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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새 냉탕 온탕 오간 靑…살얼음판 속 다소 안도감도

등록 2020.09.25 19: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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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0시 文대통령 국군의날 행사에서도 논란 지속

北 통지문으로 분위기 급반전…김정은 "대단히 미안"

남북관계 중대 기로 위기감 속 일단 한숨 돌린 분위기

北 이례적 신속 반응…"박왕자 사건과는 현격한 차이"

남북 정상 친서 전문도 공개하며 신뢰 끈끈함 강조

사건 엄중함 비춰봤을 때 관계 회복 기대는 섣불러

靑 "남북 관계 기대나 앞으로의 계획 언급할 때 아냐"

[이천=뉴시스]추상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전 경기도 이천시 육군 특수전사령부에서 열린 제72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 참석, 기념사를 하고 있다. 2020.09.25. scchoo@newsis.com

[이천=뉴시스]추상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전 경기도 이천시 육군 특수전사령부에서 열린 제72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 참석, 기념사를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홍지은 기자 = 북한군의 공무원 피격 사건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속 사과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문재인 정부가 공들여온 남북 관계가 자칫 중대 기로에 빠질 수 있다는 위기감 속에 청와대는 일단 북측의 이례적이고 신속한 답변에 한숨 돌리는 분위기다.

다만 자국민이 북측에 의해 사살당했다는 사건의 엄중함을 비춰봤을 때, 남북관계 급진전을 기대하기에는 아직 섣부르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남북 관계에 대한 기대나 앞으로 계획에 대해서 언급하는 것은 때가 아니라고 본다"며 선을 그었다.

전날 시작된 북한군 공무원 피격 사건 충격은 25일에도 이어졌다. 공교롭게도 제72주년 국군의 날인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오전 10시부터 기념행사에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그 어떤 대북 메시지도 내지 않았다.

이를 두고 야권에서는 "규탄과 강한 항의는커녕 그 흔한 유감표명 한마디 하지 않았다"는 비난이 쏟아져 나왔다. 여권 일각에서도 국군이 함께 모이는 자리에서 국군통수권자가 이번 사태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는 반응이 나왔다. 적어도 북한을 향한 유감 표명은 필요했다는 것이었다.

그런 가운데 이날 오후 2시 서훈 국가안보실장의 브리핑으로 청와대 내부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서 실장은 이날 오후 '조선 노동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가 우리 측에 통지문을 보낸 사실을 공개했다.

통지문에는 "우리 측은 북남 사이 관계에 분명 재미없는 작용을 할 일이 우리 측 수역에서 발생한 데 대하여 귀측의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고 적혔다.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북한 노동신문은 1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태풍 피해복구를 마친 황해북도 금천군 강북리 현장을 방문하여 현지지도했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2020.09.15.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북한 노동신문은 1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태풍 피해복구를 마친 황해북도 금천군 강북리 현장을 방문하여 현지지도했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2020.09.15. [email protected]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가 전날 북측에 "반인륜적 행위에 대해 사과하고, 이러한 사태의 재발방지를 위한 분명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한 뒤 하루 만에 나온 반응이었다.

게다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가뜩이나 악성 비루스 병마에 위협으로 신모하고 있는 남녘 동포들에게 도움은커녕 우리 측 수역에서 뜻밖에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여 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커다한 실망감을 더해준 데 대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뜻을 통지문을 통해 전했다.

청와대는 일단 북한의 이례적이고 신속한 반응으로 '제2의 박왕자 사건'은 피했다는 데에 한숨 돌리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2008년 고(故) 박왕자 씨 피격 사건 때와 비교하면 이번 사건에서 북한의 태도는 현격히 다르다"고 했다.

'박왕자 사건'은 북한이 책임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남북 관계가 완전히 단절되는 촉발점이 됐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경우 북한이 논란 하루 만에 신속한 반응을 내놓으면서 어찌됐든 남북관계가 파국으로 가는 사태만은 막아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청와대는 보고 있다.

게다가 김 위원장이 이례적으로 대남 공개 사과 표명을 한 대목 역시 이번 사안에 대한 엄중성을 인식하며 남북 관계를 극한 대치 상태로 회귀시키지는 않겠다는 의지의 발현이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나온다.

북측은 또 통지문에서 "우리 지도부는 이와 같은 유감스러운 사건으로 인하여 최근에 적게나마 쌓아온 북남 사이의 신뢰와 존중의 관계가 허물어지지 않게 더욱 긴장하고 각성할 것"이라며 필요한 안전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청와대는 이러한 북측 통지문을 알린 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최근 주고받은 서신 전문까지 공개하며 물밑에서 양 정상 간 신뢰의 끈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부각했다.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서훈 국가안보실장이 25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 룸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0.09.25.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서훈 국가안보실장이 25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 룸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이는 문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북한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거세지는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서 실장은 "오늘 오후 북측에서 보내온 통지문 공개 이후 남북 정상 간 친서 교환 문제에 대한 국민 관심이 커짐에 따라, 문 대통령은 최근 (김 위원장과) 주고받은 친서 내용도 있는 그대로 모두 국민들에게 알려드리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북측의 신속 반응에 청와대는 한숨 돌리고 있지만, 여전히 사건 진상 파악이 진행 중인 상태에서 마냥 안도할 수는 없다는 분위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친서 교환을 한반도 평화 급진전의 단초가 될 수 있다고 보기엔 섣부르다"고 했다.

게다가 야권에서는 세월호 사건과 이번 사건을 연계 지으며 문 대통령을 겨냥한 공세를 펴고 있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재가동하는 데 일정 부분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국군의날 기념행사 참석에 앞서 북측의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살 사건 조사 경위를 담은 통보문에 대해 보고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행사 참석에 앞서 북측 통지문을 통해 전후 상황과 맥락을 모두 파악했기 때문에 기념사에서 피격 사건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문 대통령은 기존 연설문에서 '정부와 군은 경계태세와 대비태세를 더욱 강화하는 한편,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그 어떤 행위에 대해서도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는 문장만 새로 추가했다고 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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