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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우크라-혁신위 띄우기 카드…'性징계·조기 퇴진론' 잠재울까

등록 2022.06.06 14:08:28수정 2022.06.06 14: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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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 지방선거 승리 직후 우크라이나 방문, 혁신위 출범

선거 후 주도권 놓지 않고 존재감 높이기 위한 전략 해석 지배적

성상납 의혹 윤리위 결정 앞둬…적극적인 행보로 부정적 여론 희석

정진석, 이준석 우회적 비판 "우크라 방문? 자기정치라면 큰 문제"

안철수, 이준석 견제 "혁신은 선거 제도나 공천만 있는 게 아냐"

이준석 "어차피 기차는 갑니다"…이준석식 '마이웨이' 행보 시사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6.02.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6.0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준호 기자 =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가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당 혁신위원회를 띄우고,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방문하는 등 선거 직후 이례적인 행보를 보이면서 당 안팎에서 불거진 성상납 의혹 논란과 조기 퇴진론을 잠재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민의힘은 올해 3월 대선에서 승리한 데이어 6월 지방선거에서도 압승을 거두면서 5년 만에 탄핵 후유증을 완전히 털어내고 수권정당으로서 면모를 되찾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

통상 선거가 끝난 다음에는 패배한 정당 쪽에서 선거에서 패배한 요인과 원인을 분석하며 각종 인적 쇄신과 당 혁신 과제 등의 개혁 요구가 분출하기 마련이지만, 국민의힘이 오히려 정당 개혁의 고삐를 잡고 더불어민주당과 쇄신 경쟁에 뛰어든 모양새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의 비대위가 해체되고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가 있을 때까지 한동안 정국은 '야당의 시간'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6·1지방선거 다음날 곧바로 당 혁신위원회를 띄우고 나서면서 당 쇄신 방향을 놓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민주당과 달리 여당이 정당개혁의 어젠다를 선점한 듯한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 거기에 집권당의 당대표가 여당 의원들을 이끌고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찾아가는 행보를 보이면서 이준석 대표가 정국의 중심에 서고 있다.

이 대표가 당 혁신위를 띄우고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하기로 한 결정의 이면에는 선거 전부터 당 안팎에서 불거졌던 조기퇴진론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정치권에 없진 않다.

대선, 지선을 모두 승리로 이끈 당대표를 끌어내리고자 하는 시도가 감지되는 건 아이러니하지만 표면상의 이유로는 이 대표가 성상납 의혹에 휘말려 당 윤리위에 회부된 것과 무관치 않다. 공당의 대표가 윤리위에 회부된 것 자체가 거의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데다, 당 내부에서는 의혹의 사실여부와 관계없이 집권당의 대표가 성상납 의혹에 휘말린 것만으로도 진퇴 문제를 공론화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일각에선 이른바 '윤핵관'을 중심으로 친윤계 안에 내재된 이준석 당대표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과 3선으로 원내 입성에 성공한 안철수 의원의 차기 당권 도전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이 대표를 두고 당 내에서 원심력이 작동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서울=뉴시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의원들이 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를 방문해 전후 복구 방안 등을 논의했다. 올렉시 쿨레바 키이우 주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오늘 한국의 여당인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이끄는 국회 대표단이 키이우를 공식 방문했다", "대표단은 부차에서 고문당한 민간인들의 매장지를 방문하고 이르펜의 파괴 된 주거 지역을 조사하고", "그들은 러시아 침공 후 키예프 지역 복원의 틀에서 협력 및 공동 프로젝트 영역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사진=올렉시 쿨레바 키이우 주지사 페이스북) 2022.06.0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의원들이 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를 방문해 전후 복구 방안 등을 논의했다. 올렉시 쿨레바 키이우 주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오늘 한국의 여당인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이끄는 국회 대표단이 키이우를 공식 방문했다", "대표단은 부차에서 고문당한 민간인들의 매장지를 방문하고 이르펜의 파괴 된 주거 지역을 조사하고", "그들은 러시아 침공 후 키예프 지역 복원의 틀에서 협력 및 공동 프로젝트 영역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사진=올렉시 쿨레바 키이우 주지사 페이스북) 2022.06.0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 대표는 지난 대선 기간 동안 '윤핵관'들과 잦은 갈등을 빚은 바 있고, 이런 이 대표를 윤석열 대통령이 내심 부담스러워 한다는 얘기도 정치권에 공공연하게 흘러나온적 있다.

특히 이 대표가 공천개혁을 예고하자, 차기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권성동 원내대표, 정진석 의원 등 소위 친윤계를 견제하고 '윤심(尹心)'이 영향력을 갖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이 대표가 당 혁신위원장을 최재형 의원을 앉힌 것을 두고 정당개혁을 정치 경륜이 부족한 초선 의원에 맡기는 건 다른 의도가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최재형 의원은 지난 대선정국 초반까지만 해도 윤석열 대통령의 강력한 경쟁상대로 여겨졌으나 당내 대선 경선에서 탈락하자, 당시 윤석열 예비후보 대신 홍준표 예비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이 대표의 임기는 내년 6월까지로 차기 당대표는 총선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다. 윤핵관 쪽과 한동안 불편한 관계를 이어갔던 최 의원이 이 대표와 손발을 맞춰 공천 개혁을 주도하게 될 경우, 차기 당권을 노리는 친윤계 입장에서는 내심 거북스러울 수밖에 없다.

 정치권에서는 안철수 의원이 국민의힘과 합당에 이어 원내에도 진출함에 따라 이 대표에 대한 조기퇴진론의 불씨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안 의원은 잠재적인 차기 대권주자다. 국무총리직을 고사하고 국민의힘 당을 택한 것 자체가 5년 후 대권을 염두에 두고 당 안에서 당내 외연확장을 통해 자신의 약한 지지기반을 밑바닥부터 다져나가면서 세력화를 도모하려는 수순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안 의원은 대권에 바로 도전하기 보다는 총선 공천 과정에서 당내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당권에 먼저 도전할 공산이 커보인다. 하지만 오래 전부터 쌓인 이준석 대표와의 앙금을 해소하기 쉽지 않아 당권 도전 이전에 국민의힘 당에서 얼마나 안착하느냐가 변수가 될 수 있는 만큼 안 의원 입장에선 이 대표가 조기 퇴진하게 될 경우 '장애물'이 사라지는 셈이 된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자신을 향한 당 내 보이지 않는 견제를 의식해 돌연 혁신위를 띄우고, 외교적 파장 우려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를 방문하는 광폭 행보를 펼쳐, 선거 이후 모호해질 수 있는 당대표로서의 존재감을 높이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 성성납 의혹 관련 윤리위 결정을 앞두고 이 대표가 적극적인 행보로 자신의 의혹에 쏠린 시선을 분산시키면서 여론전에 나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이에 당장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서울=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제20대 대통령 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5일 오전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국민이 키운 윤석열’ 출정식에서 국민의힘 종로보궐 후보자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이준석 대표와 손을 맞잡고 있다. 2022.02.15.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제20대 대통령 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5일 오전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국민이 키운 윤석열’ 출정식에서 국민의힘 종로보궐 후보자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이준석 대표와 손을 맞잡고 있다. 2022.02.15. [email protected]

'친윤계'로 당내 최다선인 정진석 의원은 6일 SNS에 "이준석 대표의 우크라이나 방문이 자기정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라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방문하겠다, 혁신위원회 설치하겠다,  2024년 총선에서 공천 혁명하겠다, 혁신 개혁 변화도 중요하겠지만 굳이 우선순위를 따진다면 윤석열 정부에 보탬이 되는 여당의 역할을 먼저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라며 "차분하게 우리 당의 현재와 미래를 토론하는 연찬회부터 개최하는 게 순서"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준석 대표를 겨냥해 "지도부 측근에게 ‘당협 쇼핑’을 허락하면서 공천 혁신 운운은 이율배반적이지 않느냐? 묻는 이들이 많다"고 전하면서 "이대표를 탓하자는 게 아니다. 개혁과 혁신은 진실한 자기 반성을 토대로 진행돼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안철수 의원도 전날 선거캠프 해단식에서 이준석 대표가 정당개혁의 일환으로 앞세운 혁신위원회에 대해 "혁신은 필요하다. 잘 될수록 혁신을 먼저 주도적으로 하는 게 굉장히 바람직하다"면서도 "혁신은 선거 제도나 공천만 있는 게 아니라 그 이외에 정책적인 부분이라든지, 혁신이 필요한 많은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안 의원은 이어 "그 부분을 다 포괄하는 노력을 지금 해야 한다"며 "지금 앞으로 2년간 선거가 없는 기간이기 때문에 이제는 제대로 정체성과 존재감을 보여주기 위해선 여러 다양한 분야에서 끊임 없는 혁신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당내 일부 부정적인 기류에 이 대표는 직접적인 맞대응으로 확전을 자제하는 모습이지만 앞으로도 '마이웨이' 행보를 시사했다.

이 대표는 대신 SNS에 "어차피 기차는 갑니다"라는 한줄 입장문을 올린 후 추가로 올린 글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해서는 당 차원에서 각자의 위치에서 꾸준히 노력했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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