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전격 사과'…거센 비난여론에 연내 '악재 털기'
선대위, 오전까지 일정 확인 못해…일정 공지는 한 시간 전
윤석열 '상식회복' 공약 발표 날…'전략 없는 사과' 지적 제기
윤석열 후보 부부와 선대위 간 일정 조율 없이 진행 관측도
전문가 "지지율 위기 때문에 사과했다는 해석 밖에" 꼬집어
[서울=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자신의 허위 이력 의혹과 관련해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2021.12.2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양소리 기자 = 허위 이력 의혹에 휩싸인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부인인 김건희씨가 26일 전격적으로 직접 대국민 사과에 나선 배경은 자신의 각종 의혹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면서 윤 후보 대권가도에 대형 악재로 부상하자 연내 이를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김씨의 "사과할 용의가 있다", 윤 후보의 "이유 여하 불문 사과" 등 윤 후보 부부의 이전 사과가 성난 민심을 되돌리지 못했다는 판단도 깔려있는 듯하다. 특히 김씨의 허위 이력 의혹은 윤 후보가 기치로 내세운 '공정' 가치를 훼손하는 '내로남불'이란 비판을 받고 있는 파괴력 큰 이슈이기 때문에 서둘러 진화가 필요하다는 위기감도 작용했다는 관측이다.
김씨의 기자회견은 선대위도 미처 일정을 파악하지 못했던 벼락같은 사과였다.
김 대표의 사과 일정이 최초로 알려진 건 이날 오전 10시께 몇몇 매체를 통해서다. 선대위의 다수 대변인들은 뉴시스의 질문에 "저희 역시 확인 중이다" "알아보겠다"며 정확한 정보에 대해 알 수 없다는 취지의 답변을 남겼다.
한 시간이 지난 오전 11시께야 일부 관계자들 사이에서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오후 2시나 3시께 사과를 할 예정"이라는 보다 구체적인 발언들이 나왔다.
선대위 공보국은 오후 2시 공식 공지를 통해 "오늘 오후 3시 김건희 대표의 입장문 발표가 있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과가 나오기 한 시간 전의 일이었다.
10여개의 허위 이력 논란에 대해 제대로된 해명과 사과를 하지 않아 김 대표의 등판은 정치권의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씨는 발표문만 읽고, 각각 의혹에 대한 설명은 자료로 대체했다. 대부분의 의혹에 대해 '허위는 아니지만 부풀렸다'고 인정했지만 향후 또다른 의혹을 낳을 수 있는 불씨를 남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 '상식회복' 첫 공약 발표날 울먹이며 등장한 김건희 '전략 미스'
전문가들은 이날의 사과로 지지율이 반등되긴 힘들 것이라고 목소리를 모았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은 "사과에서 중요한 것은 세 가지다. 하나는 신속함, 둘째는 충분함, 셋째는 정확함이다. 그런데 신속하지도, 내용적으로 시간적으로도 충분하지 않고, 사실 확인 관계가 정확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배 소장은 "준비되지 않은 기자회견은 어수선함만 더한다"며 "지지율이 반등될 때는 흐름이라는 게 있다. 유권자에 (윤 후보를 다시 지지할) 계기가 돼야 하는데 타이밍상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본다"고 했다.
그는 김 대표가 사과문에서 언급한 윤 후보를 향한 애정, 2세 이야기 등에 대해서도 "감성에 호소하며 남편인 윤 후보에 대한 여론의 환기를 노렸지만, 결코 대중은 단순하지 않다"고 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날 사과는) 지지율 위기 때문에 나왔다는 해석 밖에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박 평론가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의 지지층 중 젊은 층, 중도, 반(反)문재인 진영의 사람들이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들을 잡기 위해 부랴부랴 (사과) 날짜를 잡은 게 아니겠나"라고 했다.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2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의 허위 이력 의혹 등에 대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2021.12.26. [email protected]
김건희 사과 놓고 선대위 내 권력다툼 벌어졌나
선대위의 김은혜 대변인은 김 대표의 사과 직전 브리핑을 통해 "경황이 없었다"며 "공식적인 선대위 회의를 거쳐 진행된 자리가 아니다보니 저희가 늘 하던 트랙(기자회견)은 아니었다"고 혼선을 빚은 이유를 설명했다.
즉 이날 사과 기자회견이 '늘 하던' 선대위 내 회의를 통해 결정된 게 아니라는 뜻이며, 동시에 윤 후보를 비롯한 측근 몇몇을 통해 정해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 대변인은 이같은 '내부 분열론'을 의식한 듯 "그동안 선대위 내부에서도 김 대표의 사과에 대한 의견이 많았다. 그런 (선대위 내) 공감대를 확인하는 절차도 있었다"고 발언했다.
이양수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까지 이같은 사실이 파악되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서는 "지엽적인 부분에 대해 결정이 지연돼 통보(공지)가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만약 몇몇이 밀어붙인 사과라면 사과 후 충분한 효과가 없거나, 역풍이 불 경우 '봐라, 결국 내 뜻이 맞았다'며 선대위 내 목소리를 키울 수도 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선대위 권력다툼의 또 다른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윤 후보의 불통 문제로 해석될 수도 있다. 선대위와 충분한 합의 없이 배우자의 사과 내용와 일정을 통보해, 결국 선대위도 모르게 사과 날짜가 잡혔다는 것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학과 교수는 현재 진행 중인 이준석 당 대표와 윤 후보의 갈등 역시 그의 '불통'이 요인이었다고 언급하며 "상당히 심각한 일이다. 꾸준히 문제가 되는데도 고쳐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은 "윤 후보는 (선대위가) 검찰 시절의 1인 결정 체제가 아니라 정치라는 건 다자 결정 체제라는 걸 인식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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