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중국, 저궤도 우주 쓰레기 청소 경쟁 활발
'우주 개발 2등 국가' 일본 우주 청소 선도 희망
연초 '무덤 궤도'로 쓰레기 옮기는데 성공한 중국
미가 망친 분야 해결 선도로 미와 동등 대우 원해
[베이징=신화/뉴시스] 중국 독자 우주정거장의 두 번째 실험실이자 마지막 모듈(실험창)인 '멍톈(夢天·왼쪽)'이 1일 다른 두 모듈과의 도킹에 성공했다. 도킹 과정을 보여주는 개념도. 2022.11.01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20일(현지시간) 이미 만원이 된 지구 저궤도에서 위성과 파편이 충돌하는 건 시간문제라면서 미국과 달리 일본과 중국이 이를 해결하는데 매우 적극적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이 올해 기능을 멈춘 인공위성을 “무덤 궤도”에 옮기는데 성공하자 일본의 전문가들이 바짝 긴장했다. 일본은 우주쓰레기 청소 선두주자로 나서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기 때문이다.
일부에선 중국의 실험이 궤도 침범 능력을 증명한 것으로 보기도 한다. 다른 나라의 인공위성을 해칠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민간의 상업적 우주 개발이 활성화되면서 지구 궤도에는 온갖 쓰레기가 가득하다. 작은 건 구슬크기부터 큰 건 버스 크기까지 다양하다. 전 세계 많은 회사들이 이 쓰레기들을 지구 대기권으로 끌어내려 높은 마찰열로 태워버리는 기술을 연구해왔다.
지금까지 누가 우주 파편을 폐기할 지에 대한 규제는 없다. 다만 일본은 이 분야에서 앞서가길 원한다. 일본은 중국의 우주 기술 발전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과 기술 협력을 강화해왔다.
도쿄 공공정책대학원 스즈키 카즈토는 “우주에서 일본은 미국, 소련, 중국에 이은 2등 국가였지만 지금이 이를 따라 잡을 적기”라면서 “시간이 얼마 없다”고 말했다.
지구 저궤도는 시속 2만8000km로 비행하는 각종 쓰레기로 가득 차 있다. 용도 폐기된 위성과 그 부품들이다.
이 쓰레기들을 처리하려면 국가들 간 신뢰와 협력이 필요하지만 미국, 중국, 러시아 등 쓰레기를 양산해온 국가들은 사이가 좋지 않아 협력을 제대로 하지 못해왔다. 지난해 중국은 미국이 국제조약 의무를 위반해 중국의 우주정거장을 미 스페이스X사가 운영하는 스타링크 인공위성과 충돌하지 않도록 조절해야 했다고 비난했다.
미 하버드-스미소니언 천체물리학 센터 연구원 조나산 맥도월은 “중국이나 미국이나 군사적 우려 때문에 협력할 의지가 없다”면서 “우주의 통행을 규제하는 국제기관이 없다는 건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일본이 이 분야에서 앞서가려고 시도하고 있다. 일본의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는 도쿄에 본사를 둔 아스토로스케일사와 협력해 세계 최초로 우주 쓰레기 제거 임무를 시작했으며 2030년까지 상업화할 예정이다.
아스트로스케일사는 또 궤도에 있는 인공위성에 연료를 보충하고 수리도 할 수 있는 서비스도 개발하고 있다. 위성 수명을 연장해 쓰레기 발생을 줄이려는 것이다. 이 기술은 파편 제거에도 함께 활용할 수 있다.
전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 출신으로 아스트로스케일사 최고운영책임자(COO)인 크리스 블랙커비는 “우주는 넓지만 궤도는 비좁다. 조만간 사고가 일어날 것이다. 가능성의 문제가 아니라 시간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는 아스트로스케일사와 협력해 세계 공통의 기준을 만들려 하고 있다. 올해 초 일본 정부는 우주 파편 제거 연구와 실행 주체에 적용하는 규정과 규칙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경쟁자들 사이에 의심을 줄이고 충돌을 피하기 위한 투명성과 사전 통지 규칙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스즈키 연구원은 “전례를 만들어 다른 나라들이 따르도록 할 수 있다. 법적으로는 아니라고 해도 도덕적으로는 다른 나라들이 따르도록 할 수 있다. 예컨대 중국이 다른 방식을 추구한다면 중국은 일본에 왜 그렇게 하는지 설명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과 유럽, 호주의 회사들도 파편 제거 노력을 하고 있다. 미 통신위원회(FCC)는 수명을 다한 위성의 “궤도 이탈” 시한을 25년에서 5년으로 줄였다. 이 규제가 적용되는 회사들이 록히드 마틴과 레이시언사다. 캐나다의 오브루타 스페이스 솔루션스사는 캐나다 항공우주당국과 파편 제거 기술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스위스 스타트업 클리어스페이스사도 유럽우주국과 계약을 체결했다.
중국의 오리진 스페이스사도 거대한 그물망으로 우주 파편을 쓸어 담는 로봇 모형 개발에 착수했다. 중국은 우주 파편 제거 수요가 가장 큰 나라다. 1970년에 처음 인공위성을 발사한 중국은 2045년까지 우주 강국으로 발돋움할 계획이다. 지난 4월까지 궤도에 올린 위성이 500개 이상이며 최근 몇 년 동안 전 세계에서 가장 로켓 발사를 자주 해왔다. 독자 우주정거장을 만들고 민간 우주산업을 적극 육성하는 과정에서 우주 쓰레기도 가장 많이 발생시키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07년 기능을 멈춘 기상예보 위성에 탄도미사일을 쏴 파괴했다. 당시 엄청난 파편이 발생했으며 앞으로도 수십 년 동안 3000개 이상의 파편이 궤도에 남아 있게 된다.
중국은 지난 1월 소리 없이 우주 쓰레기 청소에 기념비적 성과를 거뒀다. 수명을 다한 시장 21 인공위성을 붙잡아 정규 궤도에서 멀리 떨어진 쓰레기장 궤도로 옮긴 것이다. 중국은 이를 사전에 유엔 우주 담당부서에 통지했다. 이를 두고 스즈키 연구원은 중국 정부가 투명성을 중시하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신호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유엔과 전 세계 우주 당국간 협력 위원회의 우주 파편 제거 규제를 잘 지켜왔다. 지난해 5월 중국 정부는 궤도 이탈 대상의 소형 위성을 관리하는 기준과 안전조치 규정을 새로 제정했다.
맥도월 하바드 천체물리학센터 연구원은 “중국은 미국과 동등하게 대우 받기를 원한다. 우주 파편 제거와 같은 일은 미국이 잘 못하고 있는 일이며 중국이 주도할 수 있는 분야”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