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파만파' LH 의혹에 변창흠 사실상 경질한 文…사과도 할까
'공공주도' 부동산 정책 수장인 변창흠, '시한부 유임' 결정
2·4 대책 입법 및 공공택지사업 등 지구 지정 후 물러날 듯
'경질론' 선 긋던 文, 1차 조사 결과와 악화된 여론에 결단
野 "대통령이 사과해야"…'국민 65%가 원한다' 여론조사도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 초청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1.03.10. [email protected]
야당에서 문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까지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성난 민심을 수습하기 위한 문 대통령의 향후 움직임이 주목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2일 LH 투기 의혹에 대한 책임을 물어 사의를 표명한 변 장관을 '시한부 유임' 시켰다. 문 대통령은 "변 장관 주도로 추진한 공공주도형 주택 공급대책과 관련된 입법의 기초작업까지는 마무리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고 사의를 수용했다. 사실상 경질이란 해석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3월 중 부동산 대책 관련 입법을 완료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변 장관은 신규 공공택지 사업과 도심공공주택 복합사업 관련 지구 지정 발표까지 마무리한 후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 내달 말이나 4월 초 교체 가능성이 점쳐진다.
변 장관의 사퇴 수순으로 청와대는 '인사 실패'에 대한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LH 등 공공이 주도해 대도시권 주택공급을 늘리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2·4 주택 공급대책의 실질적인 추진에도 차질이 있을 수 있다.
당초 청와대는 변 장관에 대한 경질론에 선을 그어왔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민주당 원내대표단 초청 간담회가 열렸던 지난 10일만 해도 "대통령께서 경질에 관한 언급을 하신 적은 단 한 번도 없다"며 "여당 원내지도부도 전혀 거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해 '2·4 공급대책의 흔들림 없는 추진'을 여러 차례 강조했고, 변 장관이 LH 투기 의혹과 직접적 관련이 있다는 정황이 드러나지 않은 만큼 변 장관의 거취를 논할 때가 아니라는 뜻으로 해석됐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지난 8일 청와대에서 진행된 법무부와 행정안전부의 업무보고 참석 직후 변 장관 사퇴를 건의한 때도 문 대통령은 2·4 공급대책을 비롯한 부동산 정책의 연속성이 저해될 것을 우려하며 난감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 1차 조사 결과 발표를 마친 후 질문 할 기자를 지명하고 있다. 2021.03.11. [email protected]
변 장관의 거취 거론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었던 정세균 국무총리는 조사 결과를 두고 "이번 조사 과정에서 변 장관이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어떠한 조치가 필요할지에 대해서는 심사숙고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는 "정부 조사 결과를 보고 변 장관의 거취 문제를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장관 해임건의권을 갖고 있는 정 총리와 여권 서울시장 후보가 잇달아 목소리를 낸 데 이어, 당 내에서도 공개적으로 변 장관에 대한 사퇴 촉구의 목소리가 이어지자 문 대통령이 결단을 했다는 분석이다.
한 달이 채 남지 않은 4월 총선을 앞두고 악화하는 여론도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갤럽의 3월2주차 조사 결과,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38%로 다시 30%대로 하락했고, 부정 평가율은 54%를 기록했다. 부정 평가 이유에서는 부동산 정책 관련 지적이 전주 대비 12%포인트 급증했고, LH 땅 투기 관련 지적도 늘었다.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사의를 표명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한국토지주택공사(LH) 후속조치 관계장관회의'에서 정세균 국무총리의 모두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3.14. [email protected]
여론조사기관 에스티아이가 지난 12~13일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1.5%가 '3기 신도시 관련 LH 직원 부동산 투기 의혹 사건에 대해 대통령의 대국민사과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대통령이 사과할 필요가 없다'는 응답은 32.3%, '잘 모르겠다'는 6.2%였다.(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 자세한 사항은 에스티아이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정부에서는 변 장관이 지난 4일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과를 했고, 정 총리도 지난 9일 국무회의에서 대국민 사과를 내놨다.
그럼에도 투기 관련 부정적 여론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은 가운데, 문 대통령이 오는 15일 예정된 수석·보좌관회의(수보회의)에서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관심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2일 시민단체가 첫 투기 의혹을 제기한 이후 여론에 기민하게 반응하며 관련 지시를 내놨다. 지난 3일엔 '3기 신도시 전체 대상으로 국토부, LH 등 관계기관근무자와 가족의 토지 거래를 전수 조사하라'고 지시했고, 4일에는 '투기 의혹을 발본색원하라'고 주문했다. 5일에는 청와대 전 직원과 가족들을 대상으로 신도시 토지 거래 여부를 조사하라고 하는 등 사흘 연속 지시를 내렸다.
정부의 1차 조사 결과 하루 만인 12일에도 "1차 조사결과는 시작일 뿐이다. 지금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 투기 전모를 드러내야 한다"며 "공직자와 LH 임직원, 가족과 친인척을 포함해 차명거래 여부에 대해서도 철저히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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