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환자에 투약하는 렘데시비르…"괜찮다"는 트럼프에게 왜 처방했을까
미국, 산소치료대상자만 렘데시비르 투약 대상
트럼프, 70대 고령에 과체중 등 고위험군 우려
"조기에 써야 치료효과 있어…예외적으로 가능"
[워싱턴=AP/뉴시스] 2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월터리드 국립군병원으로 이동하기 위해 백악관을 나서면서 카메라를 향해 손짓하고 있다. 2020.10.03.
질병관리청(질병청)은 4일 "미국 NIH(국립보건원)의 현재 렘데시비르 투여 권고 기준은 산소치료대상자(Low flow)"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확진자 중 산소치료를 받는 확진자는 공급받는 산소요법의 정도에 따라 고유량(High flow), 저유량(Low Flow)으로 구분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중증환자는 산소마스크 및 고유량 산소요법 치료를 받는다. 단 고유량 치료와 저유량 치료를 받는 환자 모두 산소치료대상자로서 렘데시비르 투여 권고 기준에 해당한다.
외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중증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케일리 캐너내니 백악관 대변인은 2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숀 콘리 백악관 주치의 성명을 올리고 "그(트럼프 대통령)는 어떠한 보조적인 산소(supplemental oxygen)도 필요로 하지 않고 있지만, 전문의들과 상의해 우리는 그에게 렘데시비르 치료를 시작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케일리 캐너내니 대변인의 발언과 NIH의 기준을 종합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산소치료대상자가 아니어서 렘데시비르 치료 대상자가 아닌데도 투약을 받은 것이다.
김우주 고려대학교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 같은 배경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고령인데다 비만이 있고, 고혈압이나 당뇨, 동맥경화처럼 기저질환이 있을 수 있다"며 "유망하다고 생각하는 렘데시비르를 선제적으로 쓴 것 아니겠느냐"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만 74세의 고령이다. 고령층은 코로나19의 대표적인 고위험군이다. 지난 3일 기준 우리나라 중증·위중 환자 52명 중 70대 중중 환자는 17명으로 32.7%, 위중환자는 22명으로 42.3%에 달한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110kg에 달하는 과체중으로 알려졌다. 의학저널 랜싯(Lancet)에 실린 연구 논문에서는 비만 환자의 경우 코로나19 유병률 1.35배, 중환자실에 입원할 정도의 환자 유병률은 1.89배 높았다.
김우주 교수는 "치료제는 조기에 써야 치료 효과가 있으니 전문가 소견을 통해 투약을 받았을 것"이라며 "세계적으로 주요한 인사이고 미국 대통령이라 예외적으로 가능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질병청은 우리나라의 경우 대통령 등 특정한 인사가 감염됐을 때 별도의 치료·입원·격리·동선공개 등의 지침 등은 없다고 밝혔다.
렘데시비르는 에볼라 치료제로 만들어졌으나 임상시험 결과 코로나19에도 일부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 전 세계적으로 각광을 받았다.
지난 5월 NIH는 코로나19 폐렴 환자 1063명을 대상으로 렘데시비르와 위약을 10일간 투여하는 시험을 했다. 그 결과 렘데시비르를 투여한 치료군은 회복시간이 11일, 위약을 투여한 치료군은 15일 걸렸다. 렘데시비르를 투여하면 회복시간이 31% 빠른 것이다. 확진자 중 사망자 비율을 나타내는 치사율은 렘데시비르 치료 14일 후 11.9%에서 7.1%로 감소했다.
이 같은 성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같은 달 렘데시비르를 코로나19 치료제로 긴급 사용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긴급 사용 승인 당시에는 투약 대상이 '중증 이상' 환자였다.
그러다 7월께에는 NIH의 치료지침이 일부 변경돼 현재처럼 중증환자인 산소치료대상자에게 투약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중증환자는 산소포화도가 떨어져 산소치료가 필요한 환자고, 위중환자는 자가호흡이 어려워 인공호흡 등의 치료가 동반돼야 한다.
렘데시비르 투약 기준은 국가별로 상이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5월3일 특례 수입을 결정한 이후 중증환자에게 사용을 권고하고 있다. 경증환자에게는 권고하지 않는다.
3일 기준 국내 60개 병원에서 529명 환자가 렘데시비르를 공급 받았다. 방대본이 지난달 8일 렘데시비르를 공급받은 274명의 환자를 분석한 결과 16명이 사망했다.
일본의 경우엔 중등도~중증 환자에게 렘데시비르 투약을 권고하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경증환자에게는 권장하지 않는다.
렘데시비르의 경우 일부 부작용이 발생하는 사례도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28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렘데시비르의 국내 3상 임상시험 중 심박수 감소라는 부작용 발생을 인지하고서도 치료제 사용을 허가했다고 주장했다.
하이드록시 클로로퀸이나 칼레트라 등 코로나19 치료제로 기대를 모았던 다른 약물들도 임상 과정에서 부작용이 발생하거나 효과성이 낮아 임상시험이 철회된 바 있다.
식약처는 "렘데시비르 임상시험 중 식약처로 보고된 이상반응은 ’심박수 감소‘(서맥) 1건이다. 이 약 주사 시 과민반응으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이라며 "약을 천천히 주입하면 예방할 수 있다. 부작용이 발생한 환자 역시 별도 조치 없이 회복됐다"고 해명했다.
현재 전 세계 각국에서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이 진행 중이며 우리나라에서는 지난달 25일 기준 치료제 15건, 백신 1건의 임상이 진행 중이다. 정부는 올해 말 혈장 치료제, 내년 상반기 항체 치료제, 내년 중 백신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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