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탈출하니 '총파업'…노조 '제살깎기' 우려[삼성전자 총파업 어디로③]
노사 '강 대 강' 대치 지속에…창립 이래 첫 총파업
"실적개선에도 파업"…노조 "사측 교섭 태도가 문제"
수주 경쟁력 약화 우려…생산 차질 시 직원도 피해
[화성=뉴시스] 김종택 기자 =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총파업에 돌입한 8일 경기도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정문 앞에서 총파업 결의대회에 참가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07.08. [email protected]
성과급 갈등이 촉발한 노사의 '강 대 강' 대치는 결국 노조 총파업으로 이어져 '제살깎기'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사상 초유의 반도체 사업 적자 터널을 가까스로 뚫고 나왔는데 또다시 노사 갈등이라는 만만치 않은 산을 넘어야 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삼성전자 노조의 총파업은 사상 초유의 사태다.
노조는 앞서 지난달 7일 징검다리 연휴를 활용한 집단적 연차 사용 방식의 '연가 투쟁'에 나선 바 있으나 이번에는 직원들이 파업근태를 회사에 통보하고, 출근하지 않는 실질적인 첫 파업이다. 지난 삼성전자는 1969년 창립 이래 이 같은 파업이 발생한 적이 없었다.
이재용 회장의 지난 2020년 5월 무노조 경영 폐기 선언 이후 노조 활동이 활발하게 일어나며, 이제 노조 총파업이라는 최악의 사태에 이른 것이다.
사흘간 진행되는 이번 파업에는 노조 추산 6540명이 참가한다. 삼성전자 국내 직원의 5% 수준으로,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조 조합원 3만657명 중 21%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예상보다 참가율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노조 가입자 수도 지난달 연가 투쟁 당시 2만8400명에서 불과 한 달 새 2000명이 늘어 노사 간 깊은 갈등의 골을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다.
[화성=뉴시스] 김종택 기자 =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총파업에 돌입한 8일 경기도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정문 앞에서 총파업 결의대회에 참가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07.08. [email protected]
실적 반등에 성과급 지급 재개…노조는 파업 왜?
삼성전자는 최근 연결기준 잠정실적을 통해 올해 상반기 매출액 145조9200억원, 영업이익 17조1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대비 매출은 17.92% 늘고, 영업이익은 130배(1198.47%↑)로 불어났다.
특히 영업이익 증가 폭이 1분기(931.87%↑)보다 2분기(1452.24%↑)에 더 커져 업황 개선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이번 노조 파업이 삼성전자의 반도체 실적 개선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비난 여론이 거세지는 배경도 이 때문이다.
노조는 다만 사측이 2023·2024년 임금협약 병합 조건으로 약속한 휴가 확대 약속을 지키지 않는 등 교섭에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 총파업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까지 노조와 만나 설득에 나섰으나 총파업을 막지 못했다.
노조는 총파업 선언문을 통해 "사측은 노동자들을 대등한 관계로 생각하지 않고 여전히 회사의 소모품처럼 만만하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
[화성=뉴시스] 김종택 기자 =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총파업에 돌입한 8일 경기도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정문 앞에서 총파업 결의대회에 참가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07.08. [email protected]
회사 내부서도 파업 찬반 엇갈려…'자승자박' 우려도
반도체(DS) 사업부문에 속한 직원들은 반도체 업황 침체로 지난해 성과급이 전년 대비 큰 폭 삭감되거나,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이는 그동안 삼성전자 내 노사 갈등을 일으킨 주된 원인 중 하나다.
삼성전자는 직원 자신과 소속 부서 성적을 반영해 성과금 지급액이 결정된다.
DS부문 직원들은 그동안 다른 부서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성과금을 받아왔고, 올해도 반도체 사업의 실적 반등으로 전년보다는 많은 액수의 '목표달성장려금'(TAI)을 받는다. TAI는 사업부 실적을 기준으로 상·하반기로 나눠 연 2회 지급하는 성과급으로, 올해 DS부문은 생활가전(25%) 등보다 높은 기본급의 최대 75%가 책정됐다.
노조가 이번 파업의 목적을 '생산 차질 유발'이라고 밝힌 것도 사내에서 우려를 낳는다.
현재 반도체 공장의 대부분의 설비가 자동화 돼 생산 차질 가능성은 낮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사측도 생산 차질이 없도록 조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반도체 공장은 24시간 가동되며, 4개조가 교대로 투입된다.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직원들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고, 파업이 장기화 될 경우 생산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반도체 산업 특성상 생산 라인이 한번이라도 멈추면 천문학적 손실이 생길 수 있다. 이번 파업에는 생산 라인에 투입되는 인력 외에 소방, 안전, 보안 담당 직원들도 일부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오는 15일부터 5일간 2차 파업을 이어갈 것을 예고했다.
무엇보다 반도체 고객사들로서는 삼성전자의 노사 리스크에 대한 우려를 안게 됐다. 삼성전자는 현재 엔비디아에 HBM(고대역폭메모리) 납품을 앞두고 마지막 테스트를 받고 있는데, 노조 파업이 공급망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도 마찬가지로 생산 차질에 대한 우려는 수주 경쟁력에 직결되기 때문에, 그 피해는 회사는 물론 직원들에게도 고스란히 돌아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