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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서 원룸 전세사기…청년·신혼 등 7가구 12억원대 피해

등록 2023.09.20 10:5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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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배 전 장관, 광산구 A원룸 다중 전세사기 사건 피해조사

우울증·공황 장애 등 정신 질환 시달려…"치료 지원 등 시급"

검찰, 주범 구속영장 청구…정부, 보완 입법 등 뒤늦게 마련

 *재판매 및 DB 금지


[광주=뉴시스] 송창헌 기자 = 광주 지역에서 원룸 전세사기 사건이 발생해 사회초년생들이 10억 원대 피해를 입고 우울증과 공황 장애, 수면 장애 등 심각한 정신질환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남100년살림민심센터(이사장 천정배 전 법무장관)는 지난 5월부터 전세사기 피해신고지원센터를 운영한 결과 광주시 광산구 A원룸 전세사기 사례를 접수하고 그동안 두 차례 피해자 간담회 등을 거쳐 피해 유형과 대책 등 조사 결과를 20일 공개했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A원룸 사례는 다가구주택 관련 법과 제도의 허점을 악용한 사기범죄로 서민과 대학생, 청년, 신혼부부, 사회초년생이 희생당하는 전형적인 '사회적 재난'으로 확인됐다.

피해자는 모두 7가구로, 피해 규모는 12억 원대에 달한다. 이 중 5가구가 혼자 사는 20~30대 사회 초년생들로 대부분 은행에서 전세자금 대출로 마련한 1억원 안팎의 전세 보증금과 어렵게 모은 돈을 떼일 처지에 놓이게 됐다.

세입자 김모(34)씨는 다니던 대기업을 퇴사하고, 광주 첨단산단 내 향수회사에 재취업해 어릴적부터 꿈꿔왔던 조향사로의 새 인생을 시작하려는 찰나, 사기를 당했다.

김씨는 자신이 모은 300만원과 청년대출 1억2000만원으로 전세보증금을 마련했으나 한 푼도 되돌려 받지 못해 매월 원금 200만원과 60만원의 이자를 납부하는데 월급만으로는 감당이 안돼 주말까지도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김씨는 "사기 피해를 당하면서 수면장애는 물론 우울증, 공황장애 증상까지 겪고 있다"며 "죽고 싶은 마음 뿐"이라며 경찰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여성 세입자 이모(26)씨는 "친구들은 돈을 모아 여행도 꿈꾸고 그러는데 난 계약 기간 만료와 동시에 생기는 1억 원이라는 빛 앞에서 아무것도 꿈 꿀 수 없다"며 "모든 걸 다 포기해버리고 싶은 생각만 든다"고 하소연했다.

이씨는 월세 부담이 아까워 여수에 거주하는 부모님과 함께 모은 1000만원에 9000만원의 청년전세자금대출로 보증금을 마련해 지난해 6월 입주해 내년 6월 계약이 끝나는데 "시간이 갈수록 불안감과 무력감과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광산경찰서로부터 사건을 송치받은 광주지검은 주범 김모(여)씨에 대해 사기 혐의로 19일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관련 수사도 이어가고 있다.

A원룸과 같은 다가구주택은 건물주는 한 명이고 각 호실별로 세대주가 살고 있는 단독주택으로 분류돼 세대별 등기가 불가능하다. 새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먼저 들어온 세입자들의 차임과 보증금 등 임대차 정보를 알 수 없어 사기피해가 집중됐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집계한 다가구주택 반환 보증사고는 올해 1분기 동안만 전체 주택 유형의 49.3%를 차지했다.

이에 정부도 다가구주택 세입자들의 사기 피해 예방을 위해 올해 주택임대차법에 임대인의 정보제시 의무를 신설하는 한편 공인중개사도 임대차 중개시 임대인 동의 없이도 다가구주택 세입자의 보증금 현황 등을 열람해 설명하도록 공인중개사법을 개정했다.

천정배 이사장은 "이번 사건은 허점이 많은 법과 제도가 방치돼 피해가 집중 발생한 사회적 재난의 전형"이라며 "정부는 뒤늦게나마 이뤄진 보완입법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면밀히 지켜보고 광주시는 청년층 피해자들에 대한 심리 치료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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