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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쇠약해지는 바이든, 깜박거림 갈수록 잦아져-NYT[2024美대선]

등록 2024.07.03 08:39:58수정 2024.07.03 11: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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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 전 유럽 두 번 방문, 차남 유죄 평결 등 스트레스

어리둥절해 하고 기력 없고 대화 맥락 놓치는 일 많아

유럽 고위 당국자 "푸틴과 만나는 일 절대 안 된다" 강조

[뉴욕=AP/뉴시스]지난달 29일(현지시각)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에서 두번째)이 질 바이든 여사와 손녀들과 함께 뉴욕주 이스트햄튼 공항에 도착해 걸어가고 있다. 왼쪽부터 나탈리 바이든, 피니건 바이든, 바이든 대통령, 질 바이든 여사. 대선토론회에서 참패한 뒤 바이든이 민주당 대선 후보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지만 가족들은 완주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하게 지키고 있다. 2024.07.03.

[뉴욕=AP/뉴시스]지난달 29일(현지시각)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에서 두번째)이 질 바이든 여사와 손녀들과 함께 뉴욕주 이스트햄튼 공항에 도착해 걸어가고 있다. 왼쪽부터 나탈리 바이든, 피니건 바이든, 바이든 대통령, 질 바이든 여사. 대선토론회에서 참패한 뒤 바이든이 민주당 대선 후보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지만 가족들은 완주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하게 지키고 있다.  2024.07.03.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최근 몇 달 사이 조 바이든 대통령이 깜박하는 일이 더 빈번해지고 정도도 더 심해져 지난달 대선 토론회 이후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주변 인물들이 밝힌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지난달 참패한 대선토론회 이전 몇 주부터 몇 달 전 사이에 바이든 대통령을 비공개로 만난 전, 현직 당국자 등이 바이든이 어리둥절해 하거나, 기력을 잃거나, 대화의 맥락을 놓치는 일이 많아진 것을 목격했다.

81세의 고령인 바이든은 다른 노인들과 마찬가지로 오래전부터 문장을 끝내지 못하거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일부 사실들을 혼동하는 일을 겪어왔다.

그러나 최근 바이든을 직접 대면한 사람들은 깜박하는 일이 더 잦아지고 정도가 심해져 우려스럽다고 전한다.

바이든의 깜박거림은 힘든 일정을 소화해 피로하거나 대규모 군중 앞에 있을 때 더 잦아진다. 대선토론회를 앞두고 23일 동안 바이든 대통령은 유럽을 두 차례 오갔으며 캘리포니아에선 열린 대선자금 모금 모임에 참석했다. 젊은 사람도 감당하기 힘든 일정이었다.

바이든이 너무 탈진한 나머지 선거 참모들이 바이든의 대선 토론회 준비 일정을 이틀 줄였고 바이든은 델라웨어 주 레호보스 비치의 사택에서 휴식을 취한 뒤에야 캠프 데이비드 대통령 별장에서 보좌관들과 토론회 리허설을 했다. 6일 동안 리허설은 매번 오전 11시 이후에 시작했고 바이든은 오후에 낮잠을 자야했다.

바이든이 최근 깜박거리는 일이 잦아지면서 보좌관들과 지지자들도 우려하게 됐다. 지난달 6일 프랑스에서 열린 노르망디 상륙작전 기념식 동안 여러 차례 깜박하는 모습이 보였다. 기념식 다음날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군사 지원을 전력망 복구 지원으로 착각하기도 했다.

지난달 10일 노예해방기념일 축제기간 초기에 얼어붙은 모습이 목격됐고 지난달 18일에는 목소리가 약해지고 국토안보부 장관의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모습이 보였다. 이를 목격한 지지자들이 놀라는 표정을 지었고 한 사람은 “충격을 받았다”고 표현했다.

바이든이 항상 깜박거리는 것은 아니다. 대선토론회 이후 며칠 동안 바이든을 만난 보좌관과 외국 당국자들은 바이든이 건강하고 예민하며 조리 있고 유능하며 국가 안보 등 중요 사안에 대한 복잡한 대화를 주도하면서 위기를 잘 관리했다고 전했다.

이란 미사일 공격 때 네타냐후 보복 강력히 만류…

이란이 이스라엘에 미사일과 드론을 대규모로 발사한 당일 백악관 상황실에 있었던 한 당국자든 바이든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서 전화를 걸어 보복하지 말도록 명령조로 말했다고 밝혔다. 당시 바이든이 “분명히 말하지만 이란에 대대적으로 보복하면 직접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네타냐후 총리가 강하게 반발하면서 미래 공격을 방지하기 위해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바이든 대통령이 “그렇게 하면 나는 빠지겠다”고 말했고 결국 네타냐후가 소규모로 대응하는 것으로 물러섰다고 당국자가 전했다.

백악관 당국자들은 대통령이 최고 상태의 건강을 유지하며 토론 능력도 뛰어나다면서 깜박거리는 일은 이례적으로 발생한다고 밝힌다. 케빈 오코너 백악관 주치의는 지난 2월 수면 무호흡증과 발의 국소적 신경증 등 경미한 증상이 있지만 “대통령직 수행에 적합하다”면서 파킨슨병 징후는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니라 탠든 대통령 국내정책 보좌관은 “대통령이 호기심이 많고 집중력이 있으며 기억력도 좋고 예민하다”고 밝혔다. 브리핑을 할 때마다 “예리한 질문을 하며 즉석에서 답변을 못하면 나중에 별도로 답변을 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나 바이든이 취임 초기와 많이 다르다는 증언과 이를 뒷받침하는 영상들이 많다. 백악관은 바이든이 장소와 인물, 시점을 혼동했다며 발언을 정정하는 발표를 자주 내고 있다. 토론회 이후에도 바이든이 이스트 햄프턴에서 가진 선거자금 모금모임에서 참전 용사에 대해 언급하면서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혼동해 정정한 일도 있다.

백악관 행사 때 프롬프터 보면서도 단어 혼동

지난주 대선토론회를 계기로 주변에서 바이든이 빠르게 쇠약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바이든과 정기적으로 만나는 보좌관들과 전, 현직 당국자들이 바이든의 토론 능력이 전보다 크게 떨어져 놀랐다고 전한다.

최근 바이든은 전쟁을 확대하려는 이스라엘 지도자들을 상대하고 차남 헌터 바이든이 유죄 평결을 받는 등으로 어느 때보다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백악관은 바이든과 기자들의 접촉을 최소화하고 있다. 기자들과 만났을 때 한 두 가지 질문만 받고 언론과 인터뷰와 기자회견도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이래 가장 적다.

사전 대비가 없이 기자들을 만나게 되는 경우 항상 말썽이 뒤따랐다. 지난 2월 바이든은 자신을 “기억력이 떨어지는 선의를 가진 노인”이라고 묘사한 로버트 허 특검의 발표에 기억력이 좋다고 반발했다. 그러나 바이든은 당시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을 멕시코 대통령이라고 잘못 말했다.

노르망디에서 바이든은 미국 참전용사를 만났을 때 어리둥절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기념식 말미에 미국 국기 게양식 나팔 소리가 나오는데 국기를 바라보지 않고 계속 참전용사를 보고 있었다. 그러자 질 바이든 영부인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부부도 참전용사를 바라봤다.

마크롱이 바이든이 연단에서 내려가도록 안내한 뒤 참전용사들과 악수하는 어색한 장면도 있었다. 바이든 대통령도 연단에서 참전용사들과 악수했어야 하는 장면이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만난 날 바이든은 알아듣기 힘든 작은 목소리로 새로운 군사 지원을 우크라이나 전력망 복원을 위한 것이라고 잘못 밝혔다.

그러나 노르망디 상륙작전 기념식 연설에서는 힘찬 목소리로 인상적인 연설을 했다. 

프랑스에서 귀국한 뒤 며칠 동안 바이든은 차남이 유죄 평결을 받는 등 큰 스트레스를 겪었다. 노예해방의 날 기념식에 참석했을 때 음악이 연주되는 동안 굳어 있는 모습을 보였다. 대통령 가까이 앉았던 한 사람에 따르면 바이든이 행사 내내 “멍해져서 어리둥절해하는 모습”이었다고 했다. 불과 몇 주 전보다 “크게 쇠약해졌다”고 했다.

며칠 동안 사택에서 휴식한 바이든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이탈리아로 갔다.

G7 정상회의 땐 다른 나라 지도자들의 보호 받아

바이든이 다른 지도자들과 동떨어져 공수부대원들과 대화를 하자 조르쟈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그를 끌어당기는 모습이 있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선 동영상을 의도적으로 편집해 바이든이 다른 정상들로부터 멀어지는 것처럼 호도했다. 그러나 공수부대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었던 것이 맞지만 다른 나라 정상의 안내를 받아야했던 것은 분명했다. 

한 유럽 고위 당국자는 바이든 지난해 가을에 비해 크게 쇠약해진데 놀랐다고 말했다. 걷는 동안에는 바이든과 대화를 이어나가기가 힘들었다고 했다.

멜로니 총리는 등 여러 지도자들이 바이든이 당황하지 않도록 일부러 늦게 걷기도 했다는 것이다. 넋이 나간 모습이 카메라에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바이든 정신 차릴 때까지 주위를 둘러싼 적도 있다고 했다.

바이든의 G7 정상회의를 수행한 한 고위 당국자는 바이든과 블라디미르 푸틴이 만나면 어떨 것 같느냐는 질문에 한동안 침묵하다가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전 유럽 고위 당국자는 “절대 안된다”고 했다.

이탈리아에서 곧바로 로스앤젤레스로 날아와 대선자금 모금 행사에 참석한 바이든은 40분 동안 무대에서 진행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간담회에서 지친 모습이 역력했다. 말이 꼬이고 다른 사람이 말하는 동안에는 입을 벌린 채 허공을 바라보는 모습을 보였다. 며칠 뒤 대선토론회에서 보인 모습과 같았다.

이틀 뒤 백악관에서 열린 이민정책 행사에 참석한 2명이 바이든이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고 프롬프터를 읽으면서도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는 모습이었다면서 컨디션이 매우 나쁜 것처럼 보였다고 전했다. 마요르카스 국토안보부 장관의 이름도 기억하지 못해 참석자들이 뜨악해하기도 했다.

토론회 다음 날 바이든은 선거 유세에서 힘찬 연설을 하고 선거 자금 모임 행사에 연거푸 참석하는 등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다.

뉴욕 주 전 민주당위원장 주디스 호프는 바이든이 힘든 일정 때문에 토론회를 망친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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