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반중' 보다 '협력' 강조…韓 쿼드 참여 가능성 높여"
파체코 파르도, KF-VUB 한국석좌 WP 기고문
"한국, '노골적 반중' 아니라면 쿼드 협력 검토할 수도"
[워싱턴=뉴시스]추상철 기자 = 미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미상무부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05.21. [email protected]
라몬 파체코 파르도 유럽 한국국제교류재단(KF-VUB) 한국석좌는 21일(현지시간) '한국이 트럼프에는 퇴짜를 놨지만 바이든과는 협력할 수도 있는 이유'라는 제목의 워싱턴포 스트(WP) 기고글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별난 의사결정 방식에 절망했었다"면서 "트럼프는 노골적인 반중 접근법을 취해 한국을 불안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전 행정부 아래 한국의 쿼드 가입은 애시당초 가능성이 없었다는 지적이다.
파체코 파르도 석좌는 이어 "바이든 행정부는 지역의 '방 안의 코끼리'(모두 알지만 말하기 꺼리는 문제)를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한국이 공개적으로 중국을 적대시하지 않으면서 쿼드에 참여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바이든 행정부 역시 대중 견제를 강조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 때와는 차이가 있다. 지난 3월 첫 쿼드 정상회의 공동성명은 중국을 겨냥한 우려를 명확히 담으면서도 '중국'이라는 국가명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파체코 파르도 석좌는 "바이든 아래 쿼드는 백신 개발과 배포, 기후변화 대처, 신기술 개발 등 구체적인 협력 영역을 명시했다"면서 "한국은 이들 분야, 특히 기술 영역에서 세계적 수준의 기업과 연구의 본거지인 만큼 바이든의 청사진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 살펴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전 행정부 때는 쿼드와 관련한 실체가 부족했기 때문에 그럴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취임 직후 신속하게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합의하고 북한 문제에 대해서도 한국과 협의에 나섰다는 점 역시 한국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달리 일방적 결정보다는 동맹·파트너와 함께 일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파체코 파르도 석좌는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한국의 역대 대통령들은 한국이 보다 적극적인 글로벌 행위자가 되길 추구하며 외교 지평을 넓히려 했다며, 이 역시 한국이 바이든 대통령의 인도·태평양 정책에 협력할 이유라고 분석했다. 예컨대 동남아시아·인도와 경제 외교적 연결성을 강화하려는 현 정부의 '신남방 정책'은 쿼드의 관심 영역과 초점이 일치한다.
파체코 파르도 석좌는 한국 정부가 노골적으로 반중 연합을 지지할 경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때와 같은 중국의 경제적 보복을 경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중국의 사드 보복과 더불어 중국 군용기의 반복적인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침범, 중국의 김치 기원 주장 등으로 인한 여러 외교적 승강이를 거치면서 최근 몇 년 사이 한국의 대중 인식도 악화했다.
파체코 파르도 석좌는 "이 모든 것들은 한국이 쿼드처럼 비슷한 생각을 가진 파트너 집단과의 동맹 필요성을 인식하게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의 협력 강조는 한국처럼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어 있는 나라들에 호소력이 있다"면서 "미국이 동남아시아와 유럽 국가들에 인도···태평양 정책 지지를 설득할 때 반중을 강조하는 것보다 협력을 강조한다면 더욱 성공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파체코 파르도 석좌는 "한국이 계속해서 공식적인 쿼드 합류를 사양할 수도 있다"면서도 한국이 주요 7개국(G7) 회의 초청을 받아들였고 쿼드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신남방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데 주목했다.
그는 "일부 분석가들은 문재인 정부가 중국을 건드릴 수 있는 어떤 일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분명히 잘못된 얘기"라며 "미·중 사이에서 공개적 선택은 하지 않겠지만 큰 표제를 넘어서 보자면 한국은 이미 선택을 했다는 걸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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