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주주 나몰라"…'막장 드라마' 된 한미약품 집안싸움
박재현 대표 중심 조직 개편 시작
'사장이 전무로' 하루아침에 강등
전문경영인 구축 두고 갈등 점화
한미약품 "강등 무효…권리 남용"
임종훈 "도발 행위 좌시 않을 것"
[서울=뉴시스] 한미사이언스 개인 최대주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사진 출처=한양정밀 홈페이지) 2024.03.2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송연주 기자 = 올해 내내 끌어온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한편의 드라마를 연출하고 있다. 지주사에서 한미약품 대표이사 직급을 하루아침에 '사장'에서 '전무'로 강등하는가 하면 한미약품은 해당 조치가 '무효'라고 맞받아치며 지주사 별도의 독립 경영을 선언했다.
31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그룹의 핵심 사업회사 한미약품이 지주회사 한미사이언스의 종속회사로서의 경영이 아니라 '독립 경영'을 선언하는 등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된 모습이다. 최대주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및 송영숙 회장·임주현 부회장 모녀 등 '대주주 3자 연합'과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임종윤 한미약품 이사 등 형제 측의 갈등이 본격화한 것이다.
한미약품은 전문경영인 박재현 대표이사 중심의 독자 경영을 본격화한다고 지난 29일 밝혔다.
그동안 지주회사에 위임해 왔던 인사 부문을 독립시키고, 한미약품 내 인사조직을 별도로 신설했다. 독자경영에 필요한 여러 부서를 순차적으로 신설한다는 계획이다. 모녀와 신동국 회장이 언급해온 '한국형 선진 전문경영인 체제' 구축의 시작이라고 했다.
독자 경영 추진 후 그룹 내 갈등은 전문경영인의 직위 강등으로 이어졌다. 3자 연합 측 인사인 박재현 대표의 직위가 지난 28일 한미사이언스 임종훈 대표에 의해 '사장'에서 '전무'로 강등됐다. 업무도 제조본부 담당으로 축소됐다.
한미사이언스 관계자는 "박재현 대표가 기습적으로 지주사 근간을 흔드는 항명성 인사명령을 먼저 내어 이에 대한 조치로 박 대표에 대한 인사조치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한미약품 박재현 대표이사. (사진=한미그룹 제공) 2024.03.2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한미약품은 이번 문책성 인사가 실효성 없고, 독립 경영도 법적인 하자가 없다며 날 세웠다.
한미약품 측은 "지주사 대표는 계열회사 임직원에 대한 직접적인 인사 발령 권한이 없기에 아무런 실효성이 없다"며 "원칙과 절차 없이 강행된 대표권 남용의 사례다. 지주사 대표의 인사발령은 모두 무효이며, 대표로서의 권한 및 직책은 변함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그동안 인사 및 법무 업무는 지주회사가 이를 대행하며 계열사로부터 일정 수준의 수수료를 받아왔다"며 "계열사 대표가 이를 독립화시켜 별도 조직을 만드는 행위는 법적인 아무런 장애가 없다. 무엇보다 계열회사 임직원에 대한 직접적인 인사발령 권한이 없다"고 주장했다.
[서울=뉴시스]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 (사진=한미사이언스 제공) 2024.07.3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에 대해 임종훈 지주사 대표는 또다시 반박하며, 형제와 모녀의 갈등이 한미사이언스 vs 한미약품의 구도로 흐르는 모양새다.
임종훈 대표는 "한미사이언스는 한미약품 대표이사의 독립시도에 대해 반대한다고 충분히 경고했다"며 "기존 인사프로세스를 따르지 않은 한미약품 대표이사의 인사조치는 무효"라고 말했다.
이어 "한미 모든 그룹사는 인사발령시 인사팀을 경유하고 지주사 대표이사의 협의 후 진행돼왔다. 이를 부정할 경우 지주사 설립 후 지금까지의 모든 인사가 무효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중대사항을 지주사의 동의는 물론 이사회 논의조차 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진행한 것은 절차상 흠결"이라고 주장했다.
전체 임직원을 대상으로 발송된 메시지를 통해서도 "외부 세력의 도발 행위를 계속 좌시하는 것은 선대 회장님에 대한 배신"이라고 말했다.
한미그룹은 신동국 회장이 나서 지난 7월10일 '가족간 분쟁 종식'을 선언한 지 십여일만에 다시 삐거덕거리며 새로운 이야기를 쓰고 있다. 7월29일 3자 연합은 한미사이언스에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청구했다.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를 차지한 형제에 맞서 이사회 구성원을 12명으로 늘리고 신규 이사 3인을 선임하겠다는 내용이다. 또 3자 연합이 구축하고자 했던 전문경영인 체제에 형제 측이 동의하지 않으면서 경영 주도권을 잡기 위한 분쟁은 멈추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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