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 등...공연계 1인극 봇물 왜?
[서울=뉴시스] 연극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 (사진= 우란문화재단, 프로젝트그룹 일다 제공) 2019.12.20 [email protected]
막을 내렸거나 앞두고 있는 공연 등을 합치면 올해 상반기에만 5편가량이 된다. 그간 모노극은 특별한 사례가 됐던 만큼, 최근 1인극의 활발한 공연이 눈에 띈다.
우선 그리스 서사 시인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를 바탕으로 한 1인극 '일리아드'가 한국 초연을 앞두고 있다. 오는 29일부터 9월5일까지 대학로 예스24스테이지 2관에서 한국 관객과 처음 만난다. 황석정·최재웅·김종구 등 인기배우들이 번갈아가며 무대에 오른다.
오는 27일까지 국립정동극장에서 재연하는 연극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 역시 1인극이다. 불의의 사고로 뇌사 판정을 받게 된 열아홉 살 청년 '시몽 랭브르'의 심장 이식 과정을 둘러싼 24시간의 기록을 그렸다.
현대 프랑스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 마일리스 드 케랑갈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에마뉘엘 노블레가 1인극으로 각색했다. 2019년 국내 초연 당시 큰 인기를 누렸고, 2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올랐다. 손상규·윤나무 등 연기력으로 검증된 배우들이 나서고 있다.
[서울=뉴시스] 연극 '데미안'. 2021.05.25. (사진 = 이강물 제공) [email protected]
작년 코로나19 기간에도 차지연의 1인극 '그라운디드', 정동환의 1인극 '대심문관과 파우스트', 박상원의 1인극 '콘트라바쓰'가 공연했다.
최근 1인극 붐은 코로나19 시대와 맞물린 현상이다. 물론 코로나19 때문에 전적으로 양산이 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공연계 물리적 환경과 창작자들이 내면이 코로나19 시대와 조우하면서 빚어진 풍경이다. 1인극 이상으로 최근 2인극이 대학로에 쏟아진 것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특히 1인극은 프로덕션이 최소 규모다 보니, 방역 지침을 지키기가 수월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부 연극 프로덕션은 방역 지침을 지킬 수 있는 크기를 보유한 실내 연습실을 구하지 못해 공연이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뉴시스] 연극 '그라운디드'. 2020.05.19. (사진= 우란문화재단, 프로젝트그룹 일다 제공) [email protected]
장경진 공연칼럼니스트는 "소규모라 대중적인 이슈를 포기하다보니 작품성 위주로 고민을 하고, 코로나19 이전의 평소 같았으면 하지 못했을 실험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코로나19 흐름에 맞춰서, 새로운 것들을 시도하는 장이 열렸다"고 봤다.
또 1인극은 배우가 자신이나 인간의 내면을 톺아보는 경우가 많다. '일리아드'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 '데미안' 등이 모두 여기에 해당한다. 코로나19 역시 우리의 삶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는데, 이런 흐름이 1인극의 속성과도 맞물린 측면이 있다.
장 칼럼니스트는 "코로나19는 지난 시간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고, 그건 자아를 돌아보는 과정과도 이어진다. 1인극 역시 그런 사색이나 생각의 영역을 다루는 경우가 많다"면서 "코로나 시대에 자기자신을 돌아보는 사람들과 1인극의 속성이 맞닿았다. 코로나19 이전에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 같은 작품이 성공을 한 사례도 있어서 1인극의 가능성을 믿는 제작자들이 늘어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다만 1인극은 자칫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배우 한명의 역량에 전적으로 의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신 배우의 역량이 극대화되면, 작품의 질을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다.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의 민새롬 연출은 "1인극은 배우가 텍스트를 수행하는 존재가 아니라 능동적이고 주도적이며 작가나 연출의 영역까지 소화할 수 있다"면서 "이 작품 이전에는 텍스트와 형식에 대해 고무되고 감화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1인극 연출을 하면서 배우들을 인식하고 만나는 경험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