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하회마을에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추모공간 마련
추도 단상 설치·추모 사진 전시…"열흘간 애도"
안동 하회마을 서애 류성룡 선생의 종택 '충효당' 앞에 엘리자베스 2세 영국여왕 추도 단상이 설치돼 있다. (사진=안동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11일 시에 따르면 서애 류성룡 선생의 종택 '충효당' 앞에 엘리자베스 2세 영국여왕 추도 단상이 설치됐다.
서거 이후 열흘간 시민 등 방문객들이 애도하고 조문할 수 있도록 운영된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하회마을 방문 당시 맨발로 충효당 마루를 오르는 모습, 73세 생일상을 받는 장면, 봉정사에서 돌탑에 돌을 얹는 사진 등 추모사진 20여점도 전시됐다.
여왕은 1999년 4월 부군인 필립공과 함께 김대중 전 대통령 내외의 초청으로 3박 4일간 한국을 국빈 방문했다.
"가장 한국적이고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고 싶다"는 여왕의 뜻에 따라 한국 전통문화의 정수인 안동 하회마을을 찾아 73세 생일상을 받으며 안동과 인연을 맺었고 이는 한·영 외교사에 중요한 연결고리가 됐다.
1883년 두 나라가 한·영 우호통상항해조약을 맺고 수교한 이래 영국 국가원수로서는 첫 방한이었다.
영국 최고위 귀빈으로 세기의 진객이 한국을 방문하며 온 국민과 세계인의 관심을 받았고, 한국 속의 한국으로 꼽히는 안동이 전 세계에 알려지는 극적인 계기가 됐다.
방한 사흘째이자 73세 생일인 4월 21일 하회마을을 방문할 당시 주요 내빈을 비롯해 시민 1만여명의 인파가 여왕을 열렬히 반겼다.
이날 여왕은 담연재에서 안동소주 명인 조옥화(2020년 별세) 여사가 마련한 성대한 생일상을 대접받았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1999년 4월 21일 안동 하회마을에서 73세 생일상을 받고 있다. (사진=안동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또 김치, 고추장 담그기, 농부가 소를 끌고 쟁기로 밭을 가는 모습 등을 지켜보고 하회별신굿탈놀이도 관람했다.
당시 여왕이 충효당에서 신발을 벗고 마루에 오른 일화는 상당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좀처럼 맨발을 노출하는 일이 없는 여왕이 신발을 벗는 순간 외신기자들이 플래시 세례를 터뜨리며 소탈한 여왕의 품격이 여과 없이 세계적으로 전파를 탔다.
이날을 기념해 여왕은 충효당 마당에 구상나무도 심었다.
여왕은 안동농산물도매시장에서 안동사과 선별작업과 경매하는 장면을 관람했다.
이어 봉정사로 이동해 현존 최고(最古) 목조건물인 극락전 앞 돌탑에 돌멩이 하나를 올려놓고 "돌탑을 쌓았으니 복을 많이 받겠다"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당시 봉정사 주지스님인 문인 스님은 '일념만년거'라는 글의 족자를 선물했다.
여왕은 방명록에 '조용한 산사 봉정사에서 한국의 봄을 맞다'라는 글귀를 남기고 안동을 떠났다.
안동 봉정사를 방문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극락전 앞 돌탑에 돌멩이 하나를 올려놓고 있다. (사진=안동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후 유교책판, 봉정사, 도산·병산서원이 유네스코 기록유산과 문화유산으로 등재되는 데 중요한 시발점이 됐다.
안동에서는 여왕의 발자취를 기억하고자 2009년 10주년 기념행사를 진행했다.
2019년에는 여왕의 차남인 앤드루 왕자를 초청해 20주년 행사도 개최했다.
당시 앤드루 왕자가 낭독한 메시지를 통해 여왕은 "특히 하회마을에 와서 73세 생일상을 받은 것을 저는 정말 깊이 기억하고 있다. 앞으로도 하회마을 주민들과 안동시, 경상북도 여러분들에게 좋은 일만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겠다"라고 전했다.
안동시는 영국과 우호관계 증진을 위해 여왕의 발자취를 따라 하회마을, 농산물도매시장, 봉정사로 이어지는 길을 '로열웨이(Royalway)'라는 이름으로 명명했다.
로열웨이 복합쉼터사업의 하나로 서안동IC 인근에 영국의 국화인 장미를 주제로 한 장미공원(면적 8759㎡)을 올 10월께 준공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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