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필라델피 회랑에 포장 도로 건설…"철수 않겠단 결의"
BBC "이집트·가자지구 국경 따라 6.4㎞ 도로에 포장"
전문가 "협상가들과 중재국들에게 압력 가하는 것"
"가까운 시일 내에 가자서 철수하지 않겠단 결의"
[라파=AP/뉴시스] 이스라엘군이 이집트와 가자지구 접경이자 완충지대인 '필라델피 회랑'을 따라 새 포장도로를 건설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은 필라델피 회랑의 벽 일부를 배경으로 한 팔레스타인 국기가 보이는 모습. 2024.09.08.
이는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의 휴전과 인질 협상에서 핵심 쟁점이 된 '필라델피 회랑 철군'을 이행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보여준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영국 공영 BBC는 7일(현지시각) "위성 이미지와 사진, 비디오 등을 분석한 결과 이집트와 가자지구 국경을 따라 이어지는 필라델피 회랑에 도로가 포장되는 모습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구체적으로 BBC는 지난달 26일과 지난 5일 사이에 정기적으로 촬영한 위성 사진을 분석했고, 그 결과 국경 울타리를 따라 해안에서 내륙으로 6.4㎞ 뻗어 있는 도로 구간에 새로 포장이 이뤄진 모습을 확인했다.
해당 장소에는 두 대의 큰 차량이 지나갈 수 있을 만큼의 넓은 도로가 포장되고 있었고, 이를 위한 중장비들이 배치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BBC는 전했다.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소속 전문가인 안드레아스 크레이그 박사는 "도로를 포장하는 것은 협상가들과 중재국들에게 압력을 가한다"며 "이스라엘이 현 상황을 기정사실로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것은 또한 이스라엘이 가까운 시일 내에 가자지구에서 완전히 철수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라파=AP/뉴시스] 이스라엘군이 이집트와 가자지구 접경이자 완충지대인 '필라델피 회랑'을 따라 새 포장도로를 건설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은 지난 1월14일(현지시각) 이스라엘 북부 가자지구 폭격으로 쫓겨난 팔레스타인인들이 필라델피 회랑을 따라 이집트와의 국경 옆 라파에서 놀고 있는 모습. 2024.09.08.
이집트군 퇴역 장성이자 군사 전략 해설가인 사미르 파라지 박사는 이스라엘의 목표는 " 심리전"이라며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떠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미디어 전쟁을 위한 길을 닦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필라델피 회랑은 가자지구와 이집트의 경계를 따라 이어지는 약 14㎞ 길이의 완충지대다. 가자지구에서 이집트로 나가는 유일한 통로인 라파 검문소도 해당 회랑에 있다.
한편 필라델피 회랑 내 이스라엘군 주둔은 휴전 협상이 공전 중인 이유다.
하마스는 이스라엘군이 해당 회랑에서 철수하는 것을 휴전 조건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이곳을 통해 하마스가 무기·물자를 밀수한다며 이 조건을 거절했다.
특히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 4일 외신 대상 기자회견을 열고 2005년 가자 이스라엘 정착촌 이주 및 군인 퇴거를 거론하며 다시금 필라델피 회랑 통제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필라델피 회랑을 통해 테러리스트가 재무장할 수 있다면 가자 지구에는 미래가 없다"고 했다. 아울러 회랑을 통제하지 않을 경우 인질의 소재 역시 추적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작 협상팀에서는 최근 데이비드 바르니아 모사드 국장이 중재국에 필라델피 회랑에서 자국 병력을 철수할 의지를 전달했다고 한다.
이에 네타냐후 총리와 협상팀의 서로 다른 목소리가 협상에 혼선을 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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