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공백 장기화…버티던 2차병원 중환자실도 "포화"
대학병원 응급실 전공의 등 4명→교수 1명
"이젠 쉬어가며 진료봐야 하는 것 아니냐"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7일 오후 서울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이 수술부로 들어가고 있다. 2024.03.07. [email protected]
10일 의료계에 따르면 현재 전공의들이 근무했던 대부분의 대학병원 응급실에는 교수(전문의) 1명이 야간 당직을 서면서 응급환자 진료를 도맡고 있다. 보통 교수 1명, 전공의 3명이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야간 근무를 서왔는데, 전공의들이 대거 빠지면서 교수 1명만 남아있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응급의학과 A 전문의는 "대부분의 수련병원 응급실 상황이 비슷하다"면서 "그나마 사정이 좋은 경우 응급의학과 전문의 2명이 같이 근무하는 정도이고 대부분 교수 1명만이 야간 내내 응급환자 진료를 하고 있는데 과연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경증 환자들은 전공의들이 원래 근무하지 않는 비수련병원 응급실에서 진료하지만, 보통 중증도가 높은 응급 환자들은 수련병원 응급실로 전원 보내진다. 비수련병원의 경우 야간과 휴일에는 다른 진료과 전문의들은 병원에 아예 없는 데다 응급의학과 전문의 홀로 응급실 진료를 보기 때문이다.
사태 초기에 2차병원(종합병원)으로 몰렸던 환자들이 일주일 가량 전부터 3차병원(상급종합병원)으로 다시 오기 시작하면서 전공의들이 빠진 대형병원 등은 응급환자 대응에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2차병원 중환자실이 이미 꽉 차 더 이상 환자를 받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A 전문의는 "중증·응급환자들이 이제 전공의가 없는 수련병원 응급실로 직접 내원 또는 전원되니 의사 인력이 부족한 수련병원 응급실의 응급의학과 교수들은 정말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환자들도 정말 고생하고 있고, 119 구급대원들도 힘들어하고 있다"면서 "우리도 중증·응급 환자 위주로만 응급실 진료를 하던지, 쉬어 가면서 응급실 진료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를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정부 발표를 보면 지난 6일 기준 응급의료기관에서 중증도 이하 환자는 지난달 1~7일 평균 대비 29.3% 줄었지만, 중증 응급환자는 평소와 비교해 큰 변동이 없다.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에서 운영하는 '응급의료포털' 사이트에 따르면 한양대병원은 응급실 인력 부재로 중증외상환자 수용이 불가한 상태다. 경희대병원 응급실은 당직의사 부재로 소아청소년과 진료가 불가한 상황이다. 순천향대서울병원은 흉부외과 인력 부족으로 시술과 수술이 불가하다고 공지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 사직 움직임도 일고 있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은 "매년 2월에서 3월로 넘어가는 시기 150~200명 정도가 병원을 이동하는데, 사직한 인원이 150~200명 정도 된다"면서 "기존 병원과 계약이 만료된 후 새로운 병원으로 가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보의나 군의관 출신들의 병원과의 계약은 4월에 시작되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 (사직 인원이)더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전국의 공공병원·보건소 등에서 진료를 보는 공보의 중 상당수가 4월 전역한다.
정부가 전공의 부재로 인한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공보의 중 일부를 대학병원에 투입하기로 한 대책은 실효성이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 회장은 "2020년 총파업 당시에도 공보의와 군의관을 투입했는데 현장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면서 "효과 분석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지난 8일 브리핑에서 "일각에서 제기하는 의료대란이라는 표현은 과장된 것"이라면서 "수련생인 전공의가 현장을 비웠다고 의료에 혼란이 생기는 것이 비정상적이다. 대한민국 의료의 비상대응 역량은 그렇게 약하지 않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