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사 감염에 개학 첫날 급식 중단…"사람이 없다"
조리사 4명 확진에 개학날 급식 계획 수정
개학날까지 빵, 떡 제공업체 구하느라 진땀
"평소도 대체인력 없는데 감염될라 오겠나"
"인력 대폭 늘려야"…당국 "뾰족한 수 없어"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지난달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 초등학교 급식실에서 직원들이 새 학기 개학을 앞두고 비말차단 가림막을 닦는 등 청소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3.03. [email protected]
교육부도 이런 상황을 예측해 학교에 대체인력 마련 등 비상 계획 수립을 지시했지만 현장에서는 애초에 가용할 인력이 없다는 반응이다.
3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 동작구 한 초등학교는 개학 첫 날인 전날까지 학생들에게 제공할 빵, 떡 등 대체식 공급 업체를 정하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학부모 설문 결과 모든 학년이 등교하기로 결정하고 원한다면 급식을 먹을 수 있도록 선택급식제를 실시하기로 했지만, 개학을 앞두고 조리실무사 9명 중 4명이 코로나19에 확진돼 급식이 어려워졌다. 대체인력을 찾았지만 감염을 꺼린 탓인지 지원자가 없었다고 한다.
이 학교 영양교사 등이 지난달 28일부터 대체식을 운영하기로 결정한 인근 학교를 통해 업체를 수소문한 끝에 가까스로 개학 당일인 2일 오후 선정을 마쳤다.
해당 학교 교장은 "평상시에도 조리 종사원 대체 인력을 찾는 공고를 올려도 지원이 없어서 아는 사람 통해 보건증 있는 사람을 간신히 임시로 쓰는 정도"라며 "감염이 생겼다고 하면 어떤 사람이 오겠느냐"고 토로했다.
이날부터 오는 7일까지 이 학교 학생들은 수업을 마치고 집에서 빵이나 떡, 음료를 먹게 된다. 학교 측은 돌봄교실에 남는 학생들이 교실에서 마스크를 벗고 대체식을 먹어야 할 상황이라며 추가 감염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미 전날인 2일 오후까지 학생 125명, 담임 등 교직원 8명이 확진되거나 격리됐다. 이날부터 7개 학급이 원격수업으로 전환했다.
학부모들도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인근 다른 학교에서는 급식을 정상적으로 제공하는데 자녀가 밥을 먹지 못하고 귀가하는 데 따른 불만도 감지된다.
해당 학교 학부모 구모(46)씨는 "오늘 아침 가정통신문에는 급식 식단도 나왔는데 대체식을 준다는 소식을 처음 들으니 혼란스럽다"고 토로했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하루 신규 확진자 규모가 20만명을 넘으면서 이런 사례는 학기를 시작한 전국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광주 북구 한 초등학교에서는 급식실 종사자 다수가 개학을 하루 앞둔 지난 1일 코로나19에 확진됐다면서 "정상적인 급식을 할 수 없다"는 긴급 안내문을 당일 냈다.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새학기 전면 등교 첫날인 지난 2일 오후 서울 시내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학부모들과 하교하고 있다. 2022.03.03. [email protected]
교육부는 지난달 7일 새 학기 방역 및 학사운영 방안을 통해 감염으로 급식 종사자 격리, 납품업체 식재료 공급 차질을 대비해 학교가 상황별 급식 제공 방안을 미리 세워 놓을 것을 주문했다. 대체인력 충원이 어려운 경우 대체식 등 식단과 조리방법 간소화를 허용했다.
지난달 21일에는 오미크론 유행 정점을 고려해 개학 첫 날인 2일부터 오는 11일까지 새 학기 적응주간을 운영키로 하고, 2주 동안 식사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간편식 등으로 급식을 대체할 수 있다는 방안을 내놨다.
그러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급식은 시시각각 바뀌는 상황에 따라 급식 방식과 물량을 변경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대규모 학교는 최소한 일주일 전에는 발주해야 물량 확보가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대체인력 충원도 감염 확산으로 사회 곳곳에서 인력 수요가 부족한 터라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조리종사자 노동조합 등에서는 교육 당국이 이참에 급식실 인력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수정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은 "교육청에 대체 인력 풀이 구성돼 있지만 거의 등록돼 있지 않고, 이미 기간제 등으로 근무하고 있는 등 무용지물"이라며 "군 병영보다 2~3배는 더 높은 조리실무사 배치 기준을 낮춰서 인력을 충원해달라고 단체협약 중 요구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은 결과"라고 말했다.
교육 당국에서는 인력 배치 기준을 대폭 완화하려면 인건비 등 예산이 너무 많이 소요될 수 있다며 난색을 표하는 반응이 나온다. 하지만 오미크론 속 구인난을 겪고 있는 학교를 도울 대책도 뾰족하지 않은 상태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확진자가 많아지면 대체인력이 빨리 구해져야 하는데 학교 방역인력 수요도 함께 커져서 인력 수급이 많이 부족하다"며 "방역인력을 학교에 더 투입해 일손이 부족한 지점을 보완할 수 있게 한 게 그나마 최선"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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