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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상에 현금 부자도 '관망'…'똘똘한 한 채' 수요 꺾였다

등록 2022.09.02 06: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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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총액 상위 50개 초고가 아파트값 2년 2개월만에 하락

금리 인상→주택 매수 심리 위축→초고가 경매 물건 '유찰'

집값 고점 인식·추가 금리 인상 예상…초고가 단지 하락세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서울 용산구 남산에서 시민들이 아파트 등 주택이 밀집한 도심을 바라보고 있다. 2022.08.26.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서울 용산구 남산에서 시민들이 아파트 등 주택이 밀집한 도심을 바라보고 있다. 2022.08.2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지금은 현금 부자들도 관망세로 돌아섰어요."

지난 1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인근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보다 더 떨어질 것이라고 판단하는 매수 대기자들이 많아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올해 초만 하더라도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수요가 많았는데, 금리가 꾸준히 오르면서 매수세가 사실상 끊겼고, 집값도 하락하고 있다"며 "집값이 더 오르겠지 하면서 배짱 부리던 집주인들도 이제는 가격 협의가 가능하다고 연락이 온다"고 전했다.

지난해 집값 상승을 주도했던 이른바 '똘똘한 한 채'로 불리는 초고가 아파트 단지들의 몸값이 낮아지고 있다.

잇단 금리 인상 등의 여파로 주택 매수세가 위축되면서 전국 시가총액 상위 50개 아파트 단지의 집값이 2년 2개월 만에 꺾이고, 강남권 고가 아파트들이 경매시장에서 유찰되고 있다. 특히 주거 수요가 가장 많은 서울 내 핵심 지역인 강남권에선 직전 신고가보다 3억~5억원 하락한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전국의 '대장주' 아파트값이 2년 2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다. KB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7월 'KB선도아파트 50지수'는 101.18로 전월(101.42) 대비 0.24p(포인트) 하락했다. 선도아파트 50지수가 전월 대비 하락한 것은 2020년 5월(-0.64p) 이후 2년 2개월 만이다. 당시 코로나19 여파로 선도 50지수 역시 2020년 3~5월 3개월 연속 하락했다.

선도아파트 50지수는 매년 전국 아파트단지 가운데 시가총액 상위 50개 단지를 선정해 시가총액 지수와 변동률을 나타낸다. 이 지수에는 서울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와 송파구 '헬리오시티', 강남구 '래미안대치팰리스' 등 대장주들이 포함돼 있다.

거래절벽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도 선도아파트 50지수는 그동안 서울 아파트의 월간 매매가격 증감률을 웃돌았다. 지난 1월 선도아파트 50지수 증감률은 0.40%로 서울 아파트 평균(0.23%)보다 높았다. 5월(0.61%)에도 서울 아파트 평균(0.21%)을 상회했다. 하지만 6월(0.06%) 들어 서울 아파트 평균(0.13%)보다 낮아졌고, 이달에는 서울 아파트 평균(0.03%)보다 우선 하락 전환했다.

[서울=뉴시스] 한국부동산원은 8월 다섯째 주(29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을 조사한 결과 전주 대비 0.15% 하락해 전주 대비 0.01%포인트 더 떨어졌다고 1일 밝혔다. 서울 25개구 모두 내림세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618tue@newsis.com

[서울=뉴시스] 한국부동산원은 8월 다섯째 주(29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을 조사한 결과 전주 대비 0.15% 하락해 전주 대비 0.01%포인트 더 떨어졌다고 1일 밝혔다. 서울 25개구 모두 내림세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email protected]


실제 강남권 내 똘똘한 한 채로 꼽히는 대장주 단지들의 하락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7차(전용면적 157㎡) 지난달 9일 55억원에 거래됐다. 앞서 전달 19일 거래된 현대아파트 6차 같은 면적의 신고가 58억원보다 3억원 낮아졌다. 또 도곡동 타워팰리스(전용면적 164㎡)는 지난달 6일 43억5000만원 거래되 신고가를 경신했지만, 같은 달 29일 42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3주 만에 1억원 떨어졌다.

경매시장에서 똘똘한 한 채는 찬밥신세다. 지난해 부동산 규제를 피해 똘똘한 한 채에 수요자 관심이 집중되면서 뜨겁게 달아오른 것과 달리, 최근에는 유찰이 이어지고 있다. 경매 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7월 서울 아파트 낙찰률(경매 건수 대비 낙찰 건수 비율)은 26.6%를 기록했다. 이는 2008년 12월(22.5%) 이후 최저치다.

똘똘한 한 채로 통하던 강남권 고가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줄면서 유찰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2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전용면적 84㎡) 물건이 경매로 나왔으나, 입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또 지난달 30일 삼성동 아이파크(전용면적 157㎡)와 잠원동 신반포청구(전용면적 85㎡) 경매 물건에 입찰자가 아무도 없었다.

부동산 시장에선 부동산 시장에선 단기간 집값 급등에 따른 피로감 누적과 대출 규제 강화, 잇단 금리 인상으로 주택 매수세가 위축되면서 초고가 아파트 단지 몸값도 한풀 꺾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초고가 아파트 단지에서도 하락 거래가 나오면서 집값이 본격적인 하락 국면에 진입했다는 진단에 힘이 실린다.

전문가들은 전체적인 주택 매수심리 위축 영향으로 초고가 단지들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 부동산 시장이 전체적으로 위축되면서 강남권 초고가 아파트 단지들도 영향을 받고 있다"며 "집값 고점 인식과 추가 금리 인상 예상 등 집값 하방 요인이 겹치면서 관망세가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금리 인상에 따른 매수세 위축은 지역과 단지, 집값과 관계 없이 영향을 미친다"며 "고가 아파트 단지의 매수세 위축과 집값 하락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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