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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생' 용어 왜 써?"…시청자 항의에 사과한 과학 유튜버

등록 2024.09.03 11:59:59수정 2024.09.04 08:3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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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 과학드림, 설치류 실험 소개하며 '저출생' 표현

일부 누리꾼 발끈…"여성단체가 만든 용어 왜 사용하나"

"이렇게 논란이 되는 단어인 줄 몰랐다"…결국 사과

유튜버 과학드림이 지난달 30일 올린 설치류 실험을 소개하는 영상에서 '저출생'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누리꾼들의 항의를 받았다. 이 유튜버는 결국 용어 사용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출처 : 과학드림 유튜브 영상 캡처) 2024.9.3 *재판매 및 DB 금지

유튜버 과학드림이 지난달 30일 올린 설치류 실험을 소개하는 영상에서 '저출생'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누리꾼들의 항의를 받았다. 이 유튜버는 결국 용어 사용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출처 : 과학드림 유튜브 영상 캡처) 2024.9.3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구독자 수가 106만명에 달하는 인기 과학 유튜버가 영상에서 '저출생'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가 시청자들의 항의를 받고 사과하는 일이 벌어져 논란이 일고 있다.

유튜버 과학드림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채널에 올린 영상에서 "우리나라의 저출생 문제를 얘기할 때 굉장히 많이 언급되는 동물 실험이 있다"며 '유니버스25(Universe25)'라는 이름의 실험을 소개했다.

미국 생태학자이자 동물행동학자 존 칼훈이 1960년대 진행한 이 설치류 실험은 이상적인 생존 환경을 조성해 놓고 개체수 변화를 관찰하는 방식이었다.

천적을 제거하고 먹이를 무한정 공급하는 이상적인 환경을 만들었음에도 수용 가능한만큼 개체수가 늘지 않았고, 일정 시점 이후에는 오히려 감소하기 시작해 0까지 떨어졌다는게 관찰의 결과다. 강한 수컷과 경쟁에서 도태된 수컷이 나뉘면서 우리 내 스트레스가 높아지고, 짝짓기를 하지 않거나 새끼를 돌보지 않는 이상 행동이 늘어난게 파국의 원인이라는 설명이다.

과학드림은 "선진국의 저출생 현상, 특히 현재 한국 사회가 이 실험과 너무 비슷한게 아니냐는 의견이 굉장히 많다"며 "짝짓기에 참여하지 않는 쥐들, 새끼를 낳지 않는 쥐들이 비혼·딩크족과 비슷하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이 영상이 게시되고 유튜버가 사용한 '저출생'이라는 용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저출생은 정치적으로 편향된 사람들이 쓰는 단어다' '페미(니스트) 단체에서 쓰는 용어를 왜 사용하나' 등의 의견이 쏟아졌다. '저출생' 대신 '저출산'이라는 단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결국 과학드림은 댓글창을 통해 "저는 이 두 단어가 이렇게 논란이 되는 단어인 줄 몰랐다. 저출생이란 단어가 불편하셨다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는 특정 여성 단체를 지지하지도 않고, 어떤 정치적 의도를 내포한 것도 아니다. 예전에 흘려 봤던 기사 중에 대통령실에서 저출생이라고 표현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었고, 그때 그냥 '아 요즘엔 저출산이 아니라 저출생이라고 하는구나' 정도로 인식하고 사용했다. 어쨌든 두 단어의 옳고 그름을 떠나, 논란 중인 부분이 있었다면 다른 표현을 쓰거나 단어를 선택하는 데 있어 더 신중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적었다.

이 논란은 우리 사회에서 젠더 갈등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잘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저출생'은 서울시가 지난 2018년부터 '저출산'을 대체해 사용하기 시작한 용어다. 여성이 아이를 낳지 않는게 인구 문제의 원인이라는 인식을 줄 수 있는 '저출산' 대신 가치 중립적인 '저출생'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취지였다.

이전까지 주요 법·제도·정책과 정부 조직 명칭에는 저출산이라는 표현을 공식적으로 사용했다.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등이 대표적인 예다.

최근에는 출생 인구가 줄어드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언급하는 단어가 '저출생'으로 점차 파뀌는 추세다. 대통령실은 지난 7월 '저출생대응수석'이라는 직제를 신설했다. 또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내놓은 정책도 모두 '저출생' 공약이었으니 용어 사용을 놓고 정파적 의견 대립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물론 학술적·정책적으로 출산과 출생이라는 단어를 구분해서 사용하는 경우는 있다. 통계 지표가 대표적인 예다. 가임기 여성 1명이 가임기간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수를 뜻하는 '합계출산율'이란 지표에는 출산이란 표현이 사용된다. 반면  1년간의 총 출생아수를 전체 인구로 나눈 수치를 말하는 통계지표는 '조출생률'로 표현된다.

하지만 온라인 상에서는 저출생이란 단어에 대한 반감이 여전히 큰 상황이다. 이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한게 박원순 전(前) 서울시장과 여성단체들이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이번에도 "왜 지금까지 잘 사용하고 있던 단어를 여성단체들 때문에 바꿔야 하나"라는 반발이 나왔다.

이와 관련해 한 누리꾼은 "저출산인지 저출생인지 단어 한 글자로 싸우는게 딱 영상에서 이유없이 싸우는 중도 포기자(경쟁에서 도태된 수컷 쥐)들 같다"고 일침을 날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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