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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용 피해자 만난 외교장관 "배상 문제 꼭 풀겠다"(종합)

등록 2022.09.02 18: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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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서 일제 강제노역 동원 피해자 잇따라 예방

"배상 문제 합리적 해결 위해 한일 교섭에 최선"

'자산 매각' 재판에 낸 의견서 "철회 안 해" 고수

"사죄 받기 전엔 못 죽어" "보여주기 쇼 아니길"

[광주=뉴시스] 김혜인 기자 = 박진 외교부 장관이 2일 오후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이춘식(98)씨의 집인 광주 광산구 우산동 한 아파트를 찾아 이씨의 손을 잡고 있다.2022.09.02.hyein0342@newsis.com

[광주=뉴시스] 김혜인 기자 = 박진 외교부 장관이 2일 오후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이춘식(98)씨의 집인 광주 광산구 우산동 한 아파트를 찾아 이씨의 손을 잡고 있다[email protected]



[광주=뉴시스] 변재훈 이영주 김혜인 기자 = 박진 외교부 장관이 2일 광주에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를 잇따라 만나 일본과의 외교적 노력을 통해 배상 문제의 해법을 찾겠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이날 강제징용 피해자인 이춘식 할아버지와 양금덕 할머니의 자택을 차례로 예방했다.

박 장관은 고령의 피해자들의 건강 상태를 꼼꼼히 묻고 강제 징용으로 겪은 고충과 사연을 경청했다. 또 추석 명절을 맞아 큰절을 올리기도 했다.

이 할아버지는 박 장관에게 "지금 살아 있을 때 어떻게든 일본이 사과도 하고 (강제 동원 손해배상) 재판을 이겼는데도 결과가 매듭 안 지어지고 있다. 장관이 신경을 써 달라"고 당부했다.

양 할머니는 박 장관에게 손수 쓴 편지를 건넸다. 양 할머니는 편지에 '돈 때문이라면 진작 포기했지요. 일본의 사죄 받기 전에는 죽어도 죽지 못하겠습니다'고 썼다.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미쓰비시중공업 근로정신대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가 2일 오후 자택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에게 자필로 쓴 편지를 보여주고 있다. 2022.09.02. leeyj2578@newsis.com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미쓰비시중공업 근로정신대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가 2일 오후 자택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에게 자필로 쓴 편지를 보여주고 있다. 2022.09.02. [email protected]



박 장관은 "나라를 뺏기고 강제 징용의 고초를 겪은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으니 책임감과 사명감이 강해진다. 일본과 외교 교섭을 통해 우리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일제강점기 당시 이 할아버지는 일본제철 가마이시제철소에, 양 할머니는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항공기제작소에 끌려가 강제 노역을 했다.

이들 모두 지난 2018년 대법원에서 당시 강제동원 전범 기업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지만, 피고 기업 측은 사실상 배상을 거부했다. 이후 법원에서 피고 기업의 국내 자산 현금화를 위한 절차를 거치고 있다.
[광주=뉴시스] 김혜인 기자 =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가 2일 오후 박진 외교부 장관에게 전달한 손편지. 2022.09.02.(사진=일제강제동원 시민모임 제공)photo@newsis.com

[광주=뉴시스] 김혜인 기자 =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가 2일 오후 박진 외교부 장관에게 전달한 손편지. 2022.09.02.(사진=일제강제동원 시민모임 제공)[email protected]



특히 양금덕 할머니가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자산 특별현금화(강제 매각) 명령 관련 소송은 1·2심 승소를 거쳐 올해 대법원에 계류돼 최종 결정을 앞두고 있다.

피해자 중 가장 먼저 일본 전범기업의 국내 자산 강제 매각에 대한 법적 판단이 내려지는 셈이다.

그러나 외교부는 재판부에 '한일 양국이 배상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 징용 피해자들의 거센 반발을 불렀다.

의견서 제출에 대해 박 장관은 "판결 보류를 요청한 것 아니냐는 생각은 사실이 아니다. (의견서는) 법원 판결 선고에 관여하는 것이 아니다. 구속력도 없다"면서 "법령과 절차에 따라 진행했다"며 철회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또 '합리적 해결'을 강조하면서 "정부가 그동안 민·관협의체를 통해 피해 당사자와 전문가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해왔다.직접 일본의 총리와 외무장관을 만나 성의 있는 호응을 촉구했다"며 "과거사를 직시하고 미래지향적 관계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박진 외교부 장관이 2일 오후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 내 미쓰비시중공업 근로정신대 징용 피해자 고(故) 김혜옥 할머니 묘비를 어루만지고 있다. 2022.09.02 wisdom21@newsis.com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박진 외교부 장관이 2일 오후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 내 미쓰비시중공업 근로정신대 징용 피해자 고(故) 김혜옥 할머니 묘비를 어루만지고 있다. 2022.09.02 [email protected]




피해자 소송 지원 단체는 "의견서 제출은 전범 기업의 손을 들어준 꼴"이라며 "(박 장관이) 피해자들을 만나는 것이 보여주기식 쇼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의견서 제출에 대해) 전혀 한 마디 사과 없이 피해자들은 손을 잡은 것은 매우 유감이다"고 곧장 반박했다.

박 장관은 광주 방문 마지막 일정으로 국립 5·18민주묘지로 이동, 징용피해자 고(故) 김혜옥 할머니의 묘소를 참배했다.

고 김 할머니는 14살이던 1944년 5월 말 '일본에서 공부할 수 있다'는 담임 교사의 말에 속아 미쓰비시 근로정신대로 끌려가 해방 후 귀국할 때까지 강제 노역했다. 양 할머니와 같은 고향·학교 1년 차이 선배이기도 하다.

1980년 5월에는 대학생을 무차별 구타하는 계엄군에 항의하다 다쳤으며, 5·18 유공자로 인정받아 지난 2009년 별세 직후 민주묘지에 안장됐다. 특히 고 김 할머니는 양 할머니와 함께 일본 법원에 미쓰비시와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한 손해 배상 소송을 이끌기도 했다.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박진 외교부 장관이 2일 오후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 내 미쓰비시중공업 근로정신대 징용 피해자 고(故) 김혜옥 할머니 묘비를 살피고 있다. 2022.09.02 wisdom21@newsis.com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박진 외교부 장관이 2일 오후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 내 미쓰비시중공업 근로정신대 징용 피해자 고(故) 김혜옥 할머니 묘비를 살피고 있다. 2022.09.02 [email protected]



유족 안호걸(58)씨는 박 장관에게 "정부가 한일 관계 개선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안다. 어린 소녀들이 이역만리에서 강제 노동에 시달릴 때 양심과 따뜻한 마음씨로 먹거리를 나눠 먹었던 (일본) 사람들과는 친해지고 싶다. 다만 진정한 사과·반성하지 않는 사람들과는 친해지고 싶지 않다"며 뼈 있는 소리를 했다.

"70여년 전에는 나라가 망해 우리 소녀들을 보호하지 못한 국가였다. 이제는 나이 든 할아버지·할머니의 한을 풀어주고 권리를 찾아주는 국가를 만들어 달라"고 목소리 높였다. 

한편, 박진 장관은 이날 일정에 국산 흰색 승합차를 이용할 예정이었으나, 매번 택시를 타 눈길을 끌었다. '차량 색상이 고령의 생존 피해자 방문 예의에 어긋나 바꿔 탄 것 아니냐'는 등의 추론이 나왔다.

이에 대해 박 장관은 "역앞에 택시가 있어 잡아 탔을 뿐이다"라고만 답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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