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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서 방황하는 '우울증' 10대…"정신과 문턱 낮춰야"

등록 2023.05.10 08:01:00수정 2023.05.10 08:0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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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커뮤니티 우울증 갤러리 논란

우울한 청소년 무력감·의존심리 악용

가스라이팅 후 극단선택 유도 가능성

전문가 접근성 높이고 적극 투자해야

[서울=뉴시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우울증 갤러리’가 청소년의 극단적 선택 창구로 쓰여 논란이 커지고 있다. (그래픽= 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서울=뉴시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우울증 갤러리’가 청소년의 극단적 선택 창구로 쓰여 논란이 커지고 있다. (그래픽= 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우울증 갤러리’가 청소년의 극단적 선택 창구로 악용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 차원에서 투자를 확대하고 청소년 상담 컨트롤타워를 구축해 우울증을 겪는 청소년들의 상담 문턱을 낮춰야 한다고 지적한다.

10일 경찰 등에 따르면 온라인 커뮤니티는 청소년 극단적 선택 통로로 자주 악용되고 있다. 최근 한강 다리에서 세상을 등지려 한 10대 여학생 두 명은 우울증 갤러리에서 만나 극단선택을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우울증 갤러리에서 활동했던 10대 여학생은 서울 강남의 한 빌딩에서 극단선택을 했다.

우울증에 걸린 청소년들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일종의 심리적 지배인 가스라이팅을 당한 후 이렇듯 극단적 선택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가스라이팅은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상대방이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들어 판단력을 잃게 하는 일종의 정서적 학대다.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청소년 우울증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우울한 청소년들이 위로를 받기 위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온라인 커뮤니티를 이용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면서도 "다만 악성 댓글이나 순수하지 않은 의도로 접근해 저지르는 범죄로 인해 (청소년들이)오히려 더 상처를 받고 절망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심각하다"고 말했다.

통계청의 통계를 보면 2021년 10대에서 자살률(인구 10만명 당 자살사망자 수)이 10.1%로, 가장 많이 증가했다. 2019년과 비교하면 20.3% 증가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지난해 6월 통계를 보면 2021년 우울증 진료 환자는 93만3481명으로 2020년보다 10% 증가한 가운데, 10대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특히 과거 학대나 성폭력, 학교폭력 등을 겪은 후 가정이나 학교에서 의지할 곳을 찾지 못한 청소년들이 우울증 갤러리를 향했다가 가스라이팅 피해를 입을 우려가 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교수(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이사)는 "가스라이터(가스라이팅 가해자)가 우울증 갤러리에 많은 것 같다"면서 "우울증에 걸린 청소년은 정신적으로 더 취약해 가스라이터가 가스라이팅으로 자살을 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가스라이터는 우울증에 걸리면 무력감이 생기고 누군가에게 의존하게 되는 심리를 악용한다"며 "도우미를 자처하지만 전문적 지식도 없을 뿐 아니라 흑심을 가지고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청소년들이 우울증 갤러리를 통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것을 막으려면 청소년들이 전문가로부터 상담을 쉽게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교육부 산하 위(Wee)센터를 찾아 갔다가 상담을 제대로 받지 못해 마음에 상처만 입고 우울증 갤러리에 접속한 사례도 있다고 한다.

임 교수는 "청소년 눈높이에 맞춘 상담이 필요하다"면서 "청소년이 정신과 의사나 전문가를 만나려면 문턱이 높기 때문에 교육부(위센터), 보건복지부(보건소 정신건강복지센터 및 의료기관), 여성가족부(청소년상담복지센터) 등에 흩어져 있는 청소년 상담 기능을 통합적으로 운영하는 컨트롤타워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심각한 우울증을 앓는 청소년의 경우 정부가 정신건강센터의 역할을 강화해 적극 개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우울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자살예방 교육과 SNS 상담 등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가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백 교수는 "우울한 청소년들을 어떻게 대할 것인지 가족과 학교, 지역사회가 관심을 갖고 알아가려는 노력이 정신건강·자살예방 교육과 함께 제공되는 것이 우선"이라면서 "해외에서도 우울한 청소년들이 언제든지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교내 정신건강서비스를 확대하고 청소년들이 선호하는 SNS 상담 등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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