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연기여부, 마크롱 손에 달렸다?
EU 긴급정상회담 10일 개최
메이 총리는 분주한 설득 작업
獨 매체 "구걸 투어" 조롱
【파리=AP/뉴시스】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과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9일(현지시간) 파리의 엘리제궁에서 회담을 시작하기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19.04.10.
【서울=뉴시스】양소리 기자 = 10일 브렉시트 논의를 위한 유럽연합(EU) 특별정상회담이 예정된 가운데 프랑스가 브렉시트 일정의 키를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가디언, 미국 워싱턴포스트(WP) 등은 EU의 의사결정체계가 '만장일치'를 원칙으로 하고 있는 만큼 브렉시트에 대한 강경 노선을 취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의견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를 의식한 듯 메이 총리 역시 프랑스 설득 작전에 열을 올린 모습이다.
9일 메이 총리는 낮 12시께 독일 베를린에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오후 6시께 프랑스 파리에서 마크롱 대통령을 만나 6월30일까지의 짧은 브렉시트 연기를 요청했다.
독일 언론은 이를 두고 '구걸 투어'라며 조롱하기도 했다.
메르켈 총리 측은 회담 후 "질서 있는 브렉시트의 중요성을 확인했다"며 형식적인 논평을 내놓은 반면 마크롱 대통령 측은 성명 조차 발표하지 않았다.
이날 프랑스 유럽 담당 장관인 아멜리 드 몽샤랭은 브렉시트 연기는 "합의된 것도 아니고 자동적인 것도 아니다"며 영국의 브렉시트 연기 요청은 "연장 기간 동안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설명하는 신뢰가능한 정치적 계획이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의회 의원들과 전문가들은 "마크롱 대통령이 영국의 요청을 홀로 거부할 것 같진 않다"면서 "이는 유럽의 중심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했던 그를 오히려 고립시키는 결과를 낳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영국의 지지부진한 브렉시트 협의 과정을 3년째 지켜보며 유럽 전역에서는 EU가 끝없는 브렉시트 논의에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중지가 모이는 분위기다.
피에르 비몽 전 EU 프랑스 대사는 "프랑스는 이에 대해 거리낌 없이 말하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며 "사실 유럽 회원국 다수가 브렉시트 피로를 느낀다. 그들 모두 브렉시트로 인해 발생하는 자국 문제에 시달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프랑스 대통령실 관계자는 "브렉시트 연기 문제에 대해서도 EU는 계속 제 기능을 해야 한다"며 "영국이 브렉시트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주기적인 검토를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브렉시트 연장을 위한 10일 EU 정상회의를 놓고도 프랑스 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마크롱 대통령의 고문으로 알려진 프랑수아 에스부르는 "이번 정상회담은 완전 어리석은 일을 위해 하루를 날리는 일"이라며 비난했다.
미국 워싱턴 소재의 외교 전략 싱크탱크 '대서양위원회(Atlantic Council)' 소속의 벤야민 아다드 연구원의 "브렉시트를 질질 끌며 EU의 주의가 산만해졌다. 이는 분노로 이어졌고, 더 많은 분노가 생길 수도 있다"며 "프랑스를 시작으로 모두가 이를 피하고자 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한편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10일 EU 특별정상회의에서 브렉시트 시한을 1년 연기하는 '탄력적 연기(flextenstion)' 방안을 상정할 예정이다.
AFP 통신에 따르면 투스크 의장의 '탄력적 연기' 초안에는 "영국이 5월 23일부터 26일까지 치뤄지는 유럽의회 선거 기간에도 EU 회원국으로 남아있을 경우, 선거에 참여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영국이 이러한 의무에 부응하지 못할 경우 브렉시트는 6월1일 이뤄진다"고 조건을 달았다.
가디언은 "9일 밤 프랑스를 비롯한 EU 외교관들은 심야 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에 일정 부분 동의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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