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불똥 튀자 국힘, 속전속결로 곽상도 '손절'
곽상도 아들, 화천대유에서 6년 일하고 퇴직금 50억 받아
이재명측 "대장동은 국민의힘 게이트...곽상도를 수사해야"
이준석 대표, 미국 새벽시간에도 화상으로 긴급 최고위 참석
김기현 원내대표, 곽상도에 전화로 "정치적 무거운 책임감"
곽상도, 대구시당에 탈당계 제출…즉각 효력있어 무소속 돼
[서울=뉴시스] 장세영 기자 = 곽상도 무소속 의원. 2019.12.05. [email protected]
26일 국민의힘은 아들의 화천대유 50억 퇴직금 논란이 일어난 곽상도 의원을 자진 탈당시키는 방식으로 신속하게 확산을 막는데 주력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역공을 차단하는 동시에 곽 의원의 손절을 통한 특검 명분쌓기를 노린 것으로 관측된다. 공정 가치에 민감한 청년층의 박탈감을 잠재우기 위한 의도도 엿보인다.
긴박했던 13시간, 논란→최고위 소집→곽상도 탈당계 제출
이날 오전 CBS노컷뉴스는 곽 의원인 아들 곽모(31)씨가 지난 2015년 6월에 대장동 개발 시행사 화천대유에 입사해 지난 3월 퇴사하면서 퇴직금으로 약 50억원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야당 의원의 자녀가 대장동 특혜의혹의 중심에 서있는 화천대유에서 일을 한 것도 논란이 되는데, 그 자녀가 상식을 벗어나는 금액을 퇴직금으로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바로 논란이 됐다.
현재 일정으로 미국에 체류 중인 이준석 대표도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고, 김기현 원내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대응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원내대표는 즉시 이날 오후 5시 국회에서 곽 의원 거취 관련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한다고 공지했다.
김 원내대표는 최고위에 앞서 곽 의원에게 직접 전화해 "당이 (퇴직금 사안에 대해) 정치적으로 봤을 때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 있는 이 대표도 현지시간 새벽임에도 화상 프로그램 줌을 통해 이날 최고위에 참여해 의견을 개진했다. 그만큼 사안이 심각했다는 의미다.
비공개 최고위에서 일부 참석자들은 곽 의원의 '제명'을 운운하며 강한 처분을 이야기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최고위 직전 곽 의원이 탈당계를 냄으로써 당 차원의 처분 문제는 일단락됐다.
민주당의 역공차단, 특검 명분쌓기, 청년층 박탈감 잠재우기
현재 성남시장 재임시절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민주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26일 곽 의원 자녀가 거액의 퇴직금을 받았다고 언론보도가 나오자 즉각 역공에 나섰다.
이 지사는 26일 페이스북에 "지금 나오는 국민의힘 관련자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주장했다.
이 지사는 "화천대유는 이재명 것이라는 식 해괴한 주장을 하더니 이제는 자기 아들이 받은 50억은 이재명 설계 때문이란다"며 "같은 하늘 아래서 숨도 같이 쉬고 싶지 않은 분에게 제가 50억을 주었다는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재명 캠프도 기자회견과 논평 등을 통해 "대장동은 국민의힘 게이트였다. 곽상도 의원을 수사해야한다"는 융단공격을 펼쳤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후 현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곽상도 의원이 대구시당에 탈당계를 제출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공동취재사진) 2021.09.26. [email protected]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역풍이 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화천대유와 관련 곽 의원의 자녀 외에도 원유철 전 국민의힘 의원이 법률고문이었던 점, 최순실씨 변호사였던 이모 변호사도 법률고문이었던 점, 천화동인 4호 소유자로 알려진 남모변호사가 과거 한나라당 청년 부위원장이었던 점 등은 시간이 갈수록 국민의힘에 불리할 수 밖에 없는 정황이다.
현재 국민의힘은 민주당에 대장동 관련 특검과 국정조사 수용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 23일 국회에 특검,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했지만, 국회 과반(169석)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찬성하지 않으면 시행이 불가능하다.
현재 민주당과 이재명캠프는 특검 주장에 반대하고 있다. 대장동 의혹의 사실 여부를 떠나 대선을 앞두고 해당 문제를 정치적 쟁점으로 오래 끌고가는거 자체가 지지율 1위 주자인 이 지사에게 악영향을 미친다는 이유에서다.
따라서 국민의힘은 연일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를 때리며, 수용을 관철하려고 하던 중 곽 의원 자녀 퇴직금 문제가 터진 것이다.
국민의힘 입장에선 곽 의원의 탈당으로 다시 민주당과 이 지사를 향해 특검 수용을 계속 요구할 수 있게 됐다. 특히 곽 의원이 무소속이 된 만큼 곽 의원도 특검대상으로 포함하자고 주장하면 명분도 된다.
아울러 당은 청년층을 중심으로 생겨나는 박탈감을 일찍 잠재우려고 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곽 의원의 아들은 30대 초반으로 아버지의 권유로 알게 된 회사에서 6년간 일한 뒤 퇴직금으로 50억원을 받았다. 이 비용은 대기업 사장이 퇴직금에 버금가는 금액으로 누가봐도 상식적이진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들 곽씨는 이날 아버지의 페이스북을 통해 "아버지가 화천대유 배후에 있고 그로 인한 대가를 받은 건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곽씨는 "일 열심히 하고, (회사에서) 인정받고, 몸 상해서 돈 많이 번 건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러한 해명은 최근 '공정'이 화두인 청년층의 박탈감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염려가 당 안팎에서 제기됐다.
특히 이준석 대표의 영향으로 최근 MZ세대의 당원들이 대거 영입되고, 정권교체에 대한 분위기가 커지는 이 때 이 퇴직금 문제를 신속하게 잠재워야한다는 분위기도 한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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