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운동권 정치 청산으로 '세대교체' 이끈다
'운동권 세대교체론' 전면에…"국민 위에 군림"
789세대 비대위 구성…586운동권 구시대 대비
고강도 인적 쇄신 가능성도…'주류 희생론' 고개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리는 취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공동취재사진) 2023.12.2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승재 기자 =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운동권 세대교체론'을 당 전면에 내걸었다. 73년생 비정치인이라는 점을 내세워 야당의 핵심세력인 운동권 청산하고 세대교체를 이뤄겠다는 의도로 받아들여진다. 비대위 구성과 공천 과정에서 젊고 참신한 789세대(70·80·90년대생)를 배치해 야권의 운동권 주류 세력을 구시대로 몰아붙이며 뚜렷한 대립각을 세우겠다는 것이다.
한 위원장은 이날 비대위원장 수락 연설에서 '운동권'이라는 단어를 7번 사용했다.
그는 "중대범죄가 법에 따라 처벌받는 걸 막는 게 지상 목표인 다수당이 더욱 폭주하면서 이 나라의 현재와 미래를 망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그런 당을 숙주 삼아 수십 년간 386이 486, 586, 686 되도록 썼던 영수증을 또 내밀며 대대손손 국민들 위에 군림하고 가르치려 드는 운동권 특권정치를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이 운동권 특권세력과 개딸 전체주의와 결탁해 자기가 살기 위해 나라를 망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9월 이 대표가 불체포특권을 포기하지 않고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부결을 시도했던 것을 꼬집은 거다. 자신과 이 대표와의 '검사-피의자' 구도를 부각하는 동시에 이 대표를 옹호했던 친명(친이재명)계를 청산해야 할 특권 세력으로 싸잡아 비판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한 위원장은 내년 총선까지 이러한 대결 구도를 밀어붙일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세대교체를 위한 고강도 인적 쇄신이 뒤따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위원장은 이를 '강력한 시대정신'이라고 규정했고,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는 약속을 해야 공천을 주겠다는 선언도 있었다.
공천관리위원회가 출범하면서 '친윤·중진 희생론'에 다시 불을 붙이면 한 위원장과 윤 대통령의 수직적 당정관계를 둘러싼 우려도 줄일 수 있다. 한 위원장이 당내 친윤 실세들을 향한 희생 압박 강도를 높이면서 대통령실과 거리를 두는 식이다.
만약 민주당이 이에 상응하는 카드를 꺼내 들지 못하면 혁신에서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한동훈 비대위' 체제의 방향은 비대위원 구성과 공천 과정에서 더 선명하게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이미 1975년생으로 젊은 축에 속하는 김형동 의원을 비서실장으로 임명하면서 앞으로의 인사를 예고하기도 했다.
789세대를 배치해 86세대와의 전면전을 펼칠 경우 내년 총선 판세를 좌우할 '캐스팅보터'로 꼽히는 2030세대에 호응을 얻을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실제로 성공한 비대위라고 평가받는 '박근혜 비대위'의 경우 2011년 당시 26살이었던 이준석 전 대표를 발탁하는 파격 인선을 단행한 바 있다.
한 위원장은 비대위원 구성에 관한 질의에 "국민을 위해 나라를 위해 동료시민을 위해 승리하는 당을 만들겠다. 그걸 위해 가장 좋은 방안 함께 논의할 것"이라며 "지금은 빠른 답보다 맞는 답을 내는 게 더 중요한 때"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3.12.26. [email protected]
'운동권 세대교체론'으로 총선 구도를 전환해 현재 당을 둘러싼 난제를 희석시키려한다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온다.
이준석 전 대표는 오는 27일 당을 나가겠다 선언할 예정이고, 야당은 모레인 28일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관련 특별검사법을 처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모두 이제 막 출발점에 선 한 위원장 앞에 놓인 과제들이다.
한 위원장이 지휘봉을 잡기 전 '김 여사 특검법'에 관한 당내 의견은 정리될 가능성이 크다. 비대위원 인선 절차가 오는 29일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민의힘은 오는 28일 의원총회를 열어 거부권 요구와 관련된 당내 의견을 모으기로 했다.
하지만 내년 초에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여부를 두고 여야 간 정치적 공방이 거세질 전망이다. 특히 윤 대통령의 최측근인 한 비대위원장이 거부권 행사에 찬성할 경우 비판적인 여론이 확산되면서 리더십에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해 여당 지도부는 김건희 특검법 거부를 분명히 하며 한동훈 부담을 줄여 주기 위해 노력하는 모양새다. 윤재옥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도 비대위 체제 전환 전 '절대 수용 불가' 입장을 확고히 해두는 모습이다. 당과 정부, 대통령실이 전날 비공개 회의를 열고 이를 논의했다는 말도 돈다.
윤 권한대행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다른 조건 등을 고려하지 않고 제가 책임 있게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법 자체가 입법 과정과 절차, 내용, 정치적 의도까지 민심을 교란하겠다는 아주 나쁜 법인 만큼 당당하게 국민과 함께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김 여사 특검법'과 관련된 질의에 "특검은 총선용 악법이라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며 "어떻게 당에서 대응할 것인지, 원내에서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보고받고 같이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이 전 대표의 탈당을 만류하겠다는 움직임도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구체적인 언급 자체를 자제하는 듯하다. 그간 당내에서는 보수층 결집을 위해 이 전 대표를 설득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한 위원장은 이 전 대표와 만날 계획이 있는지에 대한 질의에 "지금 단계에서 특정인을 전제로 한 계획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고 선을 그었다.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취임식에 참석해 있다. (공동취재) 2023.12.26.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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