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대권도전 김동연에 "尹·崔 길 가면 실패" 경고
김동연 "나라 위해 몸을 던지는 것은 당연한 도리"
文정책 비판 "소주성, 좋은 의도 비해 성과 못 내"
선거마다 차출설…총선 땐 고향, 서울시장 보선도
與 경선 문 이미 닫혀…野가서 '별' 될지도 미지수
제3지대行 고육지책? 여야 접전때 '캐스팅보트'도
與 "野 먹거리 없어…별과 함께하는 사람도 가능"
송영길 "저쪽으론 안 갈 분…난 범여권으로 인식"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전 청와대 본관 세종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2018.11.20. [email protected]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 등 문재인 정부 고위관료들이 야권 후보로 앞다퉈 대선판에 뛰어드는 상황에 김 전 부총리마저 야권 주자로 나설 경우 이 정부가 '야권후보 사관학교'라는 정가의 비아냥을 피하기 어려운 형편도 고려된 듯하다. 여권은 김 전 부총리에게 정권 재창출의 '킹메이커' 역할을 제시하며 야권행을 막는 데 부심하고 있다.
김 전 부총리는 19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나처럼 34년 공직을 하면서 국가로부터 혜택을 받은 사람이 어떤 식으로든지 우리나라를 위해서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몸을 던지는 것이 당연한 도리"라며 대선 출마를 시사했다.
그는 대선에 출마하더라도 일단 여야와 거리를 두겠다는 생각도 내비쳤다. 김 전 부총리는 '제3지대'를 택하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도 "제3지대라는 말에 별로 동의하지 않는다"면서도 "정치세력과 의사결정 세력의 교체, 그리고 아래로부터의 반란에 찬성하는 분들이라면 힘을 합쳐야 한다"고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최저임금 인상과 소득주도성장(소주성) 등 문재인 정부 정책에는 비판적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 전 부총리는 소득주도성장에 대해선 "의도한 좋은 의도에 비해서는 거기에 맞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서도 "내가 주장했던 것은 임기 내에 합리적인 선에서 주장해서 목표하는 바를 이루자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김 전 총리는 지난 16일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난 자리에서도 '세력 교체'를 주창하며 정치 투신 의사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바 있다. 이날 출간되는 '대한민국 금기깨기'에서 주창하는 '기회복지국가'가 대선 정책 슬로건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부친 최영섭 예비역 대령의 빈소에서 조문을 마친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사진) 2021.07.08. [email protected]
김 전 부총리를 향한 여권의 러브콜은 지난해 4월 총선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1대 4·15총선에선 고향인 충북 음성 차출설이 제기됐고, 올해 4·7 재보선에서도 서울시장 후보로 김 전 부총리를 세우려 한다는 목소리가 여권에서 흘러나왔다.
그러나 여권은 김 전 부총리에게 대선주자의 기회를 주지는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미 대선후보 경선이 한창인 시점이다. 코로나19 4차 유행에 따른 일정 조정을 감안해도 이미 예비경선으로 후보를 압축해 전국순회경선만이 남은 상태다. 김 전 부총리가 나설 길이 없는 것이다.
아직 경선국면에 들어가지 않은 국민의힘의 경우 문은 열려있지만 시간이 촉박하다. 당내 기반도 한계가 있는 데다가 정권 초반인 2018년 하반기 사의표명 후 긴 공백기를 가진 김 전 부총리는 직전까지 공직에 머무르며 정권과 정면충돌했던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에 비해 반문 정서의 '스토리'가 부족하다.
김 전 부총리가 여도 야도 아닌 '제3지대' 쪽을 선택하는 데는 정치적 소신 외에도 물리적 상황이 일정부분 작용했다고 볼 수 있는 이유다. 더욱이 여야간 초접전이 예상되는 내년 대선 구도상 여야와 등거리를 유지하면서 '캐스팅보트'를 노려볼 여지도 있다. 김 전 부총리는 김종인 전 위원장 외에도 각별한 사이인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과도 교류하고 있다.
여권에선 그의 행보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높다. 정청래 의원은 지난 16일 페이스북에서 김동연 전 부총리와 만난 김종인 전 위원장을 겨냥해 "이 분의 특징은 자기 앞에서 고개 조아리면 장래성 있는 정치인이고 자기를 무시하면 가차없이 공격하고 폄하한다. 교만함이 하늘을 찔러 하늘이 노할 지경"이라며 "이제는 김동연이라고? 김동연은 별의 별인가? 아니면 곧 별똥별이라고 하지 않을까"라고 비꼬았다.
강훈식 민주당 경선기획단장도 19일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야당은 아직 장이 안 깔렸으니까 오면 마치 소문난 잔치처럼 말하는데 김동연 전 부총리에게 먹을 게 없다"며 "마치 거기 오면 대선주자 만들어줄 것처럼 말하지만 내가 볼 때는 기대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꼬집었다.
강 단장은 "아마 김 전 부총리도 본인이 대통령이 되겠다. 본인 자체가 별이 되겠다는 건지 아니면 별과 함께하는 사람이 되겠다는 건지 어느 쪽인지에 대한 고민이 있을 것"이라며 "그렇게 보면 여권도 야권도 어느 쪽이나 공간을 열어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로서도 굳이 닫아놓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진행자가 '여당의 경우 본경선이 끝나면 후보가 확정되지 않느냐'고 묻자, 강 단장은 "우리는 후보는 정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함께할 수 있는 공간들은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김 전 부총리와 연대는 가능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당 대표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07.19. [email protected]
송영길 대표도 지난 18일 뉴시스와 인터뷰에서 김 전 부총리에 대해 "제3지대에서 (가능성을) 모색하다가 여권과 단일화 할 것이냐 야권과 단일화할 것이냐의 갈림길에 설 텐데 나는 그 분 성품과 문 대통령과의 신뢰 등을 볼 때 저쪽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소득주도성장을 놓고)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부딪힌 것은 알지만 지난 일이잖냐. 정부의 초대 경제부총리로서 정부의 부족한 점은 비판하더라도 함께 책임지고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특히 "그것을 부정하고 윤석열, 최재형의 길을 김동연이 간다고 하면 성공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인간적으로도 실패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송 대표는 예비경선 돌입 전인 지난달 23일 김 전 부총리와의 통화 사실을 밝히며 "김 전 부총리가 그래도 우리에 대한 애정이 있고 저쪽으로는 가지 않으려고 말씀하고 있더라"며 "이에 고맙게 생각한다. 나는 (그분을) 범여권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한 바 있다.
김 전 부총리에게 불확실한 야권 주자로서의 길 대신 여당 정권 재창출의 '킹메이커' 조력자의 길을 제시하는 동시에 야권에 투신할 경우에 보고만 있지는 않겠다는 경고를 담은 메시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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