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닫는 사립대에 장려금…"해산 유도 효과" vs "먹튀 우려"
與 정경희 의원 발의…"대학 해산 시급성 고려"
"부정 저지르고 문 닫는 운영자에게 면죄부"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나" 반박…찬반 첨예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장애인평생학습법에 대한 공청회가 열리고 있다. 2023.05.1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경록 기자 = 문을 닫은 사립대학 법인의 해산을 유도하기 위해 정치권에서 제시된 '해산장려금'의 효과성을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17일 국회 교육위원회에서는 '사립대학의 구조개선 지원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공청회가 열렸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2008년 이후 19개 사립대학이 문을 닫았고, 비슷한 사례가 앞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 속에서 사립대의 구조개선 혹은 폐교·해산을 지원하기 위해 발의된 세 법안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서다.
국민의힘 이태규·정경희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이 각각 사립대학의 구조개선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는데, 정 의원 발의안에만 담긴 '해산장려금'이 도마에 올랐다.
해산장려금은 해산하는 학교법인이 잔여재산 일부를 사학진흥기금에 귀속시키는 경우, 그 금액의 최대 30%를 잔여재산 처분계획서에 정해진 자에게 지급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실질적인 대학 운영이 어렵지만 교직원 임금 지급, 청산 과정 비용 문제 등으로 폐교 처리를 꺼리는 학교법인의 자발적인 해산을 유도하기 위한 방책으로 풀이된다. 2008년 이후 폐교한 19개 사립대 중 청산이 완료된 학교법인은 9개뿐이다.
공청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해산장려금의 해산 유도 효과는 인정하면서도, 인센티브 지급에 따른 부작용 우려를 표명했다.
전윤구 경기대 법학과 교수는 "해산장려금이 법인해산의 유인책으로서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점은 부인하지 않는다"며 "그러나 해산장려금의 지급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거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다. 곧바로 시행하기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희성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굳이 자발적 해산에 각종 특혜를 부여하는 것은 부정·비리를 저지르고 문을 닫으려는 대학운영자에게 면죄부를 제공하고 대학구성원의 피해를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며 "해산 또는 폐교하려는 모든 학교법인 및 경영위기대학에 대한 감사를 의무화하여 소위 ‘먹튀해산’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해산장려금 발의자인 정 의원은 '먹튀 우려'에 대해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것"이라며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행정 당국에서 잘 처리하면 된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임 연구원은 "학령인구 감소세를 볼 때 2040년에 남는 대학 정원이 수도권 대학과 지방거점국립대학의 정원을 합한 수와 거의 같다"며 "나머지 지방 사립대학 200개 법인에 대한 해산장려금이 감당되겠나"라고 되물었다.
이 의원이 '강력한 유인을 줘서라도 위기대학을 조속히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묻자, 임 연구원은 "이 법안이 통과됐을 때 문을 닫을 의사가 있는 대학이 몇 군데나 되는지 검증한 결과를 접한 바가 없다"며 "강력한 유인 효과에 대해 의문"이라고 반박했다.
다만 하연섭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해산을 하려면 ▲이사 정수 3분의 2 이상의 의결 ▲구성원 과반의 동의 ▲사학구조개선심의위원회의 심의가 있어야 한다"며 "사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식으로 해산 장려금을 활용하려고 할 경우 구성원 과반의 동의를 받거나 위원회 심의를 통과할 가능성은 대단히 낮다"고 주장했다.
김경회 명지대 석좌교수는 "해산장려금보다는 잔여재산 처분 계획서에 정한 자에게 잔여재산을 귀속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자발적 구조개선 유인효과가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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