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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이재명 모두 '지구당 부활' 찬성…20년만에 재탄생할까

등록 2024.09.16 07:00:00수정 2024.09.16 07:4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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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양당 대표 '지구당 논의' 합의에 논의 탄력

한동훈 "지구당 부활은 정치 신인 진입 장벽 낮추는 것"

이재명 "지구당 폐지로 정당 활동 위축…유권자 참여도 제한"

오세훈·조국 등 반대…"돈 정치 강화 우려"

전문가들 "정치자금 투명화 방안 등 마련 필요"

[서울=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본청 의장접견실에서 열린 제22대국회 개원식 겸 정기회 개회식 사전환담에서 박수치고 있다. 2024.09.02.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본청 의장접견실에서 열린 제22대국회 개원식 겸 정기회 개회식 사전환담에서 박수치고 있다. 2024.09.0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정금민 하지현 기자 = 20년 전 사라진 '지구당'(지역당)이 다시 부활될까.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004년 폐지된 지구당 부활에 의견을 같이하면서 현실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양당 대표가 지구당 부활에 적극적으로 나선 배경에는 각자의 이해관계가 자리잡고 있다. 원외 인사인 한 대표 입장에서는 지구당을 부활시켜 원외 당협위원장들과의 연대를 강화할 수 있고, 이 대표도 취약 지역인 영남 등에 지지 기반을 확대 할 수 있다.

지구당 부활은 원외 당협위원장(지역위원장)들에게는 숙원 사업에 가깝다. 1962년 12월 정당법 제정으로 탄생한 지구당은 전국 총선 선거구마다 설치된 정당의 기초 조직이었다. 지역에 별도 사무실을 두고 후원회를 운영할 수 있어 원외 지역위원장에게는 든든한 디딤돌이었다.

하지만 중앙당에서 지명한 지구당 위원장에게 권한이 집중되고 사무실 유지비와 인건비를 조달하기 위해 지역 유력 인사와 정경유착이 발생하면서 '고비용 정치' 문제가 뒤따랐다.

특히 지구당은 2002년 16대 대선 당시 불법 대선자금 수수 논란이 불거지면서 '돈 먹는 하마'라는 지적을 받았다. 결국 지난 2004년 일명 '오세훈법'(정치자금법·정당법·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처리되면서 지구당은 폐지됐다.

하지만 지구당이 없어진 뒤 원외 지역위원장이 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하기 어려워지면서 이를 부활해야 한다는 제안이 끊이지 않았다. 당원협의회(국민의힘)·지역위원회(더불어민주당) 등 법적 정당 조직으로서 인정받지 못한 기구는 상설사무소와 유급사무원을 둘 수 없는 등 각종 제약을 받기 때문이다.

지구당 부활, 여야 지도부 한목소리

입법의 키를 쥔 국민의힘과 민주당 지도부는 지구당 부활에 적극적이다. 양당 대표가 지난 2일 회동에서 '지구당 제도 재도입을 적극 협의한다'는 내용에 합의한 데 이어 공식 석상에서도 지구당 부활에 대한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한 대표는 지구당 부활을 통해 풀뿌리 정당정치를 활성화하고 현역 국회의원의 기득권을 해소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총선 참패의 원인으로 지목된 수도권 조직 재구축을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한 대표는 지난 5월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차떼기'가 만연했던 20년 전에는 지구당 폐지가 '정치개혁'이었다"며 "지금은 기득권의 벽을 깨고 정치신인과 청년들이 현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지구당을 부활하는 것이 '정치개혁'이고 정치 영역에서의 '격차 해소"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도 '지구당 부활론'을 내세우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9일 윤상현 국민의힘·김영배 민주당 의원 공동 주최로 열린 '지구당 부활과 정당정치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 서면 축사에서 "지구당 폐지는 지역에서의 정당 활동을 위축시키고 유권자의 정당 참여를 제한하며, 현역 의원과 원외 위원장의 형평성 문제 등 부작용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여야는 입법도 추진하고 있다. 지구당 부활법은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정당법·정치자금법과 김영배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정당법·정치자금법·공직선거법 등을 중심으로 논의될 예정이다.

'금권 선거' 등 부작용 우려도

반론도 있다. 당원협의회와 지역위원회 위원장에게 후원금 모금의 길을 열어주는 것이 기득권을 허무는 것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고, 금권정치의 폐단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지구당을 폐지하는 정당법·정치자금법 개정을 주도했던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10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여야 대표가 함께 추진하는 지구당 부활은 어떤 명분을 붙여도 돈 정치와 제왕적 대표제를 강화한다"며 "퇴보로 유턴하는 게 바람직한 정치인의 자세인가"라고 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지난 9일 국회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최근 거대 양당은 정치개혁을 명목으로 지구당 부활에 합의했다"며 "과거 지구당을 폐지한 이유는 돈 먹는 하마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고비용 정치와 금권선거가 이제 완전히 사라졌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지구당을 되살리면 민의를 더 잘 수렴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며 "지구당 부활은 거대 양당 소속 정치인에게만 좋은 일"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지구당 제도와 관련한 쟁점 사안을 추려 이를 보완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입법조사처는 지난달 발간한 '지구당 부활의 쟁점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지구당 설치 단위(국회의원 선거구·자치구 등) ▲고비용 구조 차단·정치자금 투명화 등을 쟁점 사안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지구당 부활을 위해서는 정치자금을 투명하게 운영하고 당원들의 실질적인 참여에 기반한 민주적 의사결정 절차를 확립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입법조사처 관계자는 "고비용 저효율 문제로 지구당이 폐지됐지만 그 이후 책임 정치가 안 되고 있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며 "정치활성화를 위해 제도를 보완하는 논의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지구당을 다시 도입한다면 과거 모델을 그대로 (차용해) 돌아가는지가 쟁점"이라며 "풀뿌리 정치 복원 측면에서 지구당 부활은 중요하다. 온라인 공간을 통해 소통하는 방식으로 (세금을) 덜 쓸 수 있는 절충점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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