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의약계열 입학정원, 19년간 147%↑"…인문계열은 '찬밥 신세'
대학교육연구소, 2003~2022 大 입학정원 변화 분석
19년 간 인문·사회·자연·예체능 줄고 의약·공학 늘고
"취업률 낮은 학과 구조조정…기초학문 육성책 필요"
[서울=뉴시스]사단법인 대학교육연구소가 14일 발간한 2003년~2022년 '계열별 대학 입학정원 변화' 현안보고서 내용 일부 갈무리. (자료=대학교육연구소 제공) 2023.09.14.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김경록 기자 = 지난 19년 동안 4년제 대학의 인문·사회·자연계열 입학정원은 감소한 반면 의약·공학계열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사단법인 대학교육연구소는 '2003~2022년 계열별 대학 입학정원 변화'라는 제목의 현안보고서를 발간했다. 작성자인 임희성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연보에 공시된 각 계열별 입학정원을 연도별로 비교·분석했다.
그 결과 4년제 일반대학 입학정원은 2003년 32만7040명에서 2022년 31만1325명으로 4.8%(1만5715명)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총 7개 계열 중 인문계열 감소율이 21.6%(1만179명)로 가장 컸다. 사회계열이 -19.0%(-1만6334명), 순수과학 분야인 자연계열이 -17.5%(-7956명)로 뒤를 이었다. 교육계열(-4.6%)과 예체능계열(-0.6%)도 입학정원이 줄었다.
증가세를 보인 것은 의약계열과 공학계열 뿐이었다. 특히 의약계열 입학정원은 2003년 1만699명에서 2022년 2만6424명으로 무려 147%(1만5725)나 급증했다. 공학계열은 4.5%(3907명) 증가세를 보였다.
임 연구원은 "이로 인해 전체 입학정원에서 인문·사회·자연계열이 차지하는 비율이 2003년 54.6%, 2012년 52.2%로 감소하다 2022년 46.3%로 절반 미만이 됐다"고 덧붙였다.
지난 19년 간 입학정원이 가장 많이 증가한 학과 20개 중 13개가 의약·공학계열이었다.
증가율이 가장 높은 학과는 에너지공학으로, 2003년 207명에서 2022년 2313명으로 입학정원이 10배 이상(1017.4%) 급증했다. 자동차공학(991.3%)도 10배에 가까운 증가세를 보였다.
의료공학(313.7%), 간호학(279.6%), 재활학(272.6%), 보건학(263.1%), 치의학(256.4%) 등 의약계열 학과들도 입학정원이 2~3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입학정원 감소폭이 가장 큰 학과도 공학계열에서 나왔다. 정보·통신공학(-70.3%)으로, 임 연구원은 "1990년대 말~2000년대 초 정보기술(IT) 중심의 벤처 붐에 따라 2003년 2만2874명까지 입학정원이 늘었으나 이후 IT 산업의 거품이 빠지면서 꾸준히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입학정원이 가장 많이 감소한 학과 20개 중 16개가 인문·사회·자연·예체능계열이었다.
인문계열에서는 기타 아시아어·문학(-66.7%)과 종교학(-46.0%)의 감소폭이 가장 컸다. 자연계열에서는 자원학(-63.5%), 물리·과학(-43.1%), 수학(-32.3%) 등 순수과학 분야, 사회계열은 국제학(-43.0%), 경영학(-12.5%)의 감소폭이 두드러졌다. 순수미술(-46.2%), 조형(-52.6%) 등 예체능계열 학과의 입학정원도 대폭 줄었다.
임 연구원은 "지난 19년 간 기초학문 관련 인문·사회·자연계열의 입학정원은 감소하고 실용학문인 의약·공학계열은 증가했다"고 요약했다.
그 원인으로는 "정부의 대학 재정지원 사업에서 취업률과 충원율을 주요 지표로 반영하고, 특정 사업에서는 산업 수요가 많은 분야의 정원을 늘리게 해 학과 구조조정을 직·간접적으로 주문했다"며 "이로 인해 취업률이 낮은 인문·사회·자연계열 학과들은 주요 구조조정 대상이 돼왔다"고 분석했다.
이어 "지속되는 학령인구 감소와 취업 중심 학과 선호 심화에 따라 기초학문 관련 학과는 이후에도 더욱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며 "기초학문을 보호하고, 육성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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