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자사주 매입 추진…최윤범 회장 '대반격' 나서나
법원, 고려아연 자사주 매입 금기 가처분 기각
고려아연 2일 이사회서 자사주 공개매수 의결
1조원 규모 회사채 등 자사주 매입 자금 준비
영풍·MBK의 고려아연 공개매수 저지에 활용
고려아연 이사회 '배임·시세조정' 논란은 지속
'1.85% 지분' 영풍정밀 경영권 싸움도 본격화
[울산=뉴시스] 배병수 기자 =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15일 오후 울산 울주군 온산읍 국가산업단지에서 열린 고려아연-켐코 올인원 니켈제련소 기공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3.11.15. [email protected]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영풍과 MBK파트너스의 주식 공개매수를 저지하거나 향후 우호 세력 확보를 위한 중요한 카드로 쓸 수 있다.
이에 맞서 영풍은 법원에 다시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경영권 분쟁으로 주가가 많이 오른 현 상황에서, 공개매수 가격보다 비싸게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은 '업무상 배임'이 될 수 있다는 이유다.
고려아연 이사회 대규모 자사주 매입 추진
앞서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는 이날 영풍 측이 최윤범 회장 등 고려아연 이사진을 상대로 제기한 자기주식 취득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영풍과 고려아연은 특별관계자로 볼 수 없다"며 기각 결정을 내렸다.
이사회 의결에 따라 고려아연은 이르면 4일부터 자사주 공개매수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사주 공개매수 가격은 80만원 이상으로 책정해, 영풍-MBK 연합의 공개매수(주당 75만원)를 저지하고, 이렇게 취득한 자사주는 향후 전량 소각할 계획이다.
문제는 자금력이다.
고려아연은 현재 현금과 현금성 자산 등 자사주 매입에 사용할 수 있는 재원이 6조원에 이르지만, 올초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2693억원 정도만 재원으로 남겨두고 나머지는 해외 투자와 자원 사업 등으로 사용 목적을 제한했다.
[서울=뉴시스]
이에 따라 고려아연은 자사주 매입을 위한 실탄 확보를 위해 1조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금리는 7% 수준으로 메리츠금융이 인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아연은 지난달에도 총 4000억원 규모의 기업어음(CP) 발행했고, 이를 감안하면 사내 유보금 외에도 1조4000억원 이상의 자금 여력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영풍·MBK, 가처분 재신청 대응
앞서 영풍과 MBK 파트너스는 지난 13일 주당 66만원에 고려아연 지분 6.96~14.56%를 공개매수한다고 밝혔으며, 지난 26일 공개매수가를 주당 75만원으로 상향한 바 있다. 공개매수에 투입하는 금액은 이미 2조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영풍은 고려아연 자사주 매입을 총력을 다해 막는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취득 목적 공개매수(이하, 자사주 매입 공개매수) 절차를 중지하라는 가처분 신청을 이날 다시 법원에 제출했다.
이번 가처분 신청은 공개매수 기간 중 특별관계자인 고려아연의 자사주 취득을 금지하라는 가처분 신청과는 다른 것으로, 고려아연 이사회의 자사주 매입 공개매수 결의가 회사와 전체 주주의 이익을 해하는 배임이자 시세조정 행위가 될 수 있어 자사주 매입 절차를 강제로 중지시켜 달라는 취지다.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강성두 영풍 사장이 2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영풍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 설명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4.09.27. [email protected]
영풍정밀, 경영권 분쟁 '캐스팅 보트' 부상
이날 최윤범 회장과 최창영 명예회장, 최창규 영풍정밀 회장은 각자 지분 33.33%씩 들고 있는 투자회사 제리코파트너스를 통해 영풍정밀 공개매수에 나섰다. 이들은 최대 약 1181억원을 투자해 영풍정밀 발행 주식의 25%인 393만7500주를 주당 3만원에 공개매수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최윤범 회장 등은 이번 영풍정밀 공개매수 대금 중 300억원은 자기자금으로 충당하고, 나머지 881억원은 하나증권에서 차입했다. 이들은 자금 마련을 위해 자신들이 보유하던 ㈜영풍 지분도 대거 매도한 것으로 파악된다.
영풍정밀은 고려아연 지분 1.85%를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 최씨 일가의 우호지분으로 분류된다. 만약 영풍과 MBK가 영풍정밀 공개매수에 성공하면 단숨에 지분 격차를 벌릴 수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