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이재명 '백블 금지령'…잇단 설화 막고 메시지 일원화

등록 2021.11.09 06:00:00수정 2021.11.09 07:38:47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이재명, '측근' 정진상·유동규 통화 사실 공개 이후 백블 피해

與 "후보가 직접 메시지 내면 캠프 자체가 흔들린다" 주장

이재명 백블 거부에 현장 기자단 대변인 백블 보이콧 항의

與 "후보 설화 때문에 메시지 관리 관측 해석 옳지 않아"

[서울=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8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한국교회총연합을 방문해 소강석 한국교회총연합 대표회장의 안내를 받고 있다. 2021.11.08.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8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한국교회총연합을 방문해 소강석 한국교회총연합 대표회장의 안내를 받고 있다. 2021.11.08.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재우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제20대 대통령 후보와 언론 간 '백브리핑(비공식적 브리핑·background briefing)'을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사이다' 발언이 이 후보의 강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 후보가 설익은 정책 발언을 쏟아내면서 논란이 일자 당이 메시지 관리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후보는 최근 회의나 공개 일정이 끝난 뒤 언론과 백브리핑에 응하지 않고 있다. 백브리핑에서는 공식 브리핑 보다 배경과 취지에 대한 깊은 질의응답이 오간다. 민감한 현안 등 '불편한' 질문도 많이 오가 백브리핑을 부담스러워하는 정치인도 많다.

이 후보는 사이다라는 별명처럼 백브리핑을 피하지 않는 정치인으로 꼽혔다. 하지만 측근인 정진상 선거대책위원회 비서실 부실장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검찰 압수수색 직전 통화한 사실이 알려진 4일 이후 언론과 직접 접촉을 피하고 있다.

그는 당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주식시장 발전과 개인투자자 보호를 위한 간담회' 참석 후 기자들이 "유 전 본부장과 관련해 정 부실장에게 보고를 들었느냐"고 묻자 손사래를 치며 답을 하지 않은 채 현장을 떠났다.

한준호 선대위 수행실장은 당시 기자들의 항의에 "일정이 뒤에 바쁘게 있으니까 질답을 하지 않고 피한 것"이라며 "안정적인 백브리핑장을 만들어서 백브리핑을 할 때는 공지하고 백브리핑을 하자고 후보도 한다"고 해명했다.

이 후보는 다음날인 5일 대구 경북대학교 방문 직후 기자들의 질의응답에 응했지만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선출 관련 질문에만 답변을 하고 정 부실장과 유 전 본부장 통화 관련 질의에는 답하지 않았다.

그는 6일 서울 동대문구 청년주택 방문 일정과 7일 서울 강서구 서진학교 방문 등 공개 일정을 수행했지만 언론과 백브리핑에는 응하지 않았다.

이 후보는 8일 스파트업 대표들과 '정책 토크' 행사 직후에도 언론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그는 현장 기자단의 질문과 항의에 눈길을 두지 않았지만 지지자의 서명 요청에는 흔쾌히 응했다. 혼란 와중에서도 머루 열매를 따먹기도 했다.

언론인 출신인 한 실장은 이 자리에서 브리핑을 요구하는 언론에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사례를 들어 거부했다.

그는 현장 기자의 질문을 끊은 뒤 "문재인 대통령도, 다른 당도 마찬가지다. 메시지 관리가 안 되기 때문에 함부로 할 수 없다"고 대변인단을 경유해 질의응답을 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후보가 직접 메시지를 내면 캠프 자체가 흔들린다"며 "후보에게 내가 부탁했고, (언론의) 전화 받는 것, 백블 하는 것 (선대위 또는 당과) 논의되지 않은 상태에서 하지 말아달라고 했으니 양해해달라"고 했다.

강훈식 선대위 정무조정실장은 "후보는 걸어가면서 말하지 않는다. 길거리에서 안한다"며 "지난 대선에서도 그런 사례는 없었다"고 부연했다. 당 공보국을 통한 백브리핑 요청에도 "후보는 아무 말도 안한다. 앞으로 절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강 실장은 '발언을 너무 안하면 회피하는 모습으로 보일 수 있다'는 지적에는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대변인한테 말해달라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실제 이 후보는 행사 직후 '가상자산도 금융자산으로 보느냐', '윤 후보가 대장동-고발사주 동시 특검을 제안했다'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선대위 인사들과 경호원들이 기자단의 접근을 제지하는 가운데 차량에 올라 자리를 떠났다.

민주당과 이 후보는 조계사 방문, 한국교회총연합회(한교총) 방문 등 이후 일정에서도 백브리핑에 응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후보의 발언을 받아치기만 하라는 말이냐'는 현장 기자단의 항의에 "후보가 모든 현안에 백브리핑을 할 필요도 없고, 할 수도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현장 기자단은 항의 차원에서 수석대변인 백브리핑을 보이콧하기도 했다.

박찬대 수석대변인은 이 과정에서 "대변인은 필요 없느냐, 대변인이 필요 없으면 기자들 안 만난다"고 거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그건 아니다'는 관계자의 제지에도 "아니 대변인 필요 없다고 하지 않느냐"고 반발을 이어갔다.

민주당과 선대위는 이 후보에게 백브리핑 자제를 강력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와 언론간 백브리핑을 제지하고 나선 것은 측근인 정 부실장의 무게감은 물론 주4일제 도입, 음식점 허가 총량제 , 고위 공직자 부동산 백지 신탁제, 전(全) 국민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 등 돌발 발언 논란에 대한 부담감 때문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주 4일제와 음식점 허가 총량제에 대해 '경제학의 근본을 무시하는 정책', '히틀러나 나치도 안 했다' 등 야당의 맹폭 이후 "공약해서 시행하기에는 이르다"고 물러섰다. 재난지원금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지만 여론의 반응은 차갑다.

이로 인해 선대위 차원에서 이 후보의 돌발 발언으로 인한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노출 빈도를 줄이는 방법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해찬·추미애 전 민주당 대표 등도 공식 기자회견 이외 언론의 백브리핑 요청에 거의 응하지 않은 바 있다.

박홍근 비서실장은 현장 기자단에 "(이 후보는) 우리가 놀랄 정도로 친철하고 충분하게 답변해왔다"며 "이제는 (상대당도) 후보가 정해졌다. 우리도 선거 전략이 있다"고 말했다. 강 실장도 "후보가 현안이 있다고 다 대답하는 건 아니다"고 설명했다.

다만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뉴시스에 "이 후보의 설화(舌禍) 때문에 메시지 관리에 들어갔다는 해석은 옳지 않다"며 "백브리핑도 소통의 수단이다. 민주당도 후보도 언론과 소통을 제한할 생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역대 선거에서도 후보가 거리에서 움직이면서 백브리핑을 한 적은 없는 것으로 안다"며 "언론과 소통을 안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후보 상황 등을 고려해) '시스템(체제)을 만들어 하겠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ironn108@newsis.com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