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복구비 유용 신고, 포상금 지급' 1·2심 엇갈린 판단 왜?
2020년 구례 수해 직후 재해 폐기물 처리 보조금 유용 의혹
제보·고발 근거로 신고 포상금 지급 신청, 거부 당하자 소송
항소심, 1심 뒤집고 "최초 제보·신고 아냐…지급 안 해도 돼"
[구례=뉴시스] 신대희 기자 = 10일 수해 피해를 본 전남 구례군 구례읍 양정마을에서 육군 31사단 장병들이 복구 작업을 돕고 있다. 사흘 전부터 380㎜의 폭우가 쏟아져 섬진강 지류 서시천 제방이 붕괴됐다. 이 마을 일대가 모두 잠겼다가 9일부터 긴급 복구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2020.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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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은 언론사 제보·수사기관 고발을 통해 유용 사실 적발에 기여한 만큼 포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봤지만, 항소심에서는 엄밀히 따진 사실관계를 들어 지급 거부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광주고법 제1행정부(재판장 양영희 고법수석판사)는 지역시민단체 대표 A씨가 영산강유역환경청장을 상대로 낸 포상금 지급 거부처분 취소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원심과 달리 A씨 청구를 기각했다고 14일 밝혔다.
영산강환경청의 항소를 받아들여 환경청이 A씨에 대한 포상금 지급을 거부한 처분은 적법하다는 취지다.
전남 구례군에는 2020년 8월 기록적인 폭우가 내려 큰 피해가 발생했다. 구례군은 같은 해 10월 영산강환경청으로부터 국고 보조금(집중호우 재해복구비) 146억1928만원을 지원받아 폐기물을 처리했다.
A씨는 "구례군 공무원이 수해로 발생한 폐기물뿐 아니라 일반 생활 폐기물까지 수거·처리했다"며 국고보조금 유용 의혹을 제기했다.
보조금 유용 의혹을 품은 A씨는 모 언론사 인터뷰에 응했고, 2021년 7월1일 관련 내용이 보도됐다. 보도 이후 유용 정황을 확인한 영산강환경청은 구례군의 유용 금액 9억842만원과 보조금 잔액 76억6679만원을 환수했다.
A씨는 같은 달 30일 관련 공무원에 대해서도 검찰에 고발했다.
2022년 5월 A씨는 영산강환경청에 신고 포상금 지급을 요청했으나 거부당하자 소송을 냈다.
1심에서는 원고 A씨가 승소했다.
1심은 "보조금법 상 포상금 지급 대상자는 '관계 행정관청이나 수사기관에 최초 신고 또는 고발한 사람'이다. A씨가 검찰에 관련 공무원을 최초 고발, 포상금을 받을 수 있는 대상자에 해당한다"며 "A씨는 최초 제보와 고발로 구례군의 보조금 유용 행위를 적발하는 데 실질적 기여를 했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A씨의 고발과 보조금 유용행위 적발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거나 A씨의 실질적 기여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판단이 달랐다.
2심 재판부는 "구례군 소속 환경미화원들은 구례군이 수해로 인한 재난 폐기물 처리에 써야 할 국고 보조사업비를 생활폐기물 처리에 전용하고 있다고 의심, 입증 자료들을 수집해 2021년 3월부터 언론사에 제보했다"며 새롭게 확인된 사실관계를 인정했다.
이어 "A씨는 미화원의 신분 보호 등 이유로 언론 인터뷰에 응했을 뿐이며 근거 자료 모두 미화원들이 직접 수집·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A씨가 언론사에 보조금 유용 사실을 제보했다고 보기 어렵다. 최초 제보자라 해도 보조금법 상 '관계 행정관청이나 수사기관에 신고 또는 고발'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A씨가 검찰에 고발한 당일보다 나흘 앞선 2021년 7월26일 국민권익위에 다른 누군가 접수한 신고가 있었다는 점도 들었다.
재판부는 "입증이 미흡해 권익위 신고는 종결 처리됐지만 보조금법 시행령에는 '동일 내용의 신고 또는 고발을 한 사람이 있을 경우 포상금을 지급하지 않는다'고만 규정하고 있다. 법령은 '신고를 통한 공익 침해 행위가 증명돼야 한다' 등을 별도 요건으로 삼고 있지는 않다"면서 포상금 지급 거부는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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