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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대화 중재구상 마친 文…美 설득 방향으로 '가닥'

등록 2019.03.17 21:3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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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 혹은 전무' 방식 제고…일괄타결 美 방침 한계 지적

비핵화 로드맵 합의→세부 합의 바람직…단계 접근 강조

조기재개·3각협력·남북역할…'文액션 플랜' 3대 원칙 제시

남북→한미→북미 정상회담 순…북미대화 재개 절차 밑그림

【프놈펜(캄보디아)=뉴시스】전신 기자 = 캄보디아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프놈펜 캄보디아 총리실에서 열린 한-캄보디아 비즈니스 포럼 오찬에 참석해 있다. 2019.03.15.  photo1006@newsis.com

【프놈펜(캄보디아)=뉴시스】전신 기자 = 한·캄보디아 비즈니스 포럼 도중 사색에 잠긴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 (사진=뉴시스DB). 2019.03.1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태규 기자 = '하노이 노딜' 이후 북미 비핵화 대화 중재안 마련을 위해 장고(長考)에 들어갔던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이 아닌 미국을 설득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포괄적 합의·일괄 타결'이라는 협상 방침을 고수해 온 미국의 접근법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는 게 문 대통령이 내린 잠정적인 결론이다. 북한을 협상장으로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최소한 1~2차례의 추가 정상회담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7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기자회견을 끝으로 내린 문 대통령의 향후 액션플랜(Action plan·실행계획)에 대한 구상을 부분적으로 공개했다.

이 고위 관계자는 "우리 정부는 향후 하노이 회담의 긍정적 효과는 극대화시켜나가면서 부정적 영향은 최소화하는 방향에서 (북미 비핵화) 협상의 모멘텀을 계속 유지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의 핵·미사일 모라토리엄(moratorium·유예)은 계속 유지돼야 한다"며 "남북이 그동안 추진해 온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긴장완화의 노력도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런 남북의 노력이 북미 비핵화 협상을 위한 매우 긍정적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믿고 있다"며 "이런 노력을 더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 고위관계자는 "협상이 지연되는 것이 장기화가 될수록 불확실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이것을 방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미국도 생산적인 회담을 강조하면서 실무협상의 조기 재개를 강력히 희망하고 있기 때문에 좋은 결실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남북미 3국 정상간의 유대·신뢰·대화를 계속 유지해나가야 한다"며 "남북미 3자 정상 간 일종의 '삼각 구도'의 협력구도를 계속 유지해 나가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어떻게 보면 이번에는 남북 간 대화의 차례가 아닌가 보여진다"며 "우리에게 넘겨진 바통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착 상태에 빠진 비핵화 대화 상황의 장기화를 막기 위해선 남북미 3자 정상간의 협력 구도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 과정에서 조성된 남북 정상 대화 국면을 잘 활용해 나가기 위해 고민하겠다는 3가지 방향성을 분명하게 제시한 것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의 이러한 구상은 '하노이 노딜' 이후 북미 양측과 접촉하며 회담 결렬 상태를 복기하고, 처음 나온 북한의 공식적인 반응까지 지켜본 뒤 공개한 것이라 시사점이 크다.

청와대는 그동안 2차 북미 정상회담의 결렬 과정을 정밀하게 복기하고, 그 토대 위에서 전략적 판단과 문 대통령의 추후 행보를 결정할 수 있는 '액션 플랜'(Action plan·실행계획)을 마련하겠다고 밝혀왔다.

한정우 청와대 부대변인은 지난 7일 정례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의 역할이 커졌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북한과 미국의 정확한 반응과 전체적인 상황에 대해 파악을 하고 있고, 그것에 따른 전략적 판단이 있어야 한다"며 "그 판단에 따라 액션 플랜이 정해질 것이고, 그것이 가시화 되는 시점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하노이=AP/뉴시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28일(현지시간)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 회담장에서 회담하고 있다. 2019.02.28.

【하노이=AP/뉴시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모습. (사진=뉴시스DB). 2019.02.28.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우선 2차 북미 정상회담의 결렬에 따른 북미 양측이 떠안게 된 득실에 대한 나름의 평가에 대해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저희가 볼 때 미국은 대체로 실보다는 득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은 합의 무산으로 인해 자국내 정치적으로 부담이 전혀 없는 것처럼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어 "오히려 어떤 면에서는 '정치적으로 도움이 된 것이 아닌가'라고 본다"며 "미국 입장에서는 아무것도 주지 않고 북한이 내놓을 수 있는 카드를 확인했다. 앞으로 협상을 하는데 (주도권을 확보한 것)으로 저는 평가한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거꾸로 북한이 이번 합의 무산으로 경험한 '내상(內傷)'이 더 크다고 분석했다.

그는 "반면에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이번 회담 결과가 상당히 당황스러웠을 것"이라며 "김 위원장 입장에서는 많은 기대를 하고 60시간 이상 기차 여행을 했음에도 빈손으로 귀국한 것에 대한 많은 국내 정치적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추정해본다"고 말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의 합의 무산으로 인한 북미가 입은 각각의 손익을 따져보면 미국은 이득을 챙겼고, 반대로 북한은 잃은 부분이 더 많다는 게 이 고위관계자의 분석이다.

이러한 인식은 향후 비핵화 협상 재개를 위한 우리 정부의 중재 전략에도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이 관계자는 "일시에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며 "소위 미국의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 전략에 대해서는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번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과정에서 드러난 트럼프 행정부의 '포괄적 합의·일괄 타결' 방식만을 고수해서는 접점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북한이 극력 반대하고 있는 '선(先) 비핵화, 후(後) 보상' 방식으로는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것을 에둘러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과거 카다피 정권을 무너뜨렸던 '리비아식 해법'을 '빅딜(big deal)'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고 있지만 북한이 절대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녹아있다고 볼 수 있다.

최 부상이 핵·미사일 시험 재개 여부에 대한 김 위원장의 결단이 임박했다며 북한의 '벼랑 끝 대치'를 시사한 것도 이러한 판단에 어느 정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청와대가 판단하고 있는 효과적인 협상 전술에 대한 개괄적인 구상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평양=AP/뉴시스】15일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가운데)과 북측 관계자들이 평양에서 각국 외교관과 외신 기자들을 상대로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최 부상은 이날 "북한은 미국과의 협상 중단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9.03.15

【평양=AP/뉴시스】15일 평양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가운데)과 북측 관계자들의 모습. (사진=뉴시스DB).2019.03.15


그는 "미국은 우선 '완전한 비핵화'라는 포괄적 목표 달성을 위한 로드맵에 합의토록 북한을 견인해 내야 한다"며 "그런 바탕 위에서 '스몰 딜'을 '굿 이너프 딜'로 만들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비핵화의 의미있는 진전을 위해서는 한 두 번의 연속적인 '조기 수확(early havest)'이 필요하다"며 "이런 것을 통해서 상호 신뢰구축과 구축된 신뢰를 바탕으로 최종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하노이 회담을 통해서 확인된 한 번의 비핵화 담판을 통해서는 원하는 것을 한 꺼번에 얻기 힘들다는 현실적인 교훈을 상기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 나아가 비핵화 조치에 상응하는 미국의 조치가 수반되지 않고서는 접점이 마련될 수 없다는 북한측 입장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도 해석된다.

다만 이 관계자는 "물론 이 과정에서 최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향·과정과는 동떨어진 분절된 방식의 단계적 협상, 소위 말하는 '살라미식' 협상은 경계해야 한다"며 미국이 어떤 점을 가장 우려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는 메시지도 빼놓지 않았다.

완전한 비핵화라는 최종 목표를 위해서는 큰 틀에서 1~2차례 북미 정상회담을 거쳐야 한다는 것으로 우선 '비핵화 입구'를 찾는 데 노력해야 한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첫 회담에서는 비핵화 입구와 출구를 명시한 비핵화 로드맵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고, 두 번째 회담을 통해서 구체적인 타임라인과 조건들을 맞춰나가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라는 것이다.

이 고위관계자는 '비핵화의 출구와 관련해 백악관이 갖고 있는 입장과 거리감이 있다'는 지적에 "한미 간 긴밀한 대화를 유지하고 있고, 비핵화의 최종 단계 즉, 'end state'를 달성하기 위한 로드맵에 대한 기본 인식은 한미 간에 전혀 차이가 없다"고 일축했다.
 
이렇듯 바람직한 비핵화 협상의 재개 방안에 대한 우리 정부의 밑그림이 그려진 만큼 문 대통령이 조만간 김정은 위원장에게 우리 정부의 이러한 구상에 대한 수용 가능성을 확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김 위원장의 입장을 전달, 최종 북미 정상의 대화를 매개할 것으로 관측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이제는 남북 간 대화의 차례가 아닌가 보여진다"고 한 것도 한 차례 이견으로 돌아선 북미 정상의 직접적인 만남보다는 남북→한미→북미 정상회담의 수순이 바람직하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11월에 예정된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참석과 별개로 추진되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아직 구체적인 합의라든지 추진 상황은 없지만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은 그것과는 완전히 다른 사업이라고 보면 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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