것"이라는 언급으로 협상 모멘텀 유지 의사를 밝혔다. 이는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전날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웃으며 두 정상이 헤어지는 사진을 올린 데서도 방증된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운 상봉을 약속하며 작별인사를 나눴다"고 밝혔다. 아울러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 관계의 획기적 발전을 위해 생산적인 대화들을 계속 이어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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