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개혁특위 출범…'불참' 의사단체 "의미 없는 위원회"
의협·대전협·의학회 몫 3명 빠진 채 출범
"의사결정 구조 답정너 협의체 참여 못해"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노연홍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차 의료개혁특위 회의를 하고 있다. 2024.04.25. [email protected]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의사협회(의협),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한의학회 등 의료계는 의료개혁 특위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고 위원을 따로 추천하지 않았다.
의협 비대위는 “의료계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위원회가 된다면 참여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보고 있다"면서 "다른 형태의 기구에서 따로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협 관계자도 "정부의 입장이 변한 것이 없어 참여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관계자도 "참여 의사가 없다"고 말했다.
특위 위원은 총 27명으로, 공급자단체 추천 10명·수요자단체 5명·전문가 5명 등 민간위원 21명(위원장 포함)과 5개 부처 장관(기획재정부·보건복지부·교육부·법무부·행정안전부) 및 금융위원회 위원장 등 정부위원 6명으로 구성됐다. 전체 위원 중 의사는 병원계 추천 인사 3명을 비롯해 의협·대전협·대한의학회 추천 몫 3명, 윤석준 고려대 의대 교수 등 7명으로, 약 3분의1 미만이다.
특위 위원 구성을 두고 정부 정책의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평가를 받는 '제2의 건정심(건강보험정책심의회)'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역 거점 국립대병원 A 교수는 "의사결정 구조 자체가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인 협의체에는 참여할 수 없다"면서 "대표적인 사례가 건정심"이라고 말했다.
건정심은 복지부 차관을 위원장으로 하고 건강보험 가입자 대표 8명, 공익 대표 8명, 의약계 대표 8명 등 총 25명으로 구성된다. 수가를 올리려는 측 8명과 내리려는 측 16명이 의결해 결정하다 보니 수가를 인상하기 어려운 구조로, 의사결정 구조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서울의 주요 대학병원 A 교수는 "부결 없는 정부의 거수기 역할을 하는 건정심으로 인해 수가가 원가 이하로 결정돼 필수의료가 붕괴된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의협은 정부와 의료계 간 일대일 대화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 당선인은 “결정권을 가진 대통령실과 의협이 바로 대화해야 한다"면서 "복지부를 전혀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성근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도 최근 정례 브리핑을 통해 "현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통령께서 의대 정원 증원을 멈추고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기구에서 새로 논의할 수 있도록 방침을 바꿔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면서 "다른 나라들의 사례를 봐도 (의료계와 정부 측 인사가)1대 1 내지는 위원회 구성에서 의사 수가 과반을 차지하고 있다"고 했다.
의료개혁 특위가 의료계 핵심 단체들이 빠진 채 출발한 가운데, 의료계 내부에서는 특위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방재승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대위원장은 "특위가 의협과 대전협이 빠진 채로 운영되면 제 기능을 할 수 없다"면서 "내년 의대 증원 절차부터 중단하고 의협과 대전협을 대화의 장으로 불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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