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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적 허점 속 보호받지 못하고 숨진 의붓딸

등록 2019.05.02 16:3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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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아동 수사 장시간 소요…경찰 아동보호 개입 권한 적어

조사는 의사능력 부족 고려…보호는 아동 의사 존중 '모순'

【광주=뉴시스】신대희 기자 = 자신의 성범죄를 신고한 중학생 의붓딸을 살해·유기한 혐의를 받는 김모(31·사진 왼쪽)씨가 1일 광주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고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이를 공모·방조한 혐의를 받는 친모 유모(39·오른쪽)씨는 전날 광주 동부경찰에 긴급체포됐다. 2019.05.01.  sdhdream@newsis.com

【광주=뉴시스】신대희 기자 = 자신의 성범죄를 신고한 중학생 의붓딸을 살해·유기한 혐의를 받는 김모(31·사진 왼쪽)씨가 1일 광주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고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이를 공모·방조한 혐의를 받는 친모 유모(39·오른쪽)씨는 전날 광주 동부경찰에 긴급체포됐다. 2019.05.01. [email protected]


【광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성폭행 신고를 이유로 계부에게 살해당한 여중생이 잇단 학대 피해를 입었지만 제 때 적절한 보호를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다.

일각에선 아동 학대·성범죄 수사에서 가장 중요한 아동보호에 제도적 허점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2일 전남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 2016년 5월 A(당시 10살)양은 아동전문보호기관을 통해 '친부가 이혼한 엄마 유모(39)씨와 계부 김모(31)씨가 사는 광주 집에 찾아갔다는 이유로 청소도구로 때렸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이후 친부는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되고, 피해자인 A양과 격리 차원에서 접근금지 가처분명령을 받았다.

이를 계기로 A양은 광주의 친모 유씨 집에서 계부 김씨와 함께 살았지만, 이번엔 김씨의 학대가 이어졌다.

김씨는 '말을 듣지 않는다'며 지속적으로 A양을 때리고 집에서 쫓아내는 등 학대를 일삼았다. 실제 김씨는 2017년 11월 A양을 때린 혐의(아동복지법 위반)로 입건됐다. 

결국 A양은 지난해 초부터 다시 친부의 목포 집으로 돌아왔다.

A양은 친부와 함께 지난달 9일 '계부 김씨가 음란영상물을 보낸다'며 신고했다. 경찰은 계부의 학대를 방관했던 친모와 학대 전력이 있는 친부 사이에 놓인 A양을 아동전문보호기관 등에 맡기지 않았다.

계부의 처벌을 요구하는 A양의 친부모가 충분한 보호의지와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규정 상 경찰이 A양을 전문기관에 위탁보호를 요청할 권한은 없었고, A양도 '살고 있는 친부 집에 머물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사흘 뒤 A양이 추가로 계부의 성범죄 가해 사실을 경찰에 알렸고, 지난달 14일 해바라기센터에서 친부와 국선변호사, 아동보호기관 관계자 등이 동석한 가운데 A양을 상대로 피해 조사가 이뤄졌다.

A양이 담당 수사관에게 신변보호를 요청했다가 취소하면서 A양은 숨지기 전까지 친부 집에서 지냈다.

이 사이 신고 사실을 친모로부터 전해들은 계부 김씨는 유씨를 통해 목포에 있던 A양을 전화로 불러내 차량에 태웠다.

김씨는 지난달 27일 오후 5시부터 오후 6시30분 사이 전남 무안군 한 농로에 세워둔 자신의 차량 안에서 A양을 살해했다. 당시 딸을 보호해야 할 유씨는 2살 난 아들과 차량 운전석에 앉아 범행을 방조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범죄피해 아동에 대한 보호에 제도적 허점이 많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경찰관계자는 "만 13세 미만 아동 관련 범죄는 진술의 증거능력 확보를 위해 유관기관 협조 속에서 상담과 조사를 병행, 속기록 형태로 작성한다"면서 "속기록에는 아동의 유대관계 형성과정부터 심리상태, 피해 내용 등이 포함되기 때문에 경찰이 기록을 검토하는 데 오래 걸린다. 메뉴얼 상, 피해자 가족 등 참고인도 모두 조사해야해 수사가 통상 수개월이 걸린다"고 밝혔다.
 
이어 "최소 수사기간 만큼이라도 피해아동이 정서·신변에 영향을 줄 요인과 격리돼야 하지만, 긴급한 상황이라도 경찰이 아동을 전문보호기관에 맡길 권한이 없다"면서 "임의조항으로서 보호 조치는 가능하지만, 재량이 크지 않아 부담이 크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만 13세 미만 아동은 판단·의사능력이 부족하다고 여겨, 관계기관 협조 속에서 별도 전문기관이 수사하면서도 정작 신변보호 조치는 아동의 의사에 따르는 것은 모순이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우리보다 앞서 관련 제도를 갖춘 미국은 사건이 접수되는 순간부터 범죄피해 아동을 가정과 격리한다. 이후 아동을 보호전문기관에 맡기거나, 주기적인 가정 방문조사를 진행해 2차 피해를 예방한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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