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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어부지리 얻나'… 吳·安, 극적 양보로 3자 대결 피한 속사정

등록 2021.03.19 20:25:45수정 2021.03.19 23:5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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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후보 단일화 협상 결렬…3자 대결 위기감 고조

3자 대결시 어느 누구도 과반 이상 압승 장담 못해

박영선, 범여 지지층 결집시 40%대 득표 관측

오세훈·안철수, 야권 표 갈려 제살깎기 경쟁 우려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19일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와의 단일화 관련 면담을 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국회 정양석 사무총장실로 향하고 있다. 2021.03.19.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19일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와의 단일화 관련 면담을 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국회 정양석 사무총장실로 향하고 있다. 2021.03.1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준호 기자 = 야권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를 놓고 치열한 샅바싸움에만 진을 뺐던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19일 상대방 요구안(案)을 전격 수용하기로 해 단일화 협상의 숨통도 다시 트이게 됐다.

거침없이 날 선 말을 주고받는 '공중전'으로 협상을 파국으로 몰고가던 두 후보가 갑자기 태세를 전환해 서로 '양보'에 나선 것을 두고, 정치권 안팎에선 이번 보궐선거에서 3자 구도 대결만은 일단 피하고 보자는 속사정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두 후보가 최근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에 비해 우위를 보이는 결과에도 불구하고 3자 구도를 기피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여전히 두 후보 모두 과반 이상의 압도적인 지지율을 기록하지 못해 당선 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다는 점, 야권 단일화에 대한 시민들의 열망이 큰 만큼 정치적 부담을 의식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현실적으로 어느 후보도 40% 이상의 득표율을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가 LH 악재 속에서도 여권 지지층을 최대한 결집시키는 경우, 40~45% 안팎의 득표가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적잖다. 약 5% 정도의 득표율이 예상되는 정의당이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무(無)공천하기로 한 만큼 박 후보가 범여권의 사실상 유일 후보라 할 수 있어 3자 구도가 될 경우 유리한 형국이다.

반면 오세훈 후보는 국민의힘이 가진 당 기본 지지율 30% 정도를 안고 선거에 임하더라도 박 후보를 여유 있게 이기려면 45~50%는 득표해야 한다. 오 후보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30% 이상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지만 추가로 15~20%를 더 얻어야 하는 부담이 따른다. 더군다나 안철수 후보가 중도층을 중심으로 상당한 경쟁력을 가진 만큼 오 후보가 중원싸움에서 안 후보를 제치고 40% 이상 득표를 낙관할 수 없다.

안 후보도 선거 지형이 3자 구도로 펼쳐진다면 불리하긴 마찬가지다. 안 후보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3자 대결시 지지율이 30% 미만으로 나오는 데다, 국민의당의 당 지지율 자체도 낮기 때문에 야권 지지층이 제1야당인 국민의힘 쪽으로 쏠린다면 3자 대결이 불리할 수밖에 없다.

결국 오세훈·안철수 두 후보 모두 3자 구도 대결은 필패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론이다. 지난 6·13지방선거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와 바른미래당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 대신 야권 표를 놓고 출혈 경쟁을 벌여 박원순 시장의 3선 길을 열어준 학습효과도 간과할 수 없다.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가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단일화 관련 입장을 밝히는 기자간담회를 마치고 간담회장을 나서고 있다. 안 후보는 "국민의힘이 제시한 모든조건 수용하겠다"고 밝히면 단일화 협상 재개를 촉구했다. (공동취재사진) 2021.03.19.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가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단일화 관련 입장을 밝히는 기자간담회를 마치고 간담회장을 나서고 있다. 안 후보는 "국민의힘이 제시한 모든조건 수용하겠다"고 밝히면 단일화 협상 재개를 촉구했다. (공동취재사진) 2021.03.19. [email protected]

정치권에선 오 후보와 안 후보가 단일화 협상판을 깨고 출마를 강행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찮다는 점도 의식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야권의 숙명과 다름없는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를 이루지 못한다면 평생 '채무'로 안고 갈 수도 있고, 3자 대결시 낙선한다면 두 후보 모두 원외 인사라 경우에 따라선 정치적인 재기나 회생을 도모하기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이 같은 속사정 때문에 양측이 날 선 비난을 주고 받으면서도 '선'을 넘지 않는 이유도 3자 대결만은 피하는 것이 산술적으로 표를 더 얻을 수 있는 만큼 단일화 협상이 순탄치 않은 가운데에서도 판을 쉽사리 깰 수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사실상 3자 대결 구도에 대한 위기의식이 야권 단일화 협상의 원동력이자 지렛대로 작용한 셈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안 대표가 먼저 양보한 것을 놓고 전략적으로 유리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루한 줄다리기 협상을 끝내기 위해 안 대표가 군소정당 소속 후보인데도 제1야당에 먼저 양보하는 통 큰 결단을 내리면서 오히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체면을 구겼다는 것이다. 오세훈 후보가 안 대표의 회견 직후 곧바로 무선전화 100% 요구안을 수용하겠다는 기자회견을 가졌지만 타이밍상으로는 안 대표보다 늦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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