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상승 일조…부동산 쓸어담는 외국인 규제 어쩌나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취득 건수 매년 늘어
"집값 상승 원인 중 하나" 규제 목소리 커져
"외국인 거주자 차별 신중해야" 반대 의견도
국토부, 실거주 아닌 외국인 규제 방안 검토
31일 한국감정원 통계에 따르면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매입 건수와 액수는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외국인이 매입한 국내 아파트는 2016년 3004가구, 2017년 3188가구, 2018년 3697가구, 2019년 3930가구로 늘었다.
올해는 더 가파른 속도로 늘고 있다. 지난 8월 말까지 3825가구를 기록해 이미 작년 한 해 매입 건수에 육박한 상황이다.
특히 외국인은 최근에 경기도 아파트를 집중적으로 사들이는 양상이다. 올해 들어 8월 말까지 경기도 아파트 매입 건수(2004가구)는 작년 한해 건수(1839가구)를 돌파했다.
다만 전체 주택매매 건수에 비하면 많은 숫자는 아니다. 올해 들어 8월 말까지 외국인은 서울 아파트 423채를 사들였는데 이는 이 기간 전체 거래량 8만8936건 중 0.47%에 불과하다.
하지만 각종 대출 규제를 받은 내국인에 비해 외국인은 자금을 조달하는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편이어서 역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외국인은 통상 부동산을 취득할 때 자국의 은행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외국인이 해외에서 대출받는 것까지 우리 정부가 규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국인들의 투기성 부동산 취득을 막기 위해 정부가 적절한 규제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실에 따르면 외국인이 구입한 아파트의 실거주 여부 조사 결과 소유자가 거주하지 않는 아파트가 32.7%로 나타났다. 거주보다는 부동산 투기 성격이 강한 셈이다.
국회에는 외국인의 부동산 취득에 대해 취득세와 양도소득세를 중과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다수의 법안들이 발의된 상태다.
이용호 무소속 의원은 외국인의 부동산 취득에 대해 표준세율에 20%를 더한 세율을 적용하고, 고급 주택은 26%를 적용하는 내용의 법안을 내놨고, 더불어민주당 정일영 의원은 주택 취득 후 6개월 이내에 실거주하지 않을 경우 취득세율을 20% 중과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외국인의 부동산 취득에 대해 세금을 중과하는 해외 사례도 적지 않다. 홍콩의 경우 비영주권자가 부동산을 취득하면 부동산 가격의 30%를 취득세로 납부하게 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외국인이 주거용 부동산을 사면 취득세를 20% 추가 부과하고, 정부로부터 사전 구매 승인도 받도록 하고 있다.
호주는 외국인이 주거용 부동산을 취득할 때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 승인을 받도록 하고, 승인받더라도 기존 주택의 구매는 금지하고 있다. 1년 중 6개월 이상 비어 있으면 공실 요금도 부과한다.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은 최근 국토위 전체회의에서 "외국인이 거주하지 않으면서 국내 부동산을 취득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명백한 부동산 시장 교란 행위"라며 "싱가포르나 홍콩처럼 우리도 외국인에 대해 엄중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고 밝혔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최근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취득 쟁점과 과제' 보고서를 통해 "투기성 매매를 막아 주택시장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외국인의 시장 교란 정도에 대한 파악이 선행돼야 하며 주택의 유형, 가격, 위치 등의 조건에 따라 차등 과세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외국인 실거주 의무를 강화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한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 8월25일 국회 국토위 전체회의에서 "내국인과 외국인의 차별을 두는 것은 안 되지만 실거주가 아닌 경우에 대해 (규제하는 문제를 국회와) 같이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국내 거주 외국인의 부동산 규제는 상호주의에 따라 우리 국민의 해외 부동산 매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우리나라 국민도 미국 등에서 부동산을 매입할 때 차별을 받지는 않는다"며 "외국인 부동산 규제는 상호주의에 따라 우리 국민의 해외 부동산 취득 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상호주의 측면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국적에 따른 소득세 등의 차별적 적용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모델조세협약과 우리가 체결한 조약에 규정된 차별금지조항을 위배할 수 있어 거주자인 외국인을 차별하는 것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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