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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가 흔들린다④]느슨해진 대북경계...'안보구멍' 우려

등록 2021.06.06 06:00:00수정 2021.06.15 08:4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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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민간인 귀순에 군 경계망 빈틈 노출

보수진영, 9·19 군사합의 경계 약화 지적

北, 9·19 군사합의 파기할 수 있다 위협

군사합의 유지하되 대비 태세 강화해야

[서울=뉴시스] 23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강원 고성군 해안을 통해 귀순한 북한 남성은 북에서 남으로 흐르던 연안 해류를 타고 헤엄을 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남성은 북한에서 어업에 종사해 바다에 익숙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618tue@newsis.com

[서울=뉴시스] 23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강원 고성군 해안을 통해 귀순한 북한 남성은 북에서 남으로 흐르던 연안 해류를 타고 헤엄을 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남성은 북한에서 어업에 종사해 바다에 익숙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코로나19 부실 급식 사태와 성추행 피해 여군 부사관 사망 사건 등으로 내홍에 빠진 군이 국토 방위라는 본연의 임무에 소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안보에 틈새가 조금씩 생기는 가운데 우리 군이 접경지역 충돌을 방지하는 9·19 군사합의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남북 간 평화 분위기가 조성됐던 2018년 말부터 올해까지 북한의 공식 도발 사례는 1차례였다. 지난해 5월3일 강원 철원군 비무장지대 안에서 북한군 GP(감시초소)에서 우리측 GP 외벽으로 고사총 4발이 날아들었다. 우리 군은 즉각 30발로 응사했다.

이후 잠잠하던 남북 접경을 떠들썩하게 만든 것은 총탄이 아니라 사람이었다.

지난해 11월3일 체중 50여㎏의 기계체조 선수 출신 북한 민간인 남성이 강원 고성군 22사단 GOP(일반전초) 철책을 넘었다. 이 남성은 3m 넘는 철책을 뛰어넘었다.

이 남성은 철책 기둥을 타고 올라간 뒤 철책 상단의 Y피켓(Y자 모양의 긴 쇠막대)에 안착했다. 공교롭게도 이 Y피켓에 하중 감지 장비가 설치돼있지 않았다. 그는 체조를 할 때 익혔던 몸놀림으로 철책을 넘은 뒤 우리측 민간인 통제선 부근까지 남하했다.

이 남성은 밤새 군의 수색과 추적을 따돌리다 이튿날 오전에야 붙잡혔다. 게다가 그는 미확인 지뢰지대를 휩쓸고 다니며 감시망을 교란했다.

【평양=뉴시스】평양사진공동취재단 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19일 오전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군사합의문 서명식이 열리고 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군사 분야 합의문 서명식을 마치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2018.09.19. photo@newsis.com

【평양=뉴시스】평양사진공동취재단 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19일 오전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군사합의문 서명식이 열리고 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군사 분야 합의문 서명식을 마치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2018.09.19. [email protected]

올해 2월16일에도 북한 남성이 거친 겨울 바다에서 6시간에 걸친 수영 끝에 고성군 해안에 도착했다. 군은 이 남성이 어업용 머구리 잠수복과 오리발을 착용하고 겨울 바다 10㎞를 6시간 동안 수영해 남쪽으로 왔다고 설명했다. 이 남성은 육군 22사단이 관할하는 철책 아래 배수로 48개 중 몇 안 되는 미보완 지점을 통과하는 능력을 선보였다.

이 같은 귀순 사례는 우리 군의 경계 능력을 의심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11월 월책 귀순 후속조치는 고장 난 과학화 경계시설 일부 장비를 약 50억원을 들여 교체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올해 2월 발생한 헤엄 귀순 후속조치는 징계를 수반했다. 육군 8군단장이 엄중 경고를 받았고 22사단장은 보직해임됐다. 이들을 포함해 24명이 인사조치됐다.

보수진영에서는 귀순자가 아니라 북한 특수부대의 침투였다면 인명 피해가 발생하고 고성군 일대가 혼란에 빠졌을 것이라 우려했다. 그러면서 '역사적인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 즉 9·19 군사합의가 이 같은 안보 구멍을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9·19 군사합의에 따라 남북이 비무장지대 안에서 상호 1㎞ 이내로 근접해있는 GP를 철수시켰는데 이에 따라 접경지역 경계가 느슨해졌다는 것이다. 군은 귀순이 발생한 지역은 GP가 보존된 곳이거나 GP와 관련 없는 곳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9·19 군사합의 후 전방부대에서 긴장이 이완된 점은 부인할 수 없는 대목이다.

[서울=뉴시스] 20일 동부전선 가칠봉 관측소(OP)를 찾은 원인철 합참의장이 철책선을 따라 이동하며 일반전초(GOP) 경계작전태세를 점검하고 있다. 2021.04.20. (사진=국방일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20일 동부전선 가칠봉 관측소(OP)를 찾은 원인철 합참의장이 철책선을 따라 이동하며 일반전초(GOP) 경계작전태세를 점검하고 있다. 2021.04.20. (사진=국방일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군의 설명대로 9·19 군사합의 후 접경지역 내 군사 도발이 잦아들긴 했다. 우리 군이 파악하는 9·19 군사합의 위반 사례는 지난해 5월3일 GP 총격과 2019년 11월 서해 창린도 포격 훈련 등 2차례다. 반면 2010년부터 2017년까지 북한의 침투는 27회, 국지도발은 237회로 현저히 많았다.

정부는 9·19 군사합의로 접경지역 긴장을 완화시켰음을 자부하고 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지난 4월 9·19합의에 대해 "지금도 유효할 뿐만 아니라 (남북한) 접경지역에서 한반도 평화·안정을 유지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며 "북한이 지금까지 2번의 사소한 (9·19합의) 위반을 했는데, 굉장히 절제된 방법으로 시행됐다. 그 이후엔 전혀 심각한 도발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긴장 완화가 경계 실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이다. 최근 귀순 사례에서 나타난 경계 실패 정황은 이완된 분위기가 어떤 결과를 낳는지를 보여준다.

게다가 북한은 9·19 군사합의 사항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 군사도발을 감행하지는 않지만 남북 공동 유해발굴 사업을 비롯해 각종 합의사항이 이행되지 않고 있다. 우리 군은 북측에 동참을 촉구하고 있지만 북은 묵묵부답이다.

아울러 북한 2인자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우리측에 불만을 표출할 때마다 9·19 군사합의 파기하겠다며 위협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 3월에는 9·19 군사합의 위반 전적이 있는 서해 창린도에 방사포를 배치하며 우리측을 자극했다.

[서울=뉴시스]조선중앙TV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서부전선에 위치한 창린도방어대를 시찰했다고 25일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TV 영상 캡처) 2019.11.25.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조선중앙TV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서부전선에 위치한 창린도방어대를 시찰했다고 25일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TV 영상 캡처) 2019.11.25. [email protected]

만약 북한이 9·19 군사합의를 전격적으로 파기할 경우 우리측은 부랴부랴 군사 대비 태세를 갖춰야 한다. 그간 9·19 군사합의를 이유로 접경지역 내 훈련을 중단해온 우리 군과 주한미군이 방어 태세를 제대로 갖추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전문가들은 9·19 군사합의의 취지를 살리되 군사 대비 태세를 늦춰서는 안 된다고 주문한다.

김재철 동신대 동북아연구소 연구위원은 '9·19 남북군사합의 이행평가와 향후 한반도 군비통제 추진방향' 논문에서 "9·19 남북군사합의는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통일로 가는 과정에서 반드시 추진돼야 할 한반도 군비통제의 서막"이라며 "군비통제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에도 군사대비태세는 허점이 없어야 한다. 특히 북한 비핵화를 낙관적으로 판단해 비핵화 수준을 고려하지 않고 재래식 군비통제를 강행할 경우 안보 위협을 자초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남북 군사합의 이행 평가와 향후 과제'라는 글에서 "남북군사협상은 필요하고 합의된 사항은 지켜져야 한다. 하지만 그동안의 협상과 이행과정을 보면 여의치 않다"며 "따라서 긴 호흡을 가지고 대화의 문은 열어놓되 북한이 핵을 내려놓도록 강력한 대북제재 공조하에서 한미연합태세를 바탕으로 강력한 안보태세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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